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nisher] 이후 무려 6년.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가 마침내 세 번째 정규 앨범 [Lost Weekend]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20년 [Punisher]를 선보인 이후 줄리엔 베이커(Julien Baker), 루시 데이커스(Lucy Dacus)와 함께한 슈퍼밴드, 보이지니어스(boygenius)로 활동하며 세 번의 그래미(Grammy Awards)를 수상했고, 시저(SZA)와의 협업곡 ‘Ghost in the Machine’으로 네 번째 그래미까지 거머쥔 그녀인데요.
그 사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로드(Lorde) 등과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온 피비 브리저스는 지난 6월 깜짝 팝업 공연을 시작으로 솔로 활동에 다시 시동을 걸었고, 8월 14일 오랜 기다림 끝에 [Lost Weekend]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번 앨범은 지난 6년 동안 아티스트가 지나온 개인적인 시간에서 출발했는데요. 특히 2023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의 복잡한 관계와 그를 떠나보낸 경험이 앨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복잡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다시 관계를 회복했고, 앨범은 이러한 경험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사랑과 원망, 거리감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죠. 실제로 앨범은 아버지에게 헌정됐으며, ‘Still Standing’에서는 부모의 죽음 앞에서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당혹감과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는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사랑과 관계의 변화 역시 [Lost Weekend]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인데요. 수록곡 ‘Lost Weekend’에는 “I'm supposed to be married but I called it off”라는 가사가 등장하며, 과거 약혼과 관계의 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 앨범은 특정한 관계의 결말만을 이야기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데요. ‘The Governor’s Waltz’에서는 끝나가는 관계의 미련과 복잡한 감정을, ‘Bobby’에서는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혼란스럽고 강렬한 감정을 그려내며 사랑이 가진 여러 얼굴을 함께 담아냅니다.
이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만큼 [Lost Weekend]는 피비 브리저스의 내면을 더욱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앨범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오히려 기존의 스타일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기도 했는데요. 어쿠스틱 기타와 만돌린, 바이올린 등 익숙한 싱어송라이터의 요소를 중심에 두면서도 전자음과 보코더, 앰비언트 사운드와 같은 낯선 질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비 브리저스에게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Punisher]와 함께 세대의 목소리라 불리기 시작했고, 보이 지니어스를 통해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갔으며, 사랑과 이별, 가족의 죽음과 같은 개인적인 경험도 지나왔죠.
그리고 이제 그녀는 그 모든 시간을 한데 모아 [Lost Weekend]라는 이름으로 다시 꺼내놓았습니다. 과거의 자신을 반복하는 대신, 그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는 앨범. 한층 깊어진 이야기와 확장된 사운드로 돌아온 피비 브리저스가 이번 앨범을 통해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지금부터 천천히 그 음악을 따라가 봐도 좋겠습니다.
l Photo. Phoebe Brid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