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4년 결성된 미국의 전설적인 뉴웨이브/포스트 펑크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는 독창적인 퍼포먼스와 아방가르드 한 미학, 발매하는 앨범마다 끊임없이 확장되는 음악적 실험으로 뉴욕 펑크 씬을 대표하는 핵심 밴드로 자리매김하며 대중음악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1983년, 토킹 헤즈의 정규 5집 [Speak in Tongues] 발매를 기념해 진행된 동명의 투어 실황을 담은 영화이다. 대중과 평단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훗날 미국 의회 도서관에 영구 보존 영화로 등재되는 등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콘서트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아래는 오는 8월 13일, 국내 최초로 정식 개봉을 앞둔 <스탑 메이킹 센스>를 미리 관람한 에디터의 솔직 리뷰이다.

©찬란
<스탑 메이킹 센스>는 단순한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콘서트 필름의 범주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토킹 헤즈의 무대를 빌린 감독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는 그 위에 철저하게 계산된 하나의 심리극을 구축해냈다.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극 중 관객을 비추지 않는다. 오직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이 세계는 절제된 시작을 거쳐 공연의 셋리스트를 따라 밴드의 구성이 점차 확장되는 일종의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특히, 그 구조적인 리듬의 출발점이 ‘Psycho Killer’라는 점에서 조나단 드미의 또 다른 연출작 <양들의 침묵> 속 살인마 한니발 렉터(Hannibal Lecter)의 첫 등장처럼 관객은 무대 위에 작동하는 규칙을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그 안에 포획되고, 긴장감 속으로 이끌리게 된다.

©찬란
카메라는 마치 무대 위에서 함께 춤추듯 끊임없이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쫓고, 곡의 분위기와 정서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과 스크린의 구성은 단 한순간도 극 중 관객의 반응이나 상황에 합의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이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모든 것은 필연처럼 흐르며, 그 파장은 극 안을 넘어 스크린 밖에 앉아 있는 관객에까지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잠식되어가는 이 무대에 휘말린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은 단 하나, 점점 커져가는 이 순수한 에너지의 덩어리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것뿐이다.

©Sire / Warner Music Group
실제 공연을 다양한 각도에서 시네마적으로 구현한 데에 이어 리마스터링 된 영화의 사운드 또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개봉 당시 <스탑 메이킹 센스>는 상업 영화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 오디오 기술이 전면 도입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2023년, 4K 영상 리마스터링과 함께 기타리스트 제리 해리슨(Jerry Harrison)이 직접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한 새로운 오디오 믹스로 이전에 흐릿하게 묻혀 있던 디테일들을 한 층 더 선명하게 끌어올렸다.
특히 ‘Making Flippy Floppy’ 속 데이비드 번의 기타 솔로처럼 기존 버전에서는 사라졌던 순간들이 극장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기도 한다.

©On 8ight
결국 어찌 보면 <스탑 메이킹 센스>의 장르는 스릴러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시사회 당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터져 나오는 박수로 감정을 쏟아냈지만, 정작 88분의 러닝타임 동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뛰어다니고 싶은 흥분을 가만히 앉은 채 억눌러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Stop Making Sense
말이 안 되게 하라
말 그대로 말이 안 되는 이 특별한 경험을 음악을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l Photo. 찬란 / A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