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룡이 사랑한 폭스워런의 [Foxwarren]](https://resource.ualive.com/contents/post/2025/02/21/1403e8b3-f8fe-4740-bc21-ab30da21c059.jpg)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앤디 쇼프(Andy Shauf)의 2019년 내한 공연은 나에게 섬세한 사운드와 낮게 출렁이는 아티스트의 에너지에 압도되었던 공연으로 기억되어 있다. 어딘지 모르겠을 곳을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는 앤디 쇼프의 눈빛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을 그에게 집중시켰고 한없이 여리고 자유로운 그의 음성은 그곳의 시간을 유유히 이끌고 있었다.
©Foxwarren - [Foxwarren]
그런 앤디 쇼프에 대한 강한 인상은 그가 멤버로 있는 폭스워런(Foxwarren)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앤디 쇼프(guitars/keys/vocals)와 그의 고향 친구들 댈러스 브라이슨(Dallas Bryson, guitar/vocals), 대릴 키식(Darryl Kissick, bass), 에이버리 키식(Avery Kissick, drums & percussion)이 모여 만든 밴드 폭스워런. 결성된 지는 오래됐지만 2018년도에 비로소 동명의 첫 앨범 [Foxwarren]을 발매했다.
자신이 직접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며 결과물을 100%에 가깝게 컨트롤하고 책임지려하는 그의 성향 때문인지 앤디 쇼프의 솔로 앨범들은 한 땀 한 땀 잘 계획되어 만들어진 뜨개질처럼 조화롭고 정갈했다. 반면, 폭스워런은 앤디 쇼프의 솔로 앨범들과는 결이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밴드 악기들의 다이내믹이 부드럽게 출렁여서 그 내추럴함이 따뜻했고 거친 마무리가 그들 위에 깔려있는 쓸쓸한 무드를 더 드러내게 해 매력적이었다. 리드미컬했고 더 컬러풀하고 조금은 과감한 악기들이 등장했다.

©Chris Graham
물론 양 사이드에서 들리는 더블링 된 앤디 쇼프의 목소리는 여전히 섬세하게 이야기를 해나갔다. 앨범 내내 함께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게 흔들리는 촛불을 보고 있는 듯했다. 밴드의 말을 빌리자면 앨범의 수록곡 중 'To Be'는 오랜 수정을 거치다 녹음 직전에 완전히 달라지는 재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만큼 서로를 믿고 열린 가능성에 그들 스스로를 맡겼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오랫동안 생명력이 있었고 여운이 길었다.
어떤 날, 나는 마음의 거리를 두며 살고 있던 아버지의 병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입원해 계신 병원을 찾아가는 길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떤 이유였는지 그날 나는 차를 운전할 수 없었고 흐린 날 지하철을 타고 낯선 역에 내려 낯선 동네를 헤매야 했다. 아버지와 어색한 만남을 뒤로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한강을 건너서 집으로 돌아온 그날.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었던 날.
그날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바꿔 준 것은 이런저런 사건들이기도 했지만 그것들을 그림으로 만들어 준 [Foxwarren] 앨범 때문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낯선 동네를 바라보던 건조한 내 시선은 'Sunset Canyon', 병원이 있던 언덕을 걸어가는 길가에 있던 황당한 가게 이름의 간판들은 'I'll Be Alright',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 안에서 바라본 스쳐 가는 풍경들은 'In Another Life'로 기억되어 버렸다.
미안함, 걱정, 힘껏 거부하며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되돌아온 곳, 여러 흔들리는 감정들이 엉켜 있을 때 폭스워런의 음악은 나의 마음과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여운이 긴 기억으로 만들어 주었다.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그 공기를 바꿔버리는 힘을 가진 음악들이 있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그림으로 기억되게 만드는 것. 해가 지는 순간, 차가운 아침의 분주함, 퇴근길에 갈 길을 잃은 것 같은 쓸쓸함, 일상을 통과하며 바라보는 나를 사건의 중심으로 만드는 음악은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내게 몇 안 되는 기억 버튼이 되어 준 [Foxwarren]이다.
폭스워런은 이 앨범을 멤버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이끌어 내며 만들어 냈다고 했다. 외부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내부에서 길을 찾아갔다고 한 것이다. 당연한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극으로 둘러싸여진 우리들은 스스로의 안에 집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세상에 들려지는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목적지로 찾아가는 길의 표지판을 자기 자신 안에서 찾는다는 것은 무척 특별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면 안으로 안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다.
얼마 전, 앤디 쇼프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폭스워런의 활동을 예고하는 포스팅을 보았다. 2018년도니까 7년 전의 발매를 마지막으로 이들은 새 작업을 세상에 내놓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공연도 거의 없었다. 비록 언제든 놀라운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첫 앨범을 들을 수 있지만 나는 이들의 또 다른 7년의 이야기가 녹아 있을 그들의 융합을 즐기고 싶다. 또 내 시선과 그들의 새 음악으로 또 어떤 기억이 만들어질지 몹시 기대된다.
ㅣPhoto. Chris Gra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