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네온 조명, 불안정한 청춘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몽환적인 연출. 2019년 첫 공개 이후, HBO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유포리아(Euphoria)>가 최근 시즌 3의 마지막 화를 방영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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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가장 아름답고도 위태로운 순간들부터 마약 청소년, 젠더, 범죄 등의 사회 문제를 녹여낸 <유포리아>는 화려한 영상미와 과감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수많은 화제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유포리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죠. 바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라브린스(Labrinth)인데요.
<유포리아>를 본 사람이라면 특정 장면보다 먼저 어떤 감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몽환적인 분위기, 종교적인 황홀함과 불안감이 동시에 공존하는 감정들 말이죠. 그 감정의 상당수는 라브린스가 만든 음악에서 비롯됐습니다.
2019년 첫 시즌부터 두 번째 시즌까지 <유포리아>의 음악 감독이자 메인 작곡가로 참여한 라브린스는 단순히 장면에 음악을 삽입하는 수준을 넘어, 캐릭터들의 감정과 내면을 소리로 번역해냈습니다. 실제로 많은 팬들은 ‘<유포리아>의 음악은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라브린스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곡은 단연 ‘all for us’입니다. 시즌 1 피날레를 장식한 이 곡은 웅장한 합창과 힙합 비트, 가스펠 요소가 뒤섞인 독특한 사운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 루(Rue)의 불안과 희망, 자기파괴적인 충동을 동시에 담아낸 이 곡은 사실상 <유포리아>의 메인 테마로 자리 잡았죠. 라브린스는 이 곡으로 2020년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 최우수 오리지널 음악 및 가사(Outstanding Original Music and Lyrics)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공개된 'Still Don't Know My Name' 역시 <유포리아>를 대표하는 트랙으로 꼽힙니다.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와 나른하게 흘러가는 보컬이 인상적인 이 곡은 사랑과 외로움, 불안이 뒤섞인 청춘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는데요. 특히 매디와 캐시(Cassie), 줄스(Jules)와 루 등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가사와 분위기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방영 이후 틱톡과 SNS를 중심으로 꾸준히 재조명되며, 지금까지도 <유포리아>를 상징하는 곡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시즌 2에서는 또 다른 명곡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주인공 루 역을 맡은 젠데이아(Zendaya)와 함께 작업한 'I'm Tired'입니다. 이 곡은 중독과 상실, 후회 속에서 무너져가는 루의 심리를 담아낸 가스펠 발라드로, 마치 기도문처럼 반복되는 멜로디와 종교적인 울림이 인상적인 트랙인데요. 라브린스는 이 곡에 대해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루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도 루가 자신의 가장 밑바닥과 마주한 순간에 등장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는 인물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유포리아>에서 인상 깊었던 트랙은 ‘Never Felt So Alone’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곡은 원래 시즌 1과 시즌 2 곳곳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됐지만, 오랫동안 정식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방영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곡의 발매를 원하는 팬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2023년 정식 싱글로 공개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죠.
특히 곡 후반부에 등장하는 익숙한 목소리는 팬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였는데요. 평소 라브린스의 음악을 좋아하던 빌리 아일리시는 직접 협업 의사를 전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 곡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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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라브린스의 음악은 단순한 OST가 아니었습니다. 라브린스는 <유포리아> 작업 당시,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대신, 캐릭터의 심리와 감정을 먼저 음악으로 구현한 뒤 이를 작품에 녹여내는 방식을 택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그의 음악은 배경음악을 넘어 인물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캐릭터들의 감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이를 음악으로 구현해낸 라브린스. <유포리아>를 구성하는 요소는 많지만, 그 세계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방법은 어쩌면 라브린스의 음악을 듣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노래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유포리아>의 세계로 데려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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