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이좋았잖아…
벌써 뮤즈(Muse)가 한국에 안 온 지 10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여섯 번의 내한 공연을 진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기다림의 시간이 매우 길다. 뮤즈 공연에 갈증이 나있는 많은 팬들을 위해, 갈증을 해소해 줄 라이브 무대를 큐레이션 해왔다. 필자를 뮤즈에 입덕하게 만든 뮤즈의 라이브 공연들. 함께 살펴보자.
🎸 도입부 3초 만에 감전됨, Plug In Baby | Rome, 2013
쇠맛이라는 단어가 2000년대에 쓰였다면, 이 곡의 수식어가 되지 않았을까. 곡을 틀자마자 일렉 기타가 비명을 지르듯, 하이톤의 기타 노이즈가 귀를 감전시킨다. 이후 중독적인 기타 리프를 듣다 보면 도입부 10초 만에 쇠맛 충전 완료. 후킹한 도입부 덕분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뮤즈 팬들이 입덕 곡으로 'Plug in Baby'를 꼽는다.
'Plug in Baby'는 2집 [Origin of Symmetry]의 히트 싱글로, 여러 음악 매체에서 이 곡의 기타 리프를 2000년대 최고의 리프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상징적인 곡이다. 발표 직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1위, 이후엔 거의 모든 투어 셋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으며 라이브에서 팬들이 기대하는 곡 중 하나.
'Plug in Baby' 베스트 라이브 무대를 꼽자면, 2013년 로마 공연이다. "이게 되네"라는 말을 연발하게 만든 공연. 이 공연 영상을 통해, 달리며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를 처음 봤다. 6만 명 규모의 큰 무대에서 보컬/기타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는 'Plug in Baby'의 아이코닉한 기타 리프를 연주하며 질주한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발차기, 점프 등 여러 퍼포먼스를 하는데, 기타 연주는 끝까지 클린하다. 달리고 난 뒤, 숨 고를 틈도 없이 노래까지 하는데, 공연에 있어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 같았다. 언젠간 뮤즈 라이브를 꼭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공연.
🎸 듣자마자 말이 되, Knights of Cydonia | Reading Festival, 2011
'Knights of Cydonia'는 가장 라이브로 듣고 싶은 뮤즈의 곡이다. 말이 달리는 듯한 드럼 리듬, 떼창하기 좋은 코러스, 후반부에 터지는 기타 솔로까지. 관객들을 흥분시킬 요소들이 한가득이다. 뮤즈도 이 곡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체감했는지, 대부분의 내한 공연을 포함 대부분의 뮤즈 공연에서 이 곡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Knights of Cydonia'는 2006년 발표된 4집 [Black Holes and Revelations]의 마지막 트랙이다. 뮤즈의 맥시멀한 사운드가 가장 흥미롭게 구현된 곡으로 평가받으며, 앨범 발매 당시 영국 싱글 차트 10위에 올랐다.
'Knights of Cydonia' 베스트 라이브 무대를 꼽자면, 2011년 레딩 페스티벌(Reading Festival)이다. 이 페스티벌에서 뮤즈는 헤드라이너로 출연했는데, 마지막 날 마지막 무대에서 마지막 곡을 장식한 곡이 바로 'Knights of Cydonia'다. 즉, 이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Of 하이라이트를 담당한 셈. 약 9만 명의 사람들이 드러머 도미닉 하워드(Dominic Howard)의 연주에 맞춰 뛰는 장면은 특히 장관이다.
'Knights of Cydonia' 라이브 버전의 특징 중 하나는, 도입부에 하모니카 연주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이 멜로디는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작곡한 서부 영화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의 사운드트랙 'Man With a Harmonica'를 오마주한 것으로, 곡이 시작되기 전 시네마틱한 서부극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뮤즈는 2008년부터 이 파트를 공연에 도입했고, 이후로는 이 곡의 시그니처 인트로처럼 자리잡았다. 후렴에서는 반복되는 훅 "아-야-야" 파트에 관객들이 떼창하는데, 이 역시 관전 포인트. 이 곡에 떼창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하루 빨리 내한을 왔으면…!
🎸 베이스도 주인공이 될 수 있어…!, Hysteria | V festival, 2008
처음엔 몰랐다. 베이스가 이렇게 매력적인 악기인 줄은. 중학교 시절, 밴드 음악을 들을 땐 늘 기타나 보컬만 귀에 들어왔고, 베이스는 그냥 '있긴 한가 보지' 싶은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Hysteria'를 듣고,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기타도 드럼도 없이, 베이스가 단독으로 리프를 이끈다. 선명하고 공격적이다. 지금도 많은 베이스 입문자들이 이 인트로를 '입덕 리프'로 꼽는다. 연주 난이도도 제법 되는데, 그만큼 멋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Hysteria'는 "베이스는 잘 안 들리지만 중요하다"는 말에 아주 통쾌하게 반박해준다. 이 곡 앞에선, 베이스가 제일 잘 들린다. 'Hysteria'는 2003년 발표된 3집 [Absolution]의 대표곡 중 하나다. 발매 당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7위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라이브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셋리스트다.
라이브 베스트는 단연 2008년 V 페스티벌. 약 8만 명의 관객 앞에서 베이시스트 크리스 볼첸홈(Chris Wolstenholme)가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를 연다. 리듬 악기인 베이스와 드럼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지 않아, 괜히 보는 내내 뿌듯하다. 관중은 첫 리프만으로도 환호한다. 'Hysteria'를 라이브로 듣게 된다면, 난 아마 베이스가 잘 들리는 스피커 아래로 슬쩍 자리를 옮길 거다. 크리스의 리프를 조금이라도 더 또렷하게, 크게, 듣고 싶어서! 이 곡만큼은 베이스에 몰입할 가치가 있다.
🎸 4분짜리 노래가 8분이 되는 매직, Stockholm Syndrome | Wembley Stadium, 2007
"이게 세 명이 내는 소리라고?"
'Stockholm Syndrome'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이다.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신스까지. 악기들이 한데 엉켜 폭주하는데, 그 안엔 치밀한 질서가 있다. 뮤즈 특유의 맥시멀함이 가장 밀도 있게 구현된 곡이다. 기타는 디스토션을 가득 먹인 채 전진하고, 드럼은 쉼 없이 몰아붙이며, 베이스는 어둡고 단단한 리듬으로 중심을 잡는다.
이 곡은 2003년 발표된 3집 [Absolution] 수록곡으로, 발표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뮤즈의 가장 헤비한 트랙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Q 매거진은 이 곡의 기타 리프를 '역사상 최고의 기타 리프 100' 중 하나로 선정했다. 곡 후반부엔 보컬이 사라지고 악기만으로 이어지는 연주 구간이 나오는데, 이 잼(Jam) 파트는 음원에서도, 라이브에서도 늘 압도적이다.
베스트 라이브는 단연 2007년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다. 9만 관객 앞에서 폭주하듯 몰아치는 'Stockholm Syndrome'은 뮤즈 연주의 정점을 보여준다. 뮤즈는 이 곡의 아웃트로를 자유롭게 확장하며, 다양한 곡을 덧붙여 연주한다. 이 공연에선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Township Rebellion', 당시 미발매곡이었던 'Psycho'의 리프, 너바나(Nirvana)의 'Endless, Nameless'까지 연주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원곡만으로도 강렬한 이 곡이, 공연에선 세 배쯤 더 폭발한다. 2013년 내한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메탈리카(Metallica)의 'Enter Sandman'를 인트로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Freedom'을 아웃트로에 배치해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Stockholm Syndrome'의 아웃트로, 리필이 가능하다면 무한으로 받고 싶다. 하하. 원래 4분짜리 곡이 8분이 되는 마법. 다음엔 또 어떤 리프가 튀어나올까? 상상마저 즐겁다.
🎸 울고있어도 박수는 쳐야 해, Starlight | Rome, 2013
뮤즈가 늘 폭주하는 밴드는 아니다. 'Stockholm Syndrome'이나 'Hysteria'와는 달리, 이 곡에서는 힘을 빼고 부드럽게 감정을 밀어붙인다. 묵직한 리프 대신 잔잔한 감정으로 밀고 들어오는 뮤즈의 또 다른 얼굴. 그래서 'Starlight'는 입덕곡이기도, 애착곡이기도 하다. 기타보다 피아노와 신스가 중심을 잡고, 드럼도 웅장하기보다 절제된 박자로 곡을 이끈다. 애절하게 뻗어나가는 매튜 벨라미의 보컬은 이 곡의 핵심.
"Hold you in my arms / I just wanted to hold you in my arms"라는 후렴구는 말 그대로 마음을 붙잡는다. 'Starlight'는 2006년 발매된 4집 [Black Holes and Revelations]의 두 번째 트랙이자, 가장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진 곡 중 하나다. 뮤즈 특유의 우주적 세계관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보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결로 표현되며, 발매 당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3위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았다.
'Starlight' 베스트 라이브 무대를 꼽자면 단연 2013년 로마 공연이다. 6만 명의 관객이 손을 들어 박수를 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1-2-1-3’ 박자에 맞춰 치는 박수는 이 곡의 시그니처처럼 자리잡았다. 이 라이브 영상을 보며 '짝- 짝짝- 짝 - 짝짝짝' 박수를 치곤 했는데, 은근 박자 맞추기가 어렵다. 하하. 이 연습이 빛을 발할 날이 곧 오기를!

©Muse
PS. 보컬 매튜 벨라미의 요상한 잠자리 안경과 빨간 옷이 멋져보인다면, 당신은 입덕 완료.
ㅣPhoto. N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