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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을 시작하며
펑크 록(Punk Rock)을 두고 ‘그저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말하는 건 가장 널리 퍼진 오해 중 하나일 것입니다.

©Richard Young / REX / Shutterstock
물론 이는 해당 장르의 기원과 사운드를 하나의 정의로 묶기 어려운 특성에 더해, 문화적·운동적 성격까지 함께 동반되었기 때문일 텐데요. 특히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로 대표되는 런던 펑크의 강렬하고 도발적인 이미지가 대중적 인상을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간 에디터 Meddlee가 몇 차례 다루긴 했지만, 펑크 록은 단순한 소음의 미학이 아닙니다. 그 출발점에는 ‘DIY(Do It Yourself)’라는 태도, 다시 말해 누구나 스스로 표현할 수 있다는 평등주의적 감각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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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펑크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작이 영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뉴욕의 전설적인 클럽 CBGB는 ‘펑크 록’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호명되기 시작한 공간이었고, 이곳에서 펑크 록은 하나의 장르로써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펑크 록은 시끄럽다’는 인식을 조금은 비틀어보고자 하는데요. 바로 이곳, CBGB 클럽에 나타난 에디터 Meddlee가 애정하는 아티스트를 통해 펑크의 또 다른 얼굴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David Gahr / Getty Images
오늘의 인물, ‘펑크의 대모’이자 *첼시 호텔 출신의 전방위적 예술가, 패티 스미스(Patti Smith)입니다.
* 첼시 호텔(Hotel Chelsea): 1960년대 유명 예술가·지식인들의 안식처였던 뉴욕의 첼시 호텔은 특이하게 예술가들의 작품을 담보로 방을 대여했다. 패티 스미스를 포함하여 마크 트웨인(Mark Twain), 밥 딜런(Bob Dylan), 시드 비셔스(Sid Vicious) 등 많은 이들이 첼시 호텔을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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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펑크 록, 발화하다!

우선 CBGB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당시 미국의 흐름을 간단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지배했던 로큰롤이 점차 힘을 잃은 뒤, 1960년대에 접어들며 상황은 급변하는데요. 비틀즈(The Beatles),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더 후(The Who) 등으로 대표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이른바 영국 밴드들이 미국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합니다.

1964년, 비틀즈가 미국에 도착한다.
이들의 음악은 당시 유행하던 서프 음악과 달리 복잡한 연주 테크닉을 요구하지 않았는데요. 그에 따라 많은 10대들이 차고(garage)에서 이들의 곡을 커버하기 시작했고, 점차 자작곡으로 확장되면서 ‘개러지 록’이라는 흐름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DIY 정신이 훗날 펑크 록으로 이어지게 되죠.
이후 펑크록은 다양한 곳에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 중반 디트로이트에서는 이른바 ‘프로토 펑크’라 불리는 과격한 음악이 등장하는데요.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와 무대 매너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펑크 록의 급진적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흐름은 뉴욕에서도 전개됩니다. 보다 예술적 성향을 지닌 아티스트들과 함께, 펑크 록 특유의 연주 방식과 미학을 정립한 ‘뉴욕 펑크’는 이후 런던 펑크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평론가들 사이에서 ‘펑크 록’이 하나의 장르로 호명되는 계기를 마련하죠.

‘Country, Bluegrass, Blues, and Other Music For Uplifting Gourmandizers’.
직역하자면 ‘컨트리, 블루그래스, 블루스 및 음악 잡식가들을 위한 다른 음악들’.
그리고 이 뉴욕 펑크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장소가 바로 CBGB입니다. 원래는 컨트리,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밴드를 무대에 올리던 소규모 클럽이었지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연주를 하는 한 밴드가 공연을 요청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하는데요. 당시 클럽의 주인은 그들의 음악에 매료되어 정기 공연을 허락했고, 그 흐름은 빠르게 확산됩니다.

©Roberta Bayley / Redferns
그 밴드는 바로 텔레비전(Television). 그리고 비슷한 시기, 시인이자 칼럼니스트였던 한 여성이 이끄는 밴드 또한 무대에 오르는데요. 바로 패티 스미스가 이끄는 패티 스미스 밴드였죠.

©Allen Tannenbaum
패티 스미스는 록 역사상 최초로 음유 시와 록 음악을 결합한 아티스트로 평가받습니다. 이처럼 CBGB를 중심으로 활동한 밴드들은 단순히 런던 펑크로만 수렴되지 않았는데요. 일부는 훗날 더욱 과격해진 하드코어 펑크의 토대를 마련했고, 또 다른 일부는 텔레비전과 패티 스미스같이 펑크 록에 아트 록과 익스페리멘탈 음악을 접목하며 아트 펑크의 근간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습니다.
펑크 록은 그렇게 다양한 미학과 태도를 품은 채 확장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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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마당선(一馬當先)
* 말 한 마리가 앞서 나간다. 다른 이보다 선제적으로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말.

©Robert Mapplethorpe
1975년 발매된 패티 스미스의 정규 데뷔 앨범 [Horses]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비록 뉴욕 펑크가 문화 운동과 맞물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런던과 달리, 당시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산업 구조 속에서 비교적 빠르게 사그라드는 양상을 보였지만(지금에야 당시 밴드들이 선구자로 평 받지만, 당시에는 기껏해야 3~4년 안에 해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데뷔 앨범이 빌보드 앨범 차트 200(Billboard 200) 50위권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그 파급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텐데요.
레게와 재즈의 영향을 받은 즉흥 연주, *스포큰 워드의 강한 영향력 아래 패티 스미스만의 시적인 가사는 펑크부터 시작해 후대로 이어지는 뉴웨이브, 인디 록 등 다양한 흐름에 깊은 영향을 남겼고, 오늘날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의회도서관 영구 등재는 물론 각종 매체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대 명반’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 스포큰 워드(Spoken word): 말로 쓰는 글 혹은 시. 이야기의 미학과 언어의 리듬, 억양 등에 초점을 맞추는 말하기 예술 장르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사를 함께 음미하는 것이 좋은데요. 가족에 대한 회상, 자신의 자전적 경험,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내러티브가 곡마다 펼쳐지며, 동시에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짐 모리슨(Jim Morrison) 등 고인이 된 록 아이콘들을 향한 헌사 또한 담겨 있습니다.
“Jesus died for somebodys sins but not mine”
“예수는 내 죄가 아니라, 그 누군가의 죄를 위해 죽었다네”
특히나 도발적인 위 가사는 앨범의 첫 번째 트랙 ‘Gloria: In Excelsis Deo’에 등장하는 구절로 제도화된 종교에 대한 거리 두기이자, 패티 스미스가 어린 시절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했던 신앙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해 내는 자각의 순간을 담고 있는데요. 이는 시와 록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려는 패티 스미스의 예술적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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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패티(Patti)

©Lynn Goldsmith
결국 패티 스미스의 펑크는 단순한 ‘저항’이라기보다, 언어와 태도로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한 예술가의 선언에 가깝습니다.
뮤지션이 되기 전, 시와 그림으로 먼저 창작 활동을 이어왔던 아티스트였기에 그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세계를 자연스럽게 펑크라는 형식 안에 담아냈는데요. 소리를 키우기보다, 언어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말이죠.
©Piknic
그리고 이후에도 그는 음악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10권이 넘는 산문과 자서전을 집필했고, 전시를 통해 시각 예술 작업을 이어오며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죠. (작년에는 내한 공연이 아닌 전시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정신을 다양한 매체로 확장해오고 있습니다.
그중 2012년 국내 출간된 <저스트 키즈(Just Kids)>는 그의 펑크 정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요. 뉴욕으로 처음 향했던 시절의 이야기와 [Horses] 제작 과정이 담겨 있어, 앞서 소개한 앨범에 흥미를 느끼셨다면 꼭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인데요.

©Gijsbert Hanekroot / Getty Images
“나는 유년의 정원을 찾아 나선 고독한 여행자가 되어,
햇살 부서지는 언덕 끝에서 내 모든 이야기를 남김없이 뿜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번 달 새롭게 국내에 출간된 <패티(Patti)>는 <저스트 키즈(Just Kids)>의 프리퀄과 시퀄의 역할을 하며, 해당 시기의 이전과 이후를 잇는 또 하나의 기록입니다.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패티 스미스는 <패티(Patti)>를 통해 지나온 삶을 되짚으며,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지금 어디에 도달해 있는지를 담아냈는데요.

©Robert Mapplethorpe
평소 펑크를 애정하고, 일찍이 패티 스미스를 소개한 바 있는 에디터 Meddlee 역시 이 책을 통해 그가 직접 써 내려간 기록을 그의 시선으로 다시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자필 회고록인 만큼,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과 자료, 그리고 그의 가장 최근의 사유가 담겨 있어 마치 그의 일생을 아카이브로 정리해 넘겨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요.
그렇기에 이 책은 단지 [Horses]라는 단편을 기억을 넘어 패티 스미스의 팬뿐 아니라, 펑크와 그 정신을 넘어 예술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고 싶은 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다가갈 책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l Photo. Lynn Goldsm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