
모든 존재는 하나의 단어에 국한될 수 없을 만큼 다각적이며 또 그렇기에 모순적이다.
무언가를 정의 내릴 때 우리는 가장 편협해진다. 우리의 눈은 딱딱하게 규격화되고, 대상의 가치는 몇 가지 언어 속에 갇혀 버린다. 다른 면면을 살펴보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좁아진 시야, 굳어진 틀을 벗어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술이란, 고착화된 세상의 정의를 뒤틀려는 이 의지에서 비로소 태어난다.
이번 유얼라이브 인터뷰는 세상이 붙인 이름표를 거부하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담았다. 사회가 나눈 음악의 경계, 장르를 부정하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착실히 전파하는 야드 액트(Yard Act).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이 밴드는 음악으로 발화한다. 야드 액트는 독창성 있는 멜로디와 엉뚱할 정도로 다양한 주제,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담은 음악으로 성공의 대륙에 당당히 깃발을 꽂았다.

[Overload] © Yard Act
오는 11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는 야드 액트. 밴드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하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Q. 한국 팬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리즈에서 온 야드 액트라고 합니다. 서울이라는 멋진 도시에서 공연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빨리 경험하고 싶어요.
야드 액트의 노래를 들으면 가장 먼저 독특한 보컬을 마주하게 된다. 기교를 쫘악 빼낸 목소리와 알 수 없는 멜로디 라인. 노래가 아닌 하나의 웅얼거림, 독백처럼 느껴진다.
Q. 야드 액트의 노래는 어딘가 반항적이지만 느슨하고, 비정형적이지만 정제된 인상을 줘요. 특히 노래라기보다는 말을 하는 듯 힘을 뺀 보컬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 그런 매력적인 스타일은 언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완성되었나요?
A. 우리가 얼마나 반항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인 참여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우리 모두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어요. 제 보컬 스타일은 그냥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내는 것인데, 솔직히 제 목소리는 꽤 못생겼다고 생각해요. (웃음)
제가 더 나은 가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있고 모두 주어진 도구를 사용하는 거죠. 저는 제 목소리를 노래 안에서 음악과 함께, 때로는 대립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요. 목소리는 아주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죠. 일상적인 대화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음악적이라고 생각해요.
야드 액트의 초기 싱글 ‘Fixer Upper’와 1집 [The Overload] 수록곡 ‘The Overload’에서는 공통적으로 ‘Graeme(그레이엄)’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전자의 그레이엄은 보컬을 대신해 노래하는 화자, 후자의 그레이엄은 가사 속 등장인물로. 두 작품 속 그레이엄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존재다.
Q. 1집 [The Overload]는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한 ‘그레이엄(Graham)’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레이엄’은 이전 싱글 ‘Fixer Upper’에서 동일하게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캐릭터를 설정 후 그를 내세워 노래하게 만든 의도가 궁금해요.
A. 그레이엄은 내가 아닌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에요. 이 세상에서 성장하고 조화를 찾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죠. 예술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설령 그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일지라도요. (또한 그것이 캐릭터일지라도!)
풍자 가득한 야드 액트의 1집 [The Overload]. 이 앨범은 모난 사회에 대한 응어리를 풀어내는 한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든 그것을 극복해낼 듯 신나는 멜로디와 익살스러운 가사는 사회에 대한 환멸과 좌절을 저 멀리 날려보낸다.
Q. 영국 내 정치적 이슈를 다룬 ‘Payday’ , 반자본주의적인 트랙 ‘Rich’등 1집 [The Overload]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두드러져요. 심지어 이 앨범을 세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꼬는” 앨범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셨죠.
이렇게 시의성을 담아낸 것은 의도적인 선택이었나요? 단순히 미학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자본주의엔 끝이 필요해요. 그건 더 좋든 나쁘든 새로운 이념으로 대체될 거예요. 물론 자본주의가 전적으로 악한 것은 아니죠. 저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규칙에 얽매여 있어요. 백인 서구 남성으로서 저는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제게 유리한 시스템 내에서 활동함으로써 제 지위를 이용하고 있죠.
인종차별(racism), 성차별(sexism), 능력주의(ableism) 및 기타 다른 모든 이즘(ism)은 자본주의의 체계적 특성에 근원해요. [The Overload]는 그 안에서 제 위치를 탐구하는 작품이에요.
데뷔 이후 야드 액트에게는 ‘포스트 펑크’라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포스트 펑크 역시 또 다른 장르가 더해진 합(+)의 결과이자 야드 액트에겐 불필요한 경계선일 뿐. 정작 그들은 그런 정의에 큰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Q. 많은 이들이 1집 이후 포스트 펑크를 부흥시킨 밴드로 야드 액트를 칭하기도 하지만 본인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장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밴드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현대 음악 장르가 너무 세분화되면서 장르 자체가 역설적으로 불분명해지는 시대에 도달했죠. 이에 대해 아티스트로서 야드 액트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A. 장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요. 하지만 장르는 예술을 맥락화하고, 문화를 우리 모두가 탐색할 수 있도록 가시적인 시스템을 조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우리는 음악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장르를 사용하고 있어요. 팬으로서 저는 이걸 받아들이지만 예술가로서는 매번 장르를 거부하는 것이 의무죠. 일단 정의가 내려지면 저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어요.
1집의 빠른 성공 이후 성장통을 겪은 야드 액트.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졌던 그들은 2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1집보다 더 또렷한 자아를 마주하며 더 ‘야드액트스러운’ 결과물을 낳았다.
Q. 1집과 2집의 음악적 스타일이 조금 달라요. 특히 2집 [Where's My Utopia?]는 작업하며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어요. 또한 1집과 2집의 차이점에 대해 자신들의 변화를 꼽으며 “지난 2년 동안 제가 쓸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제 자신의 경험(only thing I could really write about from the last two years was my own experiences)”이라고 말했죠. 어떤 경험이 밴드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나요?
A. 프로 뮤지션이 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 모두가 꿈꿔왔던 일이었어요. 음악에 대한 전문성과 직업이라는 개념은 명백히 자본주의적 구조지만요. 아이러니하죠?
1집에서는 자신이 반대하는 시스템 안에서 일한다는 것에 영감을 받았어요. 2집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위와 금전적 이득이 주는 혜택, 그리고 이들을 얻음으로써 정신적으로 잃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했죠.
Q7. 실질적인 경험이 음악을 작업할 때 많은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경험은 어떻게 영감으로 이어져 음악으로 완성되나요?
A.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매개체로 삼아 더 높은 차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감정적으로요.

[Where's My Utopia?] © Yard Act
‘Where's My Utopia?’ 그래서 과연 야드 액트는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찾았을까. 밴드의 답변을 보며 유랑 생활을 지속하는 유목민을 떠올렸다. 무언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이 밴드에겐 유토피아, 그 이상향 역시 언젠가 버리고 떠나야 하는 집터가 아닐까. 세상보다 ‘나’에 집중하며 야드 액트는 자신만의 평화를 찾아낸 듯 보였다.
Q. 2집의 타이틀 명인 [Where's My Utopia?]에 대한 질문 역시 빼놓을 수 없죠. 사실 트랙을 살펴보면 자기 성찰,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주제가 얽혀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토피아와 거리 가 먼 것 같기도 한데, 작업을 하며 야드 액트만의 유토피아를 찾았는지, 그 유토피아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A. ‘Where's My Utopia?’란 수사학적인 질문일 뿐,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아요. 인생에서 승리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따위는 없어요. 만약 원하는 것을 얻게 되더라도 우린 그곳에서 또다시 싸워야 하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야 말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에요.
개인의 경험은 사회에도 적용되지만,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저는 항상 행복과 만족을 향한 여정을 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음악 안에서 제 과정을 기록하려 노력하는데, 재밌게도 그 안에서 묘한 평화를 찾게 되죠.
공백기 간 야드 액트의 경험에 기반한 이 앨범은 밴드를 옭아맨 포스트 펑크의 왕관을 벗어던지기 위한 몸짓이었다. 그리고 2집 발매 후 진행한 공연 도중 야드 액트가 관객들에게 건넨 짓궂은 질문. “우리 초기작을 더 좋아하세요?”
Q. 2024년 3월 한 공연에서 청중에게 "우리의 이전 작품을 더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는데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대중, 팬에게 사랑받는 음악과 추후 아티스트가 펼치고 싶은 음악 사이에서 고민할 것 같아요. 특히 야드 액트의 1집처럼 사랑받은 앨범이라면 더욱.
야드 액트 역시 1집과 2집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팬들에게 저런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게 된 이유와 궁극적으로 야드 액트가 펼치고 싶은 음악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무언가를 만들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속해서 움직이고 만들어야 한다고요. 어떤 시점에 벌어진 일에 대해 후회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나를 정의해서도 안돼요.
저는 관객들과 농담하는 것을 좋아해요. 우리의 유머 감각을 이해하고 음악에 투자하는 팬층이 있다는 건 행운이죠. 누구나 자신이 애정 하는 아티스트가 이뤄놓은 것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무언가 있잖아요. 그걸 기념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어요. 그때그때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해야죠.
상업적 성공 이후, 야드 액트는 성공을 버릴 각오를 말했다. 아, 이들에게 음악이란 목표를 위한 수단이 아닌 즐거운 놀이의 과정에 속하는 듯하다.
Q. 영국 리즈에서 결성되어 엘튼 존과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했고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같은 주요 페스티벌의 단골이 되었어요. 하지만 스미스는 “야드 액트는 의도하지 않고 빠르게 많은 것을 성취했다”라고 언급했는데요, 급격한 유명세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밴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 꿈꿨던 순간과 그 꿈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궁금해요.
A. 10대 시절부터 이런 성공을 꿈꿔왔고, 궁극적으로는 항상 야망을 갖고 있었어요. 제 천성이 그런 거죠. 하지만 야드 액트가 시작될 시점의 저는 생계를 위해 아티스트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했어요. 우린 그저 즐기고 있었고, 야망을 버리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새롭고 흥미로운 무언가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이젠 성공의 척도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지 않아요. 물론 성공은 예술의 부산물이고 그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음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걸 잃을 의향이 있죠.

© Yard Act
기나긴 문답 끝에 한국 팬들을 위한 야드 액트의 말이 도착했다. 갑자기 이날치와 바밍 타이거를 콕 집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답변. 이를 보자마자 귀에서 장난꾸러기 같은 그들의 노래가 맴돌았다.
Q. 11월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어요. 한국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인데, 한국에서 하고싶은 일과 한국 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A. 한국 팬 여러분, 한국에 있는 동안 음악과 영화, 음식에 흠뻑 취하고 싶어요. 우리가 현재 가장 좋아하는 두 밴드인 이날치와 바밍 타이거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주세요! (Shout out to Leenalchi and Balming Tiger!)
| Courtesy of Yard 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