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츠네 미쿠(Hatsune Miku)’와 ‘슈게이즈(Shoegaze)’. 언뜻 보면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지만, 일본의 인터넷 음악 문화에서는 이 둘을 결합한 독특한 음악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クリプトン・フューチャー・メディア
*하츠네 미쿠(Hatsune Miku): 일본의 야마하가 개발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VOCALOID를 사용해서 크립톤 퓨처 미디어사가 개발한 음원이자 음원의 마스코트 캐릭터.
이른바 ‘Mikgaze’라고 불리는 이 스타일은 하츠네 미쿠를 비롯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의 목소리에 슈게이즈 특유의 기타 노이즈와 잔향을 결합한 음악을 가리킵니다. 일본의 보컬로이드 문화가 다양한 음악 장르로 확장되는 가운데, 슈게이즈 역시 음성 합성 기술과 만나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는 것이죠.

©kinoue64
그리고 그 중심에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인 키노우에64(kinoue64)가 존재합니다. 히로시마현 출신의 트랙메이커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보컬로이드를 활용한 슈게이즈를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일본의 음악 매체들 역시 그를 ‘슈게이즈를 확장하는’ 아티스트로 주목하고 있는데요.
인간 보컬 대신 음성 합성으로 만들어진 목소리를 활용한다는 이 흥미로운 지점은 슈게이즈 특유의 기타와 노이즈, 잔향 위에서 익숙한 밴드 음악과는 다른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그는 단순히 한 가지 장르의 문법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오고 있죠.
실제로 2024년에는 슈게이즈와 하츠네 미쿠에 브레이크코어를 결합한 ‘Breakgaze’를 선보이며 음악적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2026년 발매된 앨범 [大人になる]에서는 솔리드하고 서정적인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기반으로, 5박 리듬을 활용한 곡과 인스트루멘털 등 다양한 형태의 트랙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그의 음악은 이제 일본의 인터넷 음악 문화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커리어 첫 공연을 한국에서 진행하며 국내 팬들과 처음 만났으며, 2025년 발매된 EP [架空生活]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 홍콩, 한국 등 여러 지역의 애플 뮤직(Apple Music) 얼터너티브 앨범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여기에 지난해 진행한 3일간의 내한 공연 역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에서의 관심까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음성 합성 보컬과 슈게이즈의 결합에서 출발해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키노우에64는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기도 합니다. 오는 11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에서 진행되는 이번 내한 공연은 각기 다른 구성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인데요. 11월 14일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리는 DAY 1은 파란노을(Parannoul)과의 공동 헤드라이너 구성으로 진행되며, 릴리 잇 머신(Lilly Eat Machine)이 오프닝으로 함께합니다. 이어 11월 15일 감마홀에서 열리는 DAY 2에는 국내 로컬 씬에서 활동 중인 컬트게이저(Cultgazer)가 오프닝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인데요.
특히 이번 공연은 양일 모두 새로운 벤드셋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키노우에64가 보컬과 기타를 맡고, 오소로시아 카쿠메이(osoroshia kakumei)가 보컬과 베이스, 스쿨 셔터(skool shutter)가 기타와 드럼을 맡는 새로운 편성인데요. 공연 안내에 따르면 이번 밴드셋 라이브에서는 음성합성엔진 MR/AR 트랙을 별도로 재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와 슈게이즈의 기타 노이즈를 결합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온 키노우에64. 이번에는 새로운 밴드셋과 함께 그 음악을 무대 위에서 직접 선보일 예정입니다. 일본 인터넷 음악 문화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의 새로운 라이브를 만나고 싶다면, 오는 11월 서울에서 펼쳐질 두 번의 무대를 놓치지 마세요!
l Photo. 式島久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