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가 사랑한 아티스트의 앨범을 만나보는 시간
아티세이, 여섯 번째 뮤지션 신인류.
신인류(Shin In Ryu).

신인류는 신온유, 문정환, 하형언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록 밴드이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과 경험, 그리고 슬픔을 향한 위로가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이는 노랫말과 파스텔톤의 악곡으로 신인류는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동화적 무드를 담아낸 EP [희망서]와 타이틀곡 ‘날씨의 요정’은 밴드를 대표하는 앨범과 히트 넘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선굵은 활약을 펼치던 신인류는 지난해 4월, 대망의 첫 번째 앨범 [빛나는 스트라이크]를 발표하며 높은 도약을 이끌어냈다. [빛나는 스트라이크]는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받은 영혼들이 서로 간의 사랑과 의지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열한 트랙의 이야기로 그려낸 작품이다. 본작을 통해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음반상을 거머쥔 신인류는 페스티벌 참여를 비롯해 새 앨범 발표 및 단독 공연 개최 등 2026년 더욱 왕성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글. 온유
제가 이번에 추천하고 싶은 앨범은 미라클 뮤지컬(Miracle Musical)의 [Hawaii: Part II]입니다. 이번 아티세이를 통해 좋아하는 음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 앨범은 제가 정말 사랑하는 앨범 중 하나인데요. 우선 미라클 뮤지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라클 뮤지컬은 2012년에 단 하나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미국의 인디·실험적 음악 프로젝트입니다.

그 단 한 장의 앨범이 저의 마음을 완전히 움직였습니다. 아마 이 앨범을 들으신다면 현실 같지 않은 환상적인 흐름에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실 것 같아요. 이미 많은 팬들에게 컬트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컬트 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사랑을 받게 된 작품을 의미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만약 제가 이 앨범을 더 일찍 알았다면 어쩌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듣다 보면 이름에 걸맞게 정말 뮤지컬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믹스로만 들으면 깨지거나 노이즈가 많은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이 이 앨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어느 시대의 공연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을 들으며 저는 토킹 헤즈(Talking Heads)도 떠올랐습니다. 토킹 헤즈의 음악을 들어보면 실험적인 사운드에 비해 가사가 꽤 철학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요. 이 앨범 역시 그런 인상을 줍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콘셉트 앨범이라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이 거대한 서사를 따라가며 제가 듣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곡 'Introduction to the Snow'는 이 이야기의 서막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빈티지한 질감의 사운드가 매력적입니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보던 오프닝 같은 향수도 느껴지고, 무성 영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악기 사운드의 배치에서 코러스 트랙이 메인 보컬보다 앞에 나와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중간에 눈보라가 치는 것 같은 앰비언스 요소도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입니다. 저는 FX나 앰비언스가 들어가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음원에서는 조금 지저분하게 들릴 수도 있어서 보통 뮤직비디오 음원에 많이 들어가는 요소이기도 한데, 저는 이런 뜬금없지만 재치 있는 포인트들을 좋아합니다.
두 번째 곡 'Isle Unto Thyself'에서는 인트로부터 사로잡혔습니다. 테마 라인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하지만 묘하게 흐름을 타게 되는 곡입니다. 특히 리듬이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듭니다.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빰빰빰'하고 등장하는 로우 코러스가 마치 리듬 악기처럼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하이 코러스까지 굉장히 정직한 사운드라서, 만약 의도된 구성이라면 정말 천재적인 설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메인 보컬에 걸려 있는 오토튠을 들으며 저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스토리도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와 겹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곡의 마지막 역시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위한 빌드업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세 번째 곡 'Black Rainbows'에서는 점점 이 앨범의 정체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림바의 밝은 소리와는 반대로 초저음으로 깔리는 알 수 없는 언어의 화음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포효하는 것 같기도 하고, 환상 속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어딘가 인디언 음악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멜로디가 이 곡의 긴장을 꽉 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제목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검은 무지개라는 말만 들어도 칠흑 같은 어둠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떠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인류의 곡 '이상하고 아름다운'도 그렇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 문법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묘하게 매혹적인 울림을 주는 노래입니다.
네 번째 곡 'White Ball'에서는 제목에서 "Ball"이 공이 아니라 귀족식 무도회를 의미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앞선 검은 무지개에서 하얀 무도회로 넘어오는 흐름도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곡은 남녀 듀엣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결혼식 장면 같은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드럼 리듬도 왈츠처럼 들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멜로디는 여유로운 발라드 느낌인데 리듬이 그 틀을 살짝 깨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크래치 FX는 이 장면을 현실에서 분리시키는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다음 장면의 불안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곡 'Murders'에서는 앞 곡에서 암시되었던 불안이 폭발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긴장감이 굉장히 높고 음질도 지금까지의 트랙 중 가장 거칠게 들립니다. 모든 악기가 깨지듯 몰아치는 사운드가 마치 살인 사건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2분 41초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뀝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건 현장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리버브가 깊게 걸린 피아노가 등장하면서 그 공간이 풀어집니다. 이 장면에서는 피아노의 질감도 바뀐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랜드 피아노에서 어쿠스틱 피아노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는 같은 피아노일 수도 있지만 이런 사운드 장치들이 이 앨범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였을까요? 하얀 무도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여섯 번째 곡 'Space Station Level 7'에서는 갑자기 노래 언어가 일본어로 바뀌어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앨범의 절반쯤에서 갑자기 우주로 이동하는 느낌이라 처음에는 스토리가 붕괴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중간 지점은 항상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더 집중해서 듣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높은 음역대의 멜로디는 마치 지구에서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우주의 일상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보컬이 두 갈래로 분리된 듯한 드라이톤과 보코더톤의 사이에서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외계인 같은 분위기도 만들어냅니다.
일곱 번째 곡 'The Mind Electric'은 정확한 해석은 어렵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을 담고 있는 곡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운드가 동시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멜로디가 거꾸로 재생되는 구간이나 좌우로 나뉘는 패닝, 빠르게 움직이는 라인들이 굉장히 혼란스럽게 들립니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샘플링된 사운드 덕분에, 곡이 매우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이 곡을 들으며 저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곡이라고 느꼈습니다.
여덟 번째 곡 'Labyrinth'에서는 갑자기 랩이 등장하면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 트랙에서 등장했던 스크래치 사운드도 다시 들려서 반가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르페지에이터(Arpeggiator) 신스 사운드는 게임의 마지막 결말 장면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저는 이 부분을 들으면서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Black Mirror: Bandersnatch)>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미로 속에서 계속 선택을 하며 빠져나가려는 느낌입니다. 마지막까지 이 미로를 탈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괜히 다음 장면을 응원하게 되는 곡입니다.
아홉 번째 곡 'Time Machine'은 보코더가 걸린 목소리로 시작하는데 곡 순서가 무색할 만큼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됩니다. 특히 강렬한 킥 드럼이 앞으로 돌진하는 느낌을 주어 화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Time Machine'이라는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데 어쩌면 정말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곡을 들으며 저는 퀸(Queen)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만약 퀸의 음악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한다면 이런 곡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잠깐 해보기도 했습니다.
열 번째 곡 'Stranded Lullaby'에서는 잔잔한 하프 사운드가 중심이 됩니다. 자장가 하면 떠오르는 악기이기도 하죠. 저는 하프 소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악기 자체도 크고 다루기 어려운 귀한 악기인데, 이 곡에서는 그 아름다운 소리로 공허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고요함을 유지한다는 것도 결국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이야기도 점점 정리되어 가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마지막 곡 'Dream Sweet in Sea Major'는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제목에서 메이저(Major)는 음악 용어로 장조를 뜻하는데, 장조는 밝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음계를 의미합니다. 'Sea Major'라는 조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이런 표현으로 꿈과 환상을 만들어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곡에는 바다의 사운드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앨범 제목처럼 하와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언젠가 하와이에 가게 된다면 꼭 이 곡을 들으며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실로폰과 윈드차임, 차임벨 같은 악기들도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는 어느 계절에 들어도 좋은, 저만의 한여름 캐롤송입니다.

드디어 이 긴 이야기가 끝났지만 동시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느낌도 듭니다. 특히 마지막이 열린 결말처럼 끝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처음부터 이 앨범을 듣게 될 테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이 앨범이 'Part II'라는 제목임에도 'Part I'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탤리 홀(Tally Hall)의 멤버 조 하울리(Joe Hawley)가 주도해 만들었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탤리 홀의 음악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종종 나오곤 합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 여러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 앨범은 큰 선물과 같았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이런 앨범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고민과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함께 들어본다면, 여러분에게도 수많은 꿈과 상상이 스쳐 지나갈 것입니다.
글. 형언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팝 앨범 중,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SWAG]입니다. 제가 저스틴 비버를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생 때였어요.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곡을 통해 접한 그는 그저 '저 먼 나라의 어린 팝스타'에 가까웠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저의 음악 취향도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R&B와 해외 힙합, 국내 밴드 음악에 더 깊이 빠졌고, 예대 입시를 준비하며 재즈와 복잡한 화성을 탐구했습니다. 음악을 이해하는 방식이 점점 구조적이고 분석적으로 변해가던 시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대 졸업을 앞두고 저는 한 가지 고민을 품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단순하지만은 않던 음악'과 '사람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었죠. 그 물음을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다시 팝 음악을 듣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앨범이 바로 [SWAG]입니다.
앨범의 첫 트랙 'ALL I CAN TAKE'는 큰 다이내믹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시작됩니다. 미니멀한 리듬 위에서 그의 멜로디는 노래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흘러나옵니다. 과장된 기교나 폭발적인 전개 대신, 일상의 동작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멜로디를 쌓아갑니다. 마치 물을 마시고, 기지개를 켜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처럼 말이죠.

그런가 하면, 11번 트랙 'GLORY VOICE MEMO'는 앨범의 흐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인스트루멘털 트랙으로 기능합니다. 그렇게 한 장의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면, 마치 친구와 오랜 대화를 나눈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앨범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 ‘태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운드는 절제되어 있고 코드 진행 역시 복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남겨둔 여백에 가깝습니다. 안정적인 코드 위에 솔직한 고백을 얹는 방식은 오히려 더 단단하게 들립니다.
물론 정교한 다이내믹 설계와 치밀한 구성으로 완성도를 높인 앨범들도 분명 매력적입니다. 저 역시 그런 작업 방식을 선호해왔습니다. 하지만 [SWAG]은 조금 다른 지점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기술적 과시보다, 지금의 자신을 드러내는 태도에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요. 어쩌면 제가 이 앨범에 특별한 애정을 느끼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을 것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 역시 복잡함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SWAG]은 제게 하나의 방향처럼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솔직한 태도를 가진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글. 정환
안녕하세요. 신인류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며 믹스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는 문정환입니다. 저는 취향이 꽤 확고한 편이고, 그 취향에 맞아떨어진 음악은 오랫동안 여러 번 꺼내어 듣는 편식 리스너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알코올이 들어간 상태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에어팟 볼륨을 70 또는 80% 정도로(제 기준에선 꽤 큰 볼륨) 들었을 때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의 음악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즐겨 듣는, 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는 음반은 마리아스(The Marías)의 [CINEMA]입니다. 전반적인 콘셉트는 재즈와 팝이 섞인, 몽환적인 분위기의 정서가 이어집니다. 담백하고 묵직한 드럼에, 발밑까지 진동이 전달되는 베이스, 은은하게 깔려 있지만 빈 공간 없이 꽉 채워주는 신스들, 딱 필요한 만큼만 나오지만 캐릭터가 분명한 기타, 곡들의 중심을 관통하는 트럼펫 라인들. 이 모든 소리에 살포시 얹혀 나오는 몽환적인 보컬이 모여 마리아스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13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4번 트랙인 'All I Really Want Is You'입니다. 서두에 말했던 '취중 롤러코스터(?)'가 느껴지는 곡이에요. 잔잔하면서도 강력하게 빨려 들어가는 템포가 마치 꿈속에서 한없이 떨어지는 듯한 아찔한 느낌을 줍니다. 이들의 음악을 스피커로 크게 틀어 공기의 진동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 단단한 저역이 몸을 감싸고 보컬과 코러스가 양옆과 정면에서 밀착해 속삭이는 듯한 입체적인 장면이 그려집니다. 귀로 듣는 음악을 넘어, 공간과 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앨범입니다.

저는 보컬과 악기들의 배치를 단순한 기술적 배열이 아닌, 각각의 장면 연출을 위한 배치로 접근함으로써 음악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지도록 유도하는 믹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CINEMA]는 신인류를 비롯해 엔지니어로 임하는 믹스 작업에서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언젠가 기분 좋게 한잔하고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의 텐션으로 침대에 누워 있게 된다면, 눈을 감고 [CINEMA]를 꼭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ㅣPhoto. RAF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