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가 되는 과정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은 본격적인 활동 이전 어린 시절부터 악기를 다루거나 음악 교육을 받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런 시기의 기록은 체계적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재의 이미지에 맞추어 아티스트 본인의 SNS 등에서 삭제된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 시기의 자료들은 대개 아티스트가 유명해진 이후, 타인에 의해 재발굴되거나 혹은 과거에 남겨두었던 콘텐츠가 뒤늦게 주목받으며 다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은 종종 아티스트에게 보다 친근한 이미지나 감동적인 서사를 덧붙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가령 어릴 적 교회 마칭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며 합창 가수를 꿈꿨던 도이치(Doechii)의 경우, 친구들과 영화 <겨울왕국> OST를 부르던 영상이나, 솔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무작정 뉴욕행 티켓을 끊고 올라와 일과 작업을 병행하다 해고된 이후 남긴 기록들이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아티스트는 이러한 과거의 기록이 그냥 ‘남아 있다’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강력한 성장 서사로 이어진 밴드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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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여운 친구들은 자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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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성장합니다.
조기 교육의 위험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오늘의 밴드, 더 워닝(The Warn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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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출신의 세 자매, 다니엘라 비야레알 벨레스(Daniela Villarreal Vélez, 이하 다니엘라), 파울리나 비야레알 벨레스(Paulina Villarreal Vélez, 이하 파울리나), 알레한드라 비야레알 벨레스(Alejandra Villarreal Vélez, 이하 알레한드라)의 집안에는 어릴 적부터 음악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단순히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다”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데요. 이들의 시작은 그보다 한 발 더 앞서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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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는 피아노를 배우기 전인 세 살부터 댄스 수업을, 네 살부터는 음악 감상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습니다. 또한 아버지는 엘튼 존(Elton John),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뮤즈(MUSE), 퀸(Queen), 빌리 조엘(Billy Joel) 등의 공연 영상을 함께 보며 자연스럽게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주었는데요. (세 자매는 특히 뮤즈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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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세 자매가 즐기던 게임조차 악기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리듬 게임 <록 밴드(Rock Band)>였죠.
이후 자매는 일곱 살 무렵부터 각자 두 번째 악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다니엘라만 여덟 살)
- 다니엘라(첫째): 기타
- 파울리나(둘째): 드럼
- 알레한드라(막내): 베이스
특히 파울리나는 <록 밴드>를 플레이하던 시절부터 드럼에 두각을 드러냈고,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의 ‘My Life Would Suck’ 드럼 커버 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후 파울리나는 여성 드러머 매거진 톰톰매거진(Tom Tom Mag)에 12살의 나이로 출연해, 해당 곡을 연주하며 겪었던 에피소드와 완벽하게 연주했지만 카메라가 꺼져 있었던 탓에 울음을 터뜨렸다가, 옆에 있던 어머니 덕분에 다시 연주할 수 있었다는 귀여운 비하인드를 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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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알레한드라가 베이스를 주요 악기로 결정한 이후, 셋은 *파워 트리오를 결성하는데요. 그들의 첫 공연은 학교 크리스마스 축제였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유튜브 채널에도 세 사람이 함께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 파워 트리오(Power Trio): 록밴드의 구성 중 하나로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의 3인조로 구성된 밴드를 말한다.
이후 업로드된 뮤즈의 ‘Hysteria’ 커버 영상을 보면 세 자매 모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놀라운 사실은 막내 알레한드라는 해당 곡이 발매될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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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댓글을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밴드 이름이 없고, 자신의 딸들을 소개하는 아버지의 댓글이 아직 남아있는 등 세 자매의 풋풋하던 시절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기도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메탈리카(Metallica)의 명곡 ‘Enter Sandman’ 커버에서 찾아오는데요. 이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현재 약 2,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메탈리카의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Kirk Hammett)이 직접 SNS를 통해 이들을 언급하며 더욱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어느 순간 정해진 밴드명과 편집이 돋보이는 싱글 티저 영상
그리고 빠르게 불어난 인지도는 곧바로 오리지널 작업으로 이어지는데요. 레코드 계약과 함께 데뷔 EP [Escape the Mind] 발매, <엘런 쇼(The Ellen DeGeneres Show)> 게스트 출연, 버클리 음악 대학 5주 교육 프로그램 연령 제한 면제 등 어린 나이에 빠르게 현지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합니다. (<록 밴드> 게임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게임의 신규 시리즈에 더 워닝의 곡을 포함시키기도 하였죠.)
2017년 발매한 정규 데뷔 앨범 [XXI Century Blood]와 이듬해 발매한 정규 2집 [Queen of the Murder Scene]으로 킬러스(The Killers)의 투어 오프닝 게스트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록 페스티벌인 <Rock al Parque> 무대까지 단숨에 오르게 되죠. 특히 데뷔 앨범 속 동명의 타이틀곡 ‘XXI CENTURY BLOOD’의 뮤직비디오는는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음악 외적인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Despacito’, ‘Havana’ 등 라틴 팝이 성행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들었을 만큼 라틴 팝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져가던 시기였음에도, 더 워닝은 오히려 자신들의 출신지와는 관련 없는 록이라는 장르 하나로 메이저 시장에 진입한 멕시코 밴드라는 드문 사례로 자리 잡게 됩니다.

물론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줬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밴드는 일정을 앞둔 북미 대규모 투어를 전면 취소하는 등 공백도 있었지만, 이 시기를 창작에 더욱 집중한 밴드는 결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 산하의 레이블 라바 레코드(Lava Records)와 계약하며 미국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한 최초의 멕시코 밴드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죠. (지금까지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멕시코 출신의 마나(Maná), 카페 타쿠바(Café Tacvba) 등과 같은 밴드도 라틴 지사와의 계약이었다.)
이와 동시에 더 워닝은 파라모어(Paramore), 파파 로치(Papa Roach), 브링 미 더 호라이즌(Bring Me The Horizon) 등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데이비드 벤데스(David Bendeth)와의 작업을 통해 본격적인 사운드 확장을 시도하고, 밴드의 시작을 있게 해준 메탈리카의 정규 5집 [Metallica]의 30주년 기념 헌정 앨범 [The Metallica Blacklist]에서 알레시아 카라(Alessia Cara)와 함께 다시 한번 ‘Enter Sandman’을 커버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확장합니다.
이후 2022년 발매된 정규 3집 [ERROR]는 리드 싱글 ‘Money’가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에어플레이 차트(Billborad Mainstream Rock Airplay)에 진입함과 더불어 영국 오피셜 록 & 메탈 앨범 차트(Official Rock & Metal Albums Chart) 8위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반응까지 이끌어내는데요.
“우리 세대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사랑, 기술, 사회, 미디어, 정치, 그리고 인간성을 잃어가는 과정까지,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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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개인적으로도 이전 더 워닝 앨범을 듣다가 이 앨범으로 넘어왔을 때, 프로덕션 측면에서 확연히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하여 초반 인트로에서는 이후 전개될 다양한 사운드를 암시하는 듯한 앰비언트 사운드로 시작해, 하나의 서사처럼 앨범 전체를 선형적으로 이끌어가는 흐름과 이후 트랙들 곳곳에서 앞서 언급했던 세 자매의 우상들에 대한 애정과 영향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며, 이들이 음악을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해왔는지를 느낄 수 있던 앨범이었는데요.
이러한 성장과 함께 더 워닝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와 뮤즈(MUSE)의 투어 오프닝 게스트로 서는가 하면, 밴드의 유럽 투어에서는 19회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일본 공연까지 이어가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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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밴드의 가장 최근 앨범은 2024년 발매된 [Keep Me Fed]인데요. 해당 작품에서는 짧은 기간 사이 또 한 번의 예상치 못한 성장을 보여주며, 자신들만의 확실한 방향성을 구축한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시대의 많은 신인 혹은 루키 밴드들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거나 실험적인 시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물론 더 워닝은 따지자면 올해로 결성 13주년인 밴드지만..), 이들은 지나친 실험보다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록’, ‘하드 록’ 했을 때의 본질적인 이미지를 꾸준히 연마해온 것이죠.
그 결과 앨범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밴드보다 강렬하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들이 아직도 성장 과정에 있는 밴드라는 점을 떠올리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하드 록 시장에서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스케일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죠.
또한 앞서 라틴 팝 사례를 언급하며 이들을 ‘록 밴드’로 강조해 설명했지만, 더 워닝은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트랙 역시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함께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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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균형 덕분에 최신 앨범은 여러 매거진의 ‘2024년 최고의 앨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라틴 그래미 어워드(Latin Grammy Awards)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며 음악성과 정체성 모두 인정받기도 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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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시작된 작은 기록들은 글로벌 무대로 이어졌고, 그 과정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서사는 다양한 장르가 빠르게 소비되는 지금의 음악 시장 속에서도 ‘더 워닝’이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습니다.
여기까지 이들의 행보를 따라오셨다면, 지금까지의 흐름만으로도 그 다음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느끼셨을 텐데요. 이제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함께 계속 지켜보시죠!
l Photo. Mario Chav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