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발이 휘몰아치다가도 잠시 외투를 벗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날씨가 찾아오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맹렬한 찬바람이 우리를 옭아매는 나날들입니다.
변화무쌍한 날씨와는 별개로, 우리의 귀는 여전히 매력적인 음악들로 채워지고 있죠. 여러분의 1월을 책임져 준 음악은 어떤 곡들이었나요? 어떤 노래들과 함께 하루를 흘려보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 에디터들 역시 각기 다른 취향의 음악들로 마음을 풍성하게 채우며 1월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1월에 뭐 들었냐면요?
🎧 Paul McCartney, Eric Clapton - ‘Something (Live)’
1969년 발매된 비틀즈(The Beatles)의 클래식 명곡 ‘Something’은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왔던 음악이었습니다. 어느 날, ‘Something’의 라이브 영상이 보고 싶어져 듣게 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무대는 원곡과는 또 다른 맛을 주었는데요.
우쿨렐레와 함께 가벼운 리듬으로 시작한 폴 매카트니의 노래는 에릭 클랩튼의 강렬한 일렉 기타와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죠. 오케스트라 현악기와 코러스, 밴드 세션이 더해진 ‘Something’은 서정적인 사운드로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겹겹이 쌓이는 풍부한 사운드로 듣는 이를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 Djo - ‘Charlie's Garden’
넷플릭스(Netflix)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기묘한 이야기>를 모든 시리즈가 끝나고 나서야 정주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이면,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켰고, 하루종일 <기묘한 이야기>를 시청했죠.
특히, 스티브 역을 연기한 조 키어리(Joe Keery)는 아티스트 활동명 ‘조(Djo)’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이 종영된 후, 그의 음악은 더욱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지난 해 발매된 3집 [The Crux]에 수록된 ‘Charlie's Garden’은 <기묘한 이야기> 애청자라면 아마 더욱 반갑게 느껴지실 겁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은 <기묘한 이야기> 조나단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찰리 히튼(Charlie Heaton)의 집 정원에서 쓰여진 곡이라고 하죠. 곡 중반에 등장하는 그의 나레이션은 두 사람의 끈끈한 브로맨스를 보여줍니다.
🎧 Harry Styles - ‘Aperture’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돌아왔습니다. 6분에 가까운 새로운 싱글과 말이죠. 개인적으로 2022년 발매된 해리 스타일스의 3집 [Harry's House]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신작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습니다. [Harry’s House]를 함께 제작한 프로듀서 키드 하푼(Kid Harpoon)이 참여했기 때문이죠.
오는 3월 발매될 4집 [Kiss All the Time. Disco, Occasionally]의 선공개 트랙은 그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줬습니다. 카메라 조리개를 뜻하는 ‘Aperture’를 제목으로 차용해 빛을 들이켜 사랑과 진실을 향하는 그의 음악은 듣기만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줬죠. 3년의 시간이 지난 해리 스타일스는 우리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 Editor Ally
🎧 時速36km(36km/h) - ‘Gazer’
우연한 계기로 좋은 음악을 마주하는 것만큼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
제가 이번 달 플리에 담아두었던 곡은 도쿄 출신 록 밴드 시속 36km(時速36km)의 ‘Gazer’인데요.
일전에 에디터 Meddlee가 추천드렸던 171(이나이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무작정 일본행 티켓을 끊었던 저는 그날 오프닝 무대로 이 밴드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171 보러 간 이야기는 조만간 또 들려드릴게요…!)
그렇게 음원이 아닌 라이브로 처음 만난 시속 36km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고, 덕분에 여행이 끝나도 계속해서 함께 남은 곡이 되었습니다.
해당 곡이 수록된 EP [Around us] 역시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인상적인 트랙들로 가득하니, 함께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CAPSULE - ‘RGB’
마찬가지로 이번 곡은 171 공연장 대기 음악으로 흘러나오며 알게 된 음악인데요.
뒤늦게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광고 음악으로 꽤 자주 사용되었던 아티스트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2009년 내한 공연까지 했다는…)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캡슐(CAPSULE)은 1997년 결성된 팀으로 일본의 인기 걸그룹 퍼퓸(Perfume)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나카타 야스타카(Yasutaka Nakata)가 결성했는데요.
위 곡이 수록된 정규 3집 [phony phonic]을 비롯해 현재까지 무려 1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프렌치 팝부터 하우스, EDM 등 폭넓은 전자 음악을 선보여 왔습니다.
그래서 소개한 곡이 아니더라도 해당 장르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시라면, 캡슐의 앨범을 하나씩 훑어보는 재미가 분명히 있을 테니 한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171 - ‘グレーゾーンの私たち(We, in the Gray Zone)’
마지막은 그렇게 171 이야기를 했는데, 171의 곡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웃음)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에 소개했던 밴드의 메이저 데뷔 앨범 [HELLO!]가 아닌, 2023년에 발매된 앨범 [my second car]의 수록곡을 골라왔습니다. 저는 [HELLO!]를 통해 처음 밴드를 접한 뒤 이 곡을 나중에 찾아 듣게 되었는데요. 주목받을 아티스트는 역시나 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곡이었습니다.
오히려 [HELLO!] 쪽이 더 ‘신인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이는 앨범의 흐름을 제대로 구상하고 사운드도 더 깔끔하게 다듬었지만, 메이저 데뷔와 함께 정말 ‘첫인사’처럼 기획된 앨범의 성격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my second car]는 앨범의 흐름과 사운드가 171이라는 밴드가 가진 날 것의 색채를 더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그래서 171의 거칠고 솔직한 결을 조금 더 깊게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쭉 감상해 보시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Editor Meddlee
짙게 내비친 감정의 명암
Evanescence - [Fallen]

©Evanescence
수많은 앨범들 사이에서 이 앨범을 다시 꺼내 든 이유는, 유튜브 알고리즘과 기억 저편의 파편들이 맞물리며 문득 과거의 향수를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에반에센스(Evanescence). 어쩌면 지금의 리스너에게는 낯설거나, 다른 이름들로 대체된 밴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규 1집 [Fallen]을 재생하는 순간,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어쩌면 지금의 메인스트림 아티스트들과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에반에센스의 [Fallen]은 2000년대 초 록 메인스트림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고딕한 멜로디 위에 헤비한 기타와 드럼이 겹치고, 밴드를 상징하는 목소리인 에이미 리(Amy Lee)의 보컬이 서사를 완성하죠. 이 앨범의 감정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선명해집니다.
특히 오늘날 메인스트림에서 여성 보컬 록 밴드의 존재감이 예전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오랜만에 마주한 에이미 리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감정의 명암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사운드는 누군가에게는 다소 어둡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오히려 환한 빛처럼 다가왔는데요.
[Fallen]은 말 그대로 명암의 앨범입니다. 속삭이듯 시작해도 금세 절규로 치닫고, 그 절규가 끝나면 다시 고요하게 가라앉죠. 그래서 이 앨범은 어둡지만 처지지 않고, 강렬하지만 피곤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마다 정확히 균형을 되찾는 이 설계가, 청자의 귀에 오래 남는 이유일 것이죠.
전체적으로 드라마틱한 구조를 가진 [Fallen]은 감정의 극단을 과장 없이, 그러나 선명하게 표현해냅니다. 취향만 맞는다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기 충분한데요. 피아노와 현악이 만들어내는 서늘한 공기는 감정의 골을 더 세밀하게 드러내고, 한 장면 한 장면을 풍부하게 탐미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우울을 느낄 때 이 앨범은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흐트러진 감정의 결을 다듬어줄것입니다. 이것이 에반에센스, 그리고 에이미 리만이 가능한 전달법이라고 하고싶습니다. [Fallen]이 단지 ‘옛것’으로 치부되지 않고, 지금도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이유는 바로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게 남는, 확고한 미학. 여기에 있습니다.
✒️ Editor Nam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