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여러분 (눈물)

오늘은 드디어 막을 내린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 이하 트원파)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 정규 8집 [Breach]의 내용과 앨범의 감동 모먼트를 여러분께 설명..
네? 무슨 소리냐고요?
아.. 아니, 자.. 잠깐만요 여러분..
혹시 이 두 개 로고의 차이를 아시나요?

네????????
아.. 아니 그런 건 모르겠고, 애초에 스토리가 있었냐고요???

아이고 이럴 수가..
여러분, 이러시면 트웬티 원 파일럿츠의 음악의 재미가 80%는 깎인다고요..
안되겠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트웬티 원 파일럿츠 세계관의 정~말 핵심 내용만 빠르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따라오시죠!

하지만!!!!!
10년 동안 이어진 이 방대한 세계관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전에, 그 기원을 먼저 짚고 가면 더 재미있겠죠?
시간은 거슬러 거슬러..

2015년, 트원파를 정상의 자리에 앉힌 정규 4집 [Blurryface]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앨범에서 트원파는 멤버 타일러 조셉(Tyler Joesph)이 연기하는 캐릭터이자 그와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안과 우울을 상징하는 캐릭터 블러리페이스(Blurryface)를 내세웠는데요.
(타일러가 활동 당시 목과 손을 검게 칠했던 것도 바로 이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랍니다.)
그러나 이때는 이 이야기가 10년까지 이어질 정도의 방대한 세계관으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이런 게 있다’ 정도의 소위 다른 아티스트들이 컨셉 앨범이라 부르는 앨범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밴드는 다음 앨범을 구상하면서 이 좋은 소재를 일회성으로 끝내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 결과, 2018년 정규 5집 [Trench]에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본격적인 트원파의 세계관이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Blurryface] 이전에 발표했던 독립 앨범이자 정규 1·2집 [Twenty One Pilots], [Regional at Best], 그리고 정규 3집 [Vessel]의 요소들까지 유기적으로 끌어와 거대한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죠.

자, 그러면 이야기는 디립따 전개했느냐? 그것이 아니라..
바로 이때부터 팬들과의 거대한 상호작용이 시작됩니다.
2018년 4월 21일, [Trench] 발매 이전 한 레딧(Reddit) 유저가 트원파 공식 웹사이트의 [Vessel] 페이지에 숨겨진 URL을 발견하고 조사하던 도중 [Blurryface]의 노래와 관련된 점들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코드를 해석하고 URL에 대입하니 하나의 사이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트원파는 계속해서 이 사이트를 비롯해 SNS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암호 같은 단서를 뿌리며 팬들과 교감했고, 세계관은 점점 더 큰 서사로 확장되어 가죠.
설정상으로는 ‘dmaorg.info’가 앞으로 소개드릴 타일러 조셉의 캐릭터, 클랜시(Clancy)가 디마(Dema)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편지와 보도 등을 기재한 공간인데요.
그래서 여러분께 이 사이트에서 공개되었던 암호와 타임라인을 하나하나 해독해가며 정리해 드리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게 뭔데,,,
해독문을 들어도 어려운 암호와 현실적으로 설명만 몇 시간을 들어도 벅찰 정도의 분량이기에.. 복잡한 암호는 없이 단순히 세계관의 핵심 흐름과 이야기 전개에만 집중하려는 것이죠.
(인트로도 벌써 길어졌네요..)
자, 이제 진짜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야기는 트렌치(Trench)라는 대륙, 그리고 그 안의 도시 디마(Dema)에서 시작합니다.
디마는 거대한 원형 성벽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도시입니다.
도시 중앙에는 하늘로 치솟은 아홉 개의 탑이 자리하고 있으며, 각 탑의 구역을 아홉 명의 주교가 관할하고 있죠.
성벽 바깥으로는 네온 묘비가 끝없이 늘어선 광대한 공동묘지가 도시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곳의 시민들은 '스스로 삶을 끝내는 것만이 구원과 낙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교리에 사로잡혀 살아가는데요.
이는 바이알리즘(Vialism)이라는 종교로 불리며, 교리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글로리어스 곤(Glorious Gone. 영광스럽게 죽은 자들)이라 칭합니다.

아홉 명의 주교들은 니코 앤 더 나이너스(Nico and the Niners)라 불리며, 그중 리더인 니코(Nico)는 블러리페이스(Blurryface)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Blurryface] 앨범 당시 막연히 상징적 존재였던 블러리페이스가, 이 시점에서 구체적인 외부 세력으로 설정된 셈이죠.)

이 주교들의 이름은 [Blurryface] 앨범의 각 트랙 가사에서 따온 것이지만, 유일하게 니코만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이러한 디테일이 무지 많습니다..)
주교들은 자신들만의 염력을 사용해 베셀(Vessel. 그릇, 매개체)이라 불리는 시체들을 조종하거나, 의식을 옮겨 담아 생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한 몸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기에, 끊임없이 바이알리즘을 강요하며 새로운 그릇을 확보하려는 것이죠.

클랜시(Clancy, 타일러 조셉의 캐릭터)는 나이나 출신지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9살 무렵부터 디마에서 살아왔으며, 9명의 주교 중 키온스(Keons)가 다스리는 구역에 속해 있었습니다.
생각하고 기록하는 능력이 뛰어난 클랜시는 나이를 먹어가며 디마의 모순을 깨닫게 되었고, 점차 도시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중 그는 과거 시대의 이야기와 성벽 너머 세상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면서 바깥 세계를 동경하게 되죠.
그래도 아직은 어린 나이였던 클랜시는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매번 주교들에게 발각되어 다시 끌려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트원파 세계관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Heavydirtysoul’ 뮤직비디오에서 마침내 첫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클랜시는 기지를 발휘해 니코를 속여 차에 오릅니다. 그 차는 도시 외부로 향했고, 이때 길가에서 갑자기 토치베어러(Torchbearer, 횃불을 든 자. 조쉬 던의 캐릭터)가 나타나 소란을 일으키며 니코와 클랜시를 갈라놓습니다. 결국 클랜시는 니코로부터 벗어나 트렌치에 도달하게 되죠.
그는 정신을 잃었다가 강에서 깨어나게 되는데요. 그리고는 절벽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밴디토(Banditos)들을 처음 마주하게 됩니다. 밴디토는 디마 시민들을 해방시키려는 반란군이며, 클랜시의 탈출을 도왔던 토치베어러가 바로 이들의 수장이었죠.

그러나 클랜시는 곧 니코에게 다시 추격당하고, 스미어(Smear)라 불리는 정신적 지배를 당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목과 손에는 [Blurryface] 시절처럼 검은 흔적이 남았다.)
하지만 절벽 위의 밴디토들이 뿌린 노란 꽃잎 덕분에 그는 지배에서 벗어나 다시 도망을 칠 수 있었죠.
그러나 곧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결국 다시 붙잡히게 됩니다.
다시 디마로 끌려온 클랜시는 바이알리즘에서 행해지는 어둠의 의식인 영광의 연례 집회(Annual Assemblage of the Glorified. 매년 사람을 그릇으로 만드는 집회) 기간을 틈타 또 한 번 탈출을 계획합니다.
여기서 잠깐!

뮤직비디오 속 보이는 바로 이것이 디마에서 죽은 자를 묻어놓은 네온 묘비의 모습인데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어떤 형상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바로 트원파의 로고 I-/가 이 네온 무덤을 거꾸로 뒤집은 형태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는 디마와 주교들에 저항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죠.

인트로에서 보여드렸던 이 로고는 [Trench] 활동 당시 사용된 버전으로, 트원파가 ‘Jumpsuit’ 뮤직비디오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 띠가 달린 점프슈트를 입은 밴디토들의 등장을 로고를 통해 알린 것이죠. (점프슈트를 입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선이 두 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클랜시가 혼자 탈출을 도모하던 사이, 밴디토 역시 그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한번 디마에 잠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클랜시는 토치베어러와 재회하죠. 두 사람은 주교들의 의식을 방해하기 위해 ‘Nico and the Niners’를 함께 부르며 혼란을 일으킨 뒤, 지하 터널을 통해 몰래 도시를 빠져나갑니다.
도시를 빠져나온 클랜시는 밴디토의 캠프에 도착해 머리를 깎고 의식을 치르며 밴디토의 색과 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잠시뿐이었죠.
이번에는 그의 구역을 다스리던 주교 키온스에게 발각되어 다시 디마로 끌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전과 달랐습니다.
수차례의 탈출 시도와, 그가 꾸준히 ’dmaorg.info’에 남겨왔던 기록들 덕분에 클랜시는 이미 디마 시민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가둬만 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죠.
결국 주교들은 새로운 방법을 택합니다. 먼저 ’dmaorg.info’를 폐쇄시키고 그를 감금해 그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했죠. 그리고 글을 쓰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극대화된 순간, 강제로 자신들을 위한 선전물을 제작하도록 강요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선전물이 바로 정규 6집 [Scaled and Icy]입니다.
(앨범 제목을 애너그램으로 풀면 “Clancy is Dead(클랜시는 죽었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러한 스토리 때문에 트원파의 이전 음악적 스타일과는 매우 다른 앨범이 발매되어 스토리를 모르는 팬들은 이때 꽤 탈덕을 하기도 했다는..)

이와 동시에 디마의 거국적인 TV 쇼 〈Good Day Dema〉가 시작됩니다. 실제로는 〈Twenty One Pilots Livestream Experience〉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이 영상에서 클랜시는 마치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공연처럼 보이지만, 무대 곳곳에 이상한 점들이 드러납니다. 클랜시가 반란이나 개인의 힘에 관련된 가사를 부르려 하면 노래가 중단되거나 가사가 조작되었고, 심지어 쇼의 진행자가 갑자기 앨범을 홍보하는 영상으로 전환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Good Day Dema〉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주교들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파티를 준비하는데요. 다음 영광의 연례 집회에 앞서, 그들은 잠수함 안에서 디마의 (곧 그릇이 되는)VIP 시민들과 호화로운 파티를 열고 그 무대에서 클랜시가 공연을 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바다에 살던 거대한 용이 잠수함을 공격하며, 잠수함은 그대로 침몰하고 맙니다. 이 틈을 타 클랜시는 토치베어러와 함께 탈출할 수 있었죠.
바로 이 용이 정규 6집 [Scaled and Icy]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용, 트래시(Trash)입니다.
후에 타일러 조셉은 한 인터뷰에서 트래시를 ’창의력, 상상력, 그리고 궁극적으로 음악의 힘’을 상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앞으로 스토리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디마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죠.

실제로 [Scaled and Icy] 활동 당시 트원파의 로고는 기존과 달리 삼지창 형태로 바뀌었는데요. 이 삼지창은 여러 상징을 담고 있었습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의미하기도 하고, 염력을 뜻하는 그리스어 ’ψυχἠ κἰνησις’의 첫 글자를 본뜬 형태이자, 나비를 닮은 문양으로 기독교에서는 부활의 상징으로도 해석되었죠. 이런 다양한 해석을 통해 팬들은 클랜시가 곧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 추측이 맞았는지,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아, 그런데 토치베어러는 갑자기 어디서 나왔냐고요..?

잠깐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물살에 휩쓸려 볼소이(Voldsøy. 노르웨이어로 ‘폭력의 섬’)라는 섬에 표류한 클랜시와 토치베어러는 섬을 탐험하다가 한 동굴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신비로운 생명체 네드(Ned)의 무리를 마주하게 되죠.

Ned는 Neuro-Expansion Device(신경 확장 장치)의 약자이다.
네드의 뿔은 주교들이 염력을 행사할 때 사용하는 도구였는데, 네드는 클랜시에게 뿔과 함께 염력을 쓸 수 있는 힘을 나눠줍니다. (네드의 뿔은 창작의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이로써 주교들만이 쓸 수 있다고 여겨졌던 능력을 얻은 최초의 인물이 된 클랜시는 곧바로 이 힘을 사용해 죽은 키온스의 시체를 되살리고, 디마의 탑에 불을 지릅니다.

네? 키온스가 갑자기 시체요?
네, 사실 이 모든 것은 키온스와 토치베어러가 오래전부터 짜온 계획이었습니다. 그들은 디마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쟁을 준비했고, 그 핵심은 클랜시가 염력을 다룰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죠.
토치베어러는 오랫동안 네드와 교류해 왔고, 잠수함을 습격했던 바다의 용 또한 사실은 키온스가 염력으로 조종한 것이었습니다. (이 비밀이 드러나 다른 주교들이 키온스를 처형하는 장면이 바로 ‘The Outside’ 뮤직비디오의 초반부입니다.)
결국 염력의 힘을 얻게 된 클랜시는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하는데요.
볼소이 섬에서 준비된 배를 타고 디마로 돌아오기 위해 바다로 나온 클랜시는 염력을 이용해 디마에 있는 시체를 조종하고 도시의 실체를 시민들에게 폭로합니다. 그 결과 시민들도 마침내 반란에 동참하게 되었고, 그렇게 디마에 맞서는 혁명에 불이 붙게 되었죠.
때맞춰 트렌치 대륙의 해안에 도착한 클랜시는 ‘진짜’ 토치베어러와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 또한 사실 키온스와 토치베어러의 계획이었고, ‘’Levitate 뮤직비디오에서 키온스에게 붙잡힌 뒤부터 클랜시와 함께해 온 토치베어러는 진짜가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투영된 환영이었던 것이죠. 실제 토치베어러는 그동안 밴디토들을 이끌며 은밀히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Paladin Strait’는 트원파 세계관의 해협입니다.
모든 준비를 끝낸 클랜시와 토치베어러, 그리고 밴디토들은 드디어 디마로 향하는데요.
한편, 주교들 역시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독수리를 통해 밴디토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동시에, 염력을 사용해 시체 군단을 만들어내며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죠.

그렇게 최후의 전투가 시작되고, 클랜시는 혼란 속에 몰래 니코의 탑에 잠입하여 그곳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주교들을 하나씩 쓰러뜨린 뒤 결국 니코와 마주하게 됩니다.
“So few, so proud, so.. emotional. Hello, Clancy.”
“너무 적고,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감정적이군. 반가워, 클랜시.”

자,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앨범 [Breach]입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을 설명드리기에 앞서, 팬들이 현재 결말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나 세부적인 해석은 조금씩 다른 결말이라 이 글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해석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마지막 결투가 시작되자 니코는 다시 한번 클랜시의 정신을 지배하려 하고, 뮤직비디오는 그런 클랜시의 내면을 비추어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사투를 벌이는 클랜시 앞에 토치베어러가 나타나, 정신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점프슈트를 건네주죠. 하지만 이번에는 클랜시가 그 도움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니코의 지배를 거부하며 깨어납니다.
정신적 대립이 무너진 순간, 결투는 물리적 싸움으로 번집니다. 클랜시는 네드의 뿔을 들고 니코에게 맞서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니코는 계속해서 클랜시를 압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 ‘Heavydirtysoul’, ‘Levitate’, ‘Jumpsuit’의 장면들이 교차하며, 클랜시가 늘 도망치려 했던 모습을 다시 보여줍니다. 현실의 클랜시 역시 점점 수세에 몰리게 되죠.

한편, 토치베어러는 8명의 밴디토와 함께 클랜시를 돕기 위해 탑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클랜시는 니코에게 네드의 뿔을 빼앗기고, 결국 그 뿔에 찔려 패배하고 맙니다. 설상가상으로 니코는 유일한 무기였던 뿔마저 부러뜨려 버리죠.
토치베어러가 탑 정상에 막 도착했을 무렵, 클랜시의 눈앞에 다시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과감히 니코를 마주했죠. 그 순간 현실의 클랜시도 다시 일어나, 트웬티 원 파일럿츠의 로고를 형상화한 핸드 사인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해 마침내 니코를 무찌릅니다.
그렇게 모두가 평화를 되찾은 듯 보였지만..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전환을 맞습니다.
클랜시는 탑의 벽에 걸려 있던 붉은 커튼을 걷어내어 몸에 뒤집어썼고, 뒤돌아선 그의 얼굴은 입까지 검게 물들어 있었죠.

결국 클랜시는 새로운 니코, 블러리페이스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탑에 올라온 밴디토들에게 로브를 건네주고, 오직 토치베어러만이 그 옷을 받지 않은 채 떠납니다. 그렇게 디마에는 다시 새로운 9명의 주교가 탄생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에필로그에서는 토치베어러와 또 다른 밴디토의 대화가 이어지는데요.
What now?
이제 어떡할 거야?
I really liked this Clancy.
나는 이 클랜시가 정말 좋았어.
Yeah. Me, too.
나도 그래.
But that’s not Clancy up there anymore.
하지만 저 위에 있는 건 이제 클랜시가 아니야.
He’s out there somewhere.
클랜시는 저 밖 어딘가에 있을 거야.
And we will try again.
그리고 우리는 다시 시도할 거고.
Again?
다시?
Always.
항상.

그렇습니다. 트원파가 예전부터 살짝씩 암시를 해왔지만 결국 ‘클랜시’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역할이었고, 이 이야기는 하나의 서사가 끝나더라도 또다시 반복되는 루프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죠. (‘The Contract’ 뮤직비디오 속에서 표현된 클랜시 내면의 반복 연출 역시, 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던 것이었죠.)
그리고 이는 타일러 조셉이 실제로 겪었던 정신적 고통과 내적 싸움,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이 거대한 세계관으로 은유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세계관의 결말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과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마치 만화나 영화처럼 주인공이 악을 무찌르고 완전히 승리(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는)하는 극적인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닌, 실제 정신 질환처럼 계속 신경 쓰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클랜시 곁에서 끊임없이 도움을 주던 토치베어러의 존재처럼, 이는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The Contract’ 뮤직비디오에서 토치베어러가 건네는 점프슈트를 클랜시가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클랜시가 이를 받지 않고 이미 무너질 것을 암시했다는 해석과 함께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하죠.
또한 네드의 뿔(창작의 힘)을 클랜시와 주교가 모두 사용한다는 설정 또한 명성과 성공을 얻은 이후 쉽게 안주하거나 타락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라는 해석 등..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많은 교훈을 주는 트원파의 세계관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트원파는 이번 이야기가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하긴 했지만, 여러분들도 혹시 이 글을 통해 트원파의 세계관에 흥미가 생기셨다면, 이번에는 스토리를 인지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제가 설명드리지 않았던 암호나 단서들과 같은 디테일들과 다시 한번 보시면 재미가 훨씬 커질 것입니다.
아 참! 그리고 이번 앨범의 디지털 한정판 [Digital Remains]에만 수록된 트랙 ‘Drag Path’는 세계관의 또 다른 결말을 담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것도 함께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자, 그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 세계관의 흐름만을 설명드렸지만, 사실 트원파의 곡들 속에도 당연히 이러한 서사적 포인트가 녹아 있는데요.
이번 신보 [Breach]의 수록곡 중에서도 특히 팬들의 마음을 울린 몇 포인트를 짚어드리며 저는 물러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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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라인 표기는 비디오상 기준이 아닌 음원상 타임라인입니다.
[Vessel] (2013)
‘Migraine’ - 2:06
Behind my eyelids are islands of violence
내 눈꺼풀 뒤에는 폭력의 섬들이 있어
My mind's shipwrecked, this is the only land my mind could find
내 마음은 난파되었고, 이것이 내 마음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땅이야
[Breach] (2025)
‘City Walls’ - 2:06
From the mainland to the island of violence
본토에서 폭력의 섬까지
It was the same plan for a while, decided
한동안은 같은 계획이었지만
→ 볼소이(Voldsøy) 섬이 가사에 다시 한번 등장하며 디마 공격 계획이 오랫동안 구상되었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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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ssel] (2013)
‘Holding on to You’ - 2:19
Entertain my faith, Entertain my faith
내 믿음에 활기를 줘
[Breach] (2025)
‘City Walls’ - 4:11
Entertain my-, Entertain my faith
내 믿음에 활기를 줘
→ 종교적인 관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 가사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누군가가 삶에 대한 믿음을 지켜주고, 살아갈 이유를 제시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도 같은 가사가 다시 등장하며,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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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ssel] (2013)
‘Car Radio’ - 0:41
I hate this car that I'm driving, there's no hiding for me
내가 운전하는 이 차가 너무 싫어, 숨을 곳이 어디에도 없잖아
I'm forced to deal with what I feel
감정을 추스러야 되는데
There is no distraction to mask what is real
현실을 가릴 수 있는 건(음악) 어디에도 없어
[Breach] (2025)
‘Drum Show’ - 0:53
He drives fast just to feel it, feel it (Feel it)
그는 그저 느끼기 위해 빠르게 운전해
He drives slow if his song's not over (Feel it)
그는 노래가 끝나지 않으면 천천히 운전해
→ 이는 과거 ‘Car Radio’에서 자동차를 각자의 고유한 삶의 길에 비유했던 맥락과 연결됩니다. 실제로 라디오를 도난당한 경험에서 비롯된 이 곡에서, 타일러 조셉은 소음이 사라진 채 홀로 운전하며 억눌러왔던 생각들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을 묘사하죠.
타일러 조셉에게 자동차는 숨을 곳 없는 갇힌 공간, 심리적 한계에 내몰리는 장소로 나타나고, 라디오는 불안을 잊게 해주는 도피처이자 외부 자극의 은유로 사용됩니다. 침묵 속에서는 어둠에 잠길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인식하고 극복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이 드러나기도 하죠.
신보 ‘Drum Show’에서도 이러한 내면 상태에 따른 선택이 운전 속도의 변화로 비유되며 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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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ssel] (2013)
‘Ode to Sleep’ - 4:56
I will set my soul on fire
내 영혼에 불을 지르겠어
What have I become?
난 무엇이 되었지?
I’m sorry
미안해
[Breach] (2025)
‘Downstairs’ - 3:04
Oh, what have I become?
난 무엇이 되었지?
Dirty and wretched one
더럽고 비참한 자
Am I unholy land?
나는 불경한 땅인가?
Have I forced your hand?
내가 결국 당신을 어쩔 수 없게 만든 걸까요?
→ 타일러 조셉은 ‘Ode to Sleep’에서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악마를 완전히 몰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밝히는데요. “내 영혼에 불을 지르겠다”라는 가사는 그가 가진 그의 신념과 상충되는 생각이 그를 어디로 이끌지 암시하고 있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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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ssel] (2013)
‘Truce’ - 0:26
The sun will rise and we will try again
해가 떠오르면 우린 다시 시도할 거야
[Breach] (2025)
‘Intentions’ - 1:14
You will fail most every day and every way
당신은 매일, 모든 방면에서 실패할 거예요
Did you learn a thing?
뭔가 배우셨나요?
→ 각 앨범의 마지막 트랙 ‘Truce’와 ‘Intentions’, 이건 가사만 봐도 바로 스토리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
그리고.. ‘Intentions’는 ‘Truce’의 반주를 거꾸로 뒤집어 만든 노래라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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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정말로 이렇게 <트웬티 원 파일럿츠 완정 정복>의 끝이 났는데요. 긴 글을 따라와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함을 전하며, 트원파의 메시지처럼 여러분의 매 순간이 희망이라는 불빛으로 이어지되, 그 빛이 타인의 온기와 함께 더욱 환하게 빛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l Photo. Twenty One Pil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