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다는 건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의 앨범을 들을 시즌이 왔다는 뜻이죠. 최근, 8년 전 발표한 곡 ‘Babydoll’을 통해 역주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도미닉 파이크는 누구보다 뜨겁게 떠오르는 아티스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출퇴근 길에 도미닉 파이크의 [Sunburn] 앨범을 자주 찾아 듣곤 합니다. 여름 냄새가 풍기는 날씨에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이 음반은 2023년 7월 발매된 도미닉 파이크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죠. 앨범의 오프닝 트랙 ‘How Much Is Weed?’은 부드러운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에 상반되는 진솔한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인데요. 특히, 2025년 롤라팔루자(Lollapalooza)에서 선보인 ‘How Much Is Weed?’의 무대는 그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HBO
음악을 사랑하는 리스너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지만, 도미닉 파이크의 이름이 아마 아직 낯선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최근 종영한 HBO의 화제작 <유포리아(Euphoria)>를 보셨다면, 그의 얼굴이 익숙하실 겁니다. <유포리아> 시즌 2에서 엘리엇(Elliot) 역할을 맡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상승시킨 그는 뮤지션을 넘어 배우로서도 주목받았는데요. 약물에 중독된 청소년 역할을 연기한 그는 사실 실제 삶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헤로인 중독자였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도미닉 파이크는 남들과는 다른 성장 배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부재와 감옥에 수감된 어머니로 인해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야 했는데요. 형제들과 함께 친척집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자연스럽게 거리 문화와 약물에 노출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그런 그에게 유일한 도피처이자 표현의 수단이었습니다. 동생들과 함께 만든 곡들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한 그는 특유의 장르를 넘나드는 감각과 솔직한 가사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8년 발표한 EP [Don't Forget About Me, Demos]가 업계의 관심을 끌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특히 수록곡 '3 Nights'가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며 단숨에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죠.
흥미로운 점은, 성공 이후에도 도미닉 파이크의 음악이 화려한 스타의 삶보다는 불안정했던 과거와 내면의 상처를 꾸준히 이야기해왔다는 것입니다. 2023년 발표한 정규 앨범 [Sunburn] 역시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사, 중독 경험,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마주한 감정들을 담아낸 작품인데요. 앨범의 첫 트랙 'How Much Is Weed?'는 그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빛바랜 사진첩을 들여다보듯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상처와 후회를 풀어냅니다.
Friends and family never cared about the Grammys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래미상 따위는 신경도 안 썼어
'Til I grew up out the hand-me-downs
and bought the family house
물려받은 옷에서 벗어나 가족에게 집을 사주기 전까지는
(…)
And Mama had to put a down payment by herself,
엄마는 혼자서 계약금을 마련해야 했고,
and ain't nobody even tried to help
누구 하나 도와주려 하지 않았어
She went to jail, and shit went left, and I was left
그러다 엄마는 감옥에 갔고, 모든 게 엉망이 됐고, 나 혼자 남겨졌어
'How Much Is Weed?'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제 [Sunburn]의 나머지 트랙들을 재생할 차례입니다. 여름 햇살처럼 청량한 사운드 속에 가족, 사랑, 후회,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촘촘히 담아낸 이 앨범은 도미닉 파이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더운 날씨와 함께 듣기 좋은 앨범을 찾고 있다면, [Sunburn]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