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결성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색깔을 입어온 밴드 위저(Weezer)가 금빛으로 돌아왔습니다.

©Weezer
통산 20번째 정규 앨범 [Weezer](The Gold Album)을 발표한 밴드는 ‘Blue’, ‘Green’, ‘Red’, ‘White’, ‘Teal’, ‘Black’으로 이어져 온 특유의 셀프 타이틀 앨범 계보에 새로운 색을 더했는데요. 이번 앨범에는 ‘Shine Again’을 비롯해 ‘C.E.O.’, ‘We Might as Well Be Strangers’ 등 총 10곡이 수록됐으며, 특히 후자의 곡에는 인디 록 밴드 웬즈데이(Wednesday)의 보컬 칼리 하츠먼(Karly Hartzman)이 참여해 색다른 변주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새로운 색깔을 찾았다는 사실보다, 오히려 가장 익숙했던 위저로 돌아갔다는 점인데요. 제작 과정 역시 이러한 방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멤버 네 명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곡을 만들어갔고, 녹음 과정에서도 컴퓨터로 연주를 정교하게 보정하거나 일정한 박자에 맞추는 방식을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사운드보다 실제 밴드가 함께 연주하며 만들어내는 생생한 에너지와 호흡에 집중한 것이죠.
이러한 변화에는 최근 위저의 행보에 대한 리버스 쿼모(Rivers Cuomo)의 고민이 있었는데요. 다양한 실험을 이어온 끝에 그는 스트리밍 데이터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했고, “사람들은 과연 위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그 답을 바탕으로 90년대 스타일의 록과 강렬한 기타 리프, 라이브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돌아갔으며, 고스트(Ghost)의 거대한 록 사운드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도 전해지죠. 여기에 드러머 패트릭 윌슨(Patrick Wilson)과의 공동 작곡까지 더해지며, [Weezer](The Gold Album)은 과거를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위저가 가장 잘하는 것을 다시 확인한 앨범으로 완성됐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공개된 평론을 종합하면 앨범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다만 ‘새롭다’기보다는 ‘위저답다’는 평가에 가까운데요. 특유의 보컬과 두터운 기타 사운드, 한 번 들으면 따라 부르게 되는 멜로디가 여전히 건재하며, 무엇보다 네 멤버의 생생한 연주가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된 위저는 1994년 발표한 데뷔 앨범 [Weezer](Blue Album)을 통해 단숨에 이름을 알렸는데요. 이어 발표한 [Pinkerton]은 당시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상업적으로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컬트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후 위저는 팝, 하드 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들만의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왔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색을 거쳐온 밴드가 통산 20번째 앨범에서 선택한 것은 가장 화려한 변화가 아닌 ‘위저의 기본’이었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음악을 만들어온 끝에, 다시 자신들이 왜 사랑받았는지를 확인한 것이죠. 그렇다면 마침내 금빛으로 돌아온 위저를 두 팔 벌려 환영해 볼까요?
l Photo. Weezer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