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이 밴드가 특별한 이유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본 밴드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브랜디 센키(Brandy Senki)는 데뷔곡 ‘Musica’의 뮤직비디오가 어느새 600만 조회수를 넘기며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단 1년 전 공개된 ‘Coming-of-age Story’ 역시 이미 100만 회를 돌파했다. 그저 자신들의 발자취를 있는 그대로 담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어느새 이들을 ‘청춘을 대변하는 신인 밴드’라고 부르고 있다. 정작 멤버들은 청춘을 의도한 적 없다고 말하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브랜디 센키의 음악에 마음을 기울이는지도 모른다. 밴드의 이름처럼 거창한 전쟁의 기록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혼란과 불안, 순간의 떨림을 솔직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반짝였지만 아프고, 뜨거웠지만 때로는 허무하기까지 한 그 감정들은 자연스럽게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진심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도 전해졌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이어 첫 단독 내한 공연까지 매진시키며 브랜디 센키는 지금, 한국 리스너들의 마음에도 확실히 스며들었다.
신인이라기엔 놀라울 만큼 단단하고, 경험 많은 밴드라기엔 여전히 날것의 싱그러움이 남아 있는 브랜디 센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청춘을 기록하고 있는 이들을 유얼라이브가 만나보았다.

©Edo Sota
한국 팬들을 위해 멤버별 각자 소개 및 인사 부탁드립니다.
유얼라이브 팬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 브랜디 센키(Brandy Senki)입니다. 저는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하즈키(はづき), 베이스를 맡고 있는 미노리(みのり), 드럼을 맡고 있는 보리(ボリ)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데뷔 3년 차, 드디어 올해 정규 데뷔 앨범 [BRANDY SENKI]를 발매했는데요. 축하드립니다. 첫 정규를 선보인 소감이 어떠신지, 그리고 멤버별로 이번 앨범에서 추천하는 곡이 있으신가요?
이 앨범은 결성 당시부터 지금까지 발매된 저희의 곡을 하나로 정리한, 올해의 저희를 대표하는 앨범입니다. 앨범 제작 자체가 처음이었는데요, 이미 발매된 곡들도 많은 분들이 새롭게 들어주신 것 같아서 저로서도 매우 보람찼습니다.
[멤버들의 추천 곡]
하즈키 春 (하지만 매일매일마다 바뀝니다!)
미노리 水鏡
보리 Fix

©Edo Sota
밴드 이름을 걸고 데뷔 앨범을 발매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발매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발매를 앞두고 염려되는 부분 같은 건 없었는지요?
셀프 타이틀로 정한 이유는 앨범 자체가 명함과도 같은, ‘지금의 저희’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밴드 이름을 앨범명으로 정했습니다.
염려되었던 부분을 하나 들자면, 앨범의 마지막 곡 ‘Untitled’가 유일한 사랑 노래인데 그 노래로 앨범을 마무리함으로써 앨범의 테마가 ‘사랑’이라고 받아들여질까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곡을 앨범의 ‘추신’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곡을 마지막 트랙에 넣었고, 발매 후 팬분들도 ‘추신’으로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발자취’라는 말을 들으니 밴드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요. 브랜디 센키라는 이름은 브랜디(술의 일종)에 전기(戦記, 직역하면 ‘싸움·전쟁의 기록’)를 합쳐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밴드가 결성 이후 지금까지 기록해 온 싸움의 발자취는 어땠는지, 그리고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새롭게 기록된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싸움’이라는 의미에서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일본의 밴드문화 중 *타이반(対バン)이라는 게 있습니다. 단독 라이브가 아니라 2, 3팀이 마치 'vs(경쟁)'하듯이 공연하는 문화인데, 거기서 여러 밴드와 공연한 것도 하나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취재를 나와주신 것처럼 저희가 이제는 해외에서도 공연이 가능해졌다는 부분들이 새로운 기록이자 올해 저희에게 있어서는 큰 전환점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타이반(対バン)은 여러 밴드가 한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일본 특유의 합동 라이브 문화이다. 일반적으로는 합동 라이브, 합동 공연 등으로 번역되나 대결을 강조하는 경우는 다를 때도 있다. 일본에서는 타이반에서 시작해 원맨(단독 공연)으로 성장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브랜디 센키를 소개하는 글들에선 유독 ‘청춘’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밴드가 생각하기에 청춘이라는 수식어가 달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청춘이라는 단어 외 밴드의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Coming-of-age Story’ 뮤비가 10대들의 아름답지만 현실적인 감정을 반영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청춘이라고 받아들여 주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청춘이라고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저는 항상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인 가사, 곡을 쓰고 있습니다. 청춘 한 가운데 서 있는 저희는 청춘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작업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봐 주신 분들이 자신의 과거 경험을 투영해서 봐주셔서 청춘으로 받아들여 주신 것 같습니다. 제작 단계에서 청춘을 의식하고 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즈키 다만 제가 ‘Coming-of-age Story’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소녀, 소녀들처럼 10대에게 느끼는 진짜 청춘은 단지 반짝이기만 한 순간이 아니라, 때로는 힘들고 허망하거나 무기력함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현실이자, 진짜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밴드의 음악을 한 단어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데 공감하는 것이 지금껏 밴드의 음악만 보더라도 힙합,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이거나 콩가, 반조, 첼로 등 독특한 악기가 사용되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요. 이처럼 곡을 만들 때 새로운 시도에 대해 밴드 멤버들은 의견을 어떻게 나누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곡을 만들 때는 항상 멤버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는 설령 처음엔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도 일단 시도해 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수록곡 ‘27:00’에 들어가는 요소들도 보리가 제안해 준 것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멤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 ‘27:00’에는 콩고(타악기의 일종)가 사용되었으며 브레이크비트, 베이스 리듬이 독특하게 어우러져있다.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이어 내일 열리는 매진된 단독 공연까지 연달아 방문하게 됐는데, 이러한 한국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예상하셨나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새로운 국적의 팬들과 직접 교류한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여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한국에서 처음 하는 공연이었는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일 줄은 전혀 몰랐어요. 와주시는 분들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무대에 올라가 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특히 관객분들이 일본어로 떼창을 해주신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외국어임에도 불구하고 가사를 외워와 따라 불러주신 게 정말 놀라웠고, 큰 감동이었습니다.
밴드의 곡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The End of the F***ing World’ 같이 직접적으로 곡으로 드러난 것 외에 밴드의 활동에 다른 형태로 영감을 준 작품이 있나요?
하즈키 제가 <파이트 클럽>이라는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 영화의 OST인 픽시즈(Pixies)의 ‘Where Is My Mind?’라는 곡을 공연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이어 이번 단독 공연에서도 해당 음악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멤버들 각자 뮤지션이 되는데 영향을 받았거나 혹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하즈키 너바나(Nirvana)를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삼인조인데도 매우 강렬한 음압, 하지만 어딘가 틈도 느껴지는 그 밸런스에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About a Girl’이라는 곡은 기본적으로 두 개의 코드 진행이 계속 반복되는 곡인데 코드 두 개로 곡이 진행된다는 점에 특히 큰 충격을 받았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노리 저는 혼자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아라시(ARASHI)를 비롯한 J-POP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밴드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친구가 FM 라디오 방송을 추천해 줬던 것이 계기였고, 그때 다양한 밴드 음악을 접하면서 저도 밴드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보리 밴드 드래곤 애쉬(Dragon Ash)를 좋아합니다. 믹스쳐 록이라는 장르가 있는데, 록 사운드에 다양한 음악 장르 요소를 섞어도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팬이 되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 브랜디 센키의 팬이었던 유얼라이브 에디터는 선물로 밴드의 첫 번째 EP [人類滅亡ワンダーランド]의 캐릭터를 패러디하여 디자인한 티셔츠를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공연을 앞둔 소감과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본 밖에서 공연하는 것도 처음이고, 한국에서 단독으로 무대를 갖는 것도 처음이라 굉장히 긴장되고 동시에 설렙니다. 아무쪼록 팬 여러분들도 자유롭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P.S. 브랜디 센키와 함께한 영상 인터뷰도 곧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l Photo. adidas Japan / O-kubo Shoui / Edo Sota / Brandy Senki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