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록키 호러 픽쳐 쇼(The Rocky Horror Picture Show)>에서 프랭크-N-퍼더(Dr. Frank-N-Furter) 박사를 연기하며 전 세계적인 컬트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배우 팀 커리(Tim Curry)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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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0세. 그의 오랜 매니저이자 친구인 마샤 허위츠(Marcia Hurwitz)가 소식을 전했으며,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팀 커리는 2012년 심각한 뇌졸중을 겪은 이후 건강 문제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팀 커리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단연 <록키 호러 픽쳐 쇼>입니다. 1973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뮤지컬 <록키 호러 쇼(The Rocky Horror Show)>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1975년 세상에 공개됐는데요. 고전 호러와 SF 영화의 문법을 패러디하면서 글램 록과 퀴어 문화, 과감한 성적 표현을 한데 뒤섞은 <록키 호러 픽쳐 쇼>는 당시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파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그 결과, 개봉 초기에는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요. 실제로 영화는 개봉 당시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이후 심야 상영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때 극장에서 외면받았던 영화는 시간이 흐르며 영화사에 유례없는 컬트 현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요.
그 시작은 변두리 극장의 심야 상영에서부터였습니다. 1976년 뉴욕 웨이벌리 시어터에서 심야 상영이 시작된 이후 관객들은 영화를 가만히 바라보는 대신 스크린을 향해 대사를 외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캐릭터의 의상을 입은 채 극장을 찾기 시작했는데요. 일부 관객이 시작한 이러한 행동은 점차 하나의 관람 문화로 발전했고, 관객이 직접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는 ‘섀도 캐스트(Shadow Cast)’ 문화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록키 호러 픽쳐 쇼>는 ‘미드나이트 무비’라는 새로운 관람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영화의 대사를 관객이 직접 받아치고, 소품을 들고 극장에 들어오며, 스크린 속 인물을 직접 연기하는 풍경은 당시로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영국의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and Sound) 역시 이러한 현상을 영화가 관객에게 소비되는 것을 넘어, 관객 스스로 영화의 일부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사례로 조명하기도 했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의 심야 상영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록키 호러 픽쳐 쇼>를 ‘역사상 가장 오래 상영되고 있는 영화’로 소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세계 각지의 극장에서 심야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죠. 2005년에는 미국 의회도서관이 문화적·역사적 중요성을 인정해 미국 국립영화등기부(National Film Registry)에 작품을 등재하기도 했습니다.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그리고 이 영화의 유산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인데요.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사운드트랙은 글램 록과 로큰롤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사운드를 영화의 세계관과 결합하며 작품의 정체성을 완성했습니다. ‘Science Fiction/Double Feature’, ‘Dammit Janet’, ‘Sweet Transvestite’,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The Time Warp’까지, 영화 속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작품 그 자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됐죠.
특히 ‘The Time Warp’는 <록키 호러 픽쳐 쇼>가 만들어낸 관객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곡입니다. 노래 자체가 춤을 추는 방법을 가사로 알려주는 형태로 만들어졌고, 실제 심야 상영에서는 관객들이 스크린 앞에서 함께 춤을 추는 대표적인 참여 의식으로 자리 잡았죠. 영화와 음악, 그리고 관객이 하나로 연결되는 <록키 호러 픽쳐 쇼>만의 문화를 상징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트랙 역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며 더 큰 생명력을 얻었는데요. 1975년 발매된 사운드트랙은 미국 빌보드 200(Billboard 200)에서 최고 49위를 기록했고, 호주(ARIA Charts)에서는 12위, 뉴질랜드(Recorded Music NZ)에서는 11위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영화의 컬트적인 인기가 이어지면서 사운드트랙 역시 꾸준히 소비됐고, AFI는 이 음반이 이후 펑크 록 운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죠.
<록키 호러 픽쳐 쇼>가 특별한 이유는 당시의 B급 호러와 SF 영화가 가진 문법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의 무기로 삼았다는 데 있습니다. 오래된 공포영화와 SF 영화에 대한 패러디, 과장된 연기와 의상, 글램 록의 화려함, 그리고 기존의 성적 규범을 거부하는 캐릭터가 한데 모여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죠. 그리고 그 세계는 영화관 밖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작품은 당시 스스로를 사회의 아웃사이더라고 느꼈던 관객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는데요. 특히 퀴어 문화와 성적·젠더 규범을 거침없이 다룬 작품의 태도는 자신을 ‘다르다’고 느꼈던 사람들에게 하나의 안전한 공간과 커뮤니티를 만들어줬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록키 호러 픽쳐 쇼>의 가장 중요한 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록키 호러 픽쳐 쇼>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영화 한 편이나 사운드트랙 한 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을 영화의 일부로 만들고, 극장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만들었으며, 음악과 패션, 공연과 영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화를 만들어냈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누구보다 강렬한 모습으로 프랭크-N-퍼더를 연기했던 팀 커리가 있었습니다.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팀 커리는 떠났지만, 그가 처음 등장했던 프랭크-N-퍼더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어딘가의 극장에서는 ‘The Time Warp’가 흘러나오고, 누군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누군가는 처음으로 프랭크-N-퍼더를 마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50년 전 시작된 그 화려하고 이상한 밤은 앞으로도 계속될 테죠.
굿바이, 팀 커리. 그리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프랭크-N-퍼터의 밤에도, 작별을 고합니다.
l Photo.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