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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밤하늘을 기억하시나요?
올해 8월은 궁수자리가 유난히도 반짝인 달이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궁수자리는 지혜롭고 현명한 켄타우로스족의 현자 케이론이 별자리로 승천해 탄생했는데요.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특히나 밝게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위치상 전체 별자리의 윗부분만 보인다고 해요.
궁수자리와 함께 무수히도 반짝였던 음악 씬,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빛을 내던 8월의 별들을
지금 바로 함께 만나보실래요?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
Dijon - [Baby]

©Skinny Bones Joans
아이를 갖는 것.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와의 우정을 잃지 않는 것. 여러 장르를 사랑하는 것. 1집 [Absolutely] 이후 디종(Dijon)이 겪은 삶의 진화는 복수형(plural)이었다.
세포가 분열해 생명을 이루고,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탄생한 종교가 입을 모아 공동체를 강조하듯 인간의 생은 어떻게든 부대끼며 살아가는 순간의 연속일 터.
디종은 분명 그 연속함수의 선상에 있는 것 같다. 아내와 꼭 닮은 아이를 만나고, 동료 맥기(Mk.gee)와 함께 활동 반경을 늘려가고,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를 이리저리 섞어보고. 살아보니,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이 과정이 참 아름답다고, 디종은 생각한 것 같다.
흔히들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는 딱 3번 찾아온다고 한다. 주변 사람이 바뀔 때, 장소가 바뀔 때, 시간을 달리 쓸 때. 사람들은 정작 그 순간이 도달함을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지만, 디종은 누구보다 기민한 감각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작품으로 승화해냈다.
[Baby]를 들을 땐 수능 국어를 풀듯 화자의 의도를 유추해낼 필요가 없다. 그의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가사로 풀어낸 개인사보다도 박자나 멜로디와 같은 비언어적 표현에 있기 때문. 첫 감상 당시 가사를 보지 않았음에도, 그가 타인과 세상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가슴과 가슴을 잇는 영적 전달 방식은 그가 이번 앨범에서 주로 택한 글리치(glitch) 사운드를 통해 극대화된다.
‘Baby!’ - ‘Another Baby!’
‘Yamaha’ - ‘FIRE!’
‘Automatic’ - ‘Kindalove’
총 12곡 구성의 [Baby]는 두 곡이 연속으로 묶인 위 세 지점에서 절정을 맞이하고,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트랙들은 절정의 환희를 조성한다. 또한 각 곡에서 불쑥 불쑥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악기 연주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생의 시련들을 경고한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세상에 전하는 디종의 이 편지를 읽고 나면,
당신도 분명 살아본 적 없는 삶을 온종일 그리워하게 될지 모른다.
🎧 전곡 청취를 권장합니다.
✒️ Editor Kimyo
흩뿌린 말들은 별이 되어
Dominic Fike - [Rocket]

©Columbia Records / Sony Music Entertainment
최근 몇 년간의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는 더 자유롭고 동시에 더 솔직해졌다. 아니, 어쩌면 이제서야 비로소 그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빠가 되었고, 신작 [Rocket]은 마침내 그의 삶과 시간선이 맞닿은 작품이다. 가택 연금 시절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데모들로 정식 발매 곡조차 없이 메이저 계약을 따낸 이력은 늘 업계가 요구하는 ‘루키’라는 타이틀의 책임을 지게 했다. 불과 재작년에 나온 정규 2집 [Sunburn]에서까지 그는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한 데 반해 여전히 데뷔 당시의 서사를 붙잡고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변화는 지난해 발표된 14분짜리 EP [14 Minutes]에서 시작됐다. 근 몇 년 간 산업 내 전형적인 앨범 발매 사이클에 반감을 드러내던 그는, “그냥 매일 음악을 만들 뿐”이라는 그의 말처럼 돌연 음악과 영상을 공개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닌 현재의 도미닉 파이크가 있었고, 그 흐름이 지금의 [Rocket]까지 이어졌다.
“Rocket is not an album.”
그는 굳이 이렇게 선을 그었다. 정규 앨범처럼 포장되고 프로모션되는 방식을 다시 한번 거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기에 [Rocket]은 소위 ‘정규 앨범’처럼 높은 완성도나 깔끔한 연출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러프한 질감과 즉흥적인 시도가 곳곳에 묻어 있으며, 완벽하게 다듬지 않았기에 오히려 가장 진실한 현재의 자신을 담아낼 수 있었다.
명성과 부성애, 성장과 자기 고백을 어떠한 은유도 없이 직설적으로 풀어낸 가사는 노랫말이 아니라 고백처럼 다가온다. 동시에 그는 이러한 부끄러운 고백을 숨기기 위해 가사의 감정을 정면으로 따라가지 않는 아티스트 특유의 따뜻한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톤으로 익숙한 사운드를 구성했다. 때론 의도적으로 보컬을 악기 밑에 묻히도록 믹싱을 해 그 간극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Sandman’, ‘Upset & Aggressive’ 같은 트랙들은 여전히 경쾌함을 잊지 않고 [Sunburn]의 색채를 환기하는 한편, 과거 그의 랩 스타일 또한 일부 구절에서 되살리는 등 그보다 더 이전의 뿌리까지 한 작품 안에서 이어낸다. 그렇게 [Rocket]이 겉으로는 흐름이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혼란스럽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가 지녔던 감정과 성찰 사이의 치밀한 줄다리기를 통해 도미닉 파이크라는 인물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겹쳐진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항성은 스스로 불타오르고 행성은 빛을 반사하며 존재를 드러내듯, 두 성질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도미닉 파이크는 자신의 고유한 내면과 외부의 반향이 교차하는 순간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의 [Rocket]에 올라타 그의 우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 ‘Aftermath’, ‘Sandman’, ‘One Glass’
✒️ Editor Meddlee
사랑의 전장에서
Mariah the Scientist - [HEARTS SOLD SEPARATELY]

©Epic Records
생물학도 출신 머라이어 더 사이언티스트(Mariah the Scientist)는 음악을 만들면서도 여전히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네 번째 앨범 [HEARTS SOLD SEPARATELY]는 ‘사랑은 전쟁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번 앨범은 늘 그래왔듯 솔직한 감정을 꺼내 놓은 실험의 최신판이다. 머라이어 더 사이언티스트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전쟁터로 비유하며,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을 넘어 진짜로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한 ‘감정의 전선’을 그린다.
[HEARTS SOLD SEPARATELY]의 사운드는 80년대 신스 R&B의 질감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프로덕션을 더해 새로운 색을 만들어냈다. 대표곡은 리드 싱글 ‘Burning Blue’. 반짝이는 신스 라인과 묵직한 드럼 패턴 위에 얹힌 그의 보컬은 뜨겁게 타오르면서도 차갑게 식은 공허함을 남긴다. 이 곡은 발매 후 빌보드 리드믹 에어플레이 차트(Rhythmic Airplay Chart) 1위에 오르며 머라이어 더 사이언티스트의 첫 메이저 히트곡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단순히 ‘복고풍 R&B’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는 트랙마다 다른 음악적 실험을 이어간다. ‘Is It a Crime’에서는 칼리 우치스(Kali Uchis)와 함께 관능적인 리듬과 하모니를 보여주고, ‘Eternal Flame’에서는 발라드의 서정성과 몽환적인 사운드를 교차시킨다. 각 곡은 서로 다른 감정을 보여주지만, 결국 모두가 ‘사랑이라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앨범의 큰 주제로 귀결된다.
외신들은 이 앨범을 두고 ‘사랑의 장과 감정의 무기를 동시에 꺼내든 작품’, ‘경계 없이 펼쳐진 음악의 전장에서 살아남는 솔직한 목소리”라 평했다. 평론가들의 말처럼, 머라이어의 가장 큰 무기는 화려한 보컬 기교가 아니라 감정을 숨기지 않는 진솔함이다.
결국 [HEARTS SOLD SEPARATELY]는 실험실에서 시작된 음악이자 전장에서 완성된 음악이다. 그는 사랑의 폐허 위에서 노래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쓰라린 패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향한 힘이 담겨 있다.
🎧 ‘Sacrifice’, ‘More’, ‘Rainy Days’
✒️ Editor Ally
| Photo. Skinny Bones Joans / Columbia Records / Epic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