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인디 얼터너티브 씬의 굵직한 뼈! 밴드 다이노소어 주니어(Dinosaur Jr.)가 약 5년 만의 새 정규 앨범 [There Near]로 돌아왔습니다.

©Andrea Dezsö
이번 앨범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다이노소어 주니어의 ‘초기 사운드’를 향한 회귀인데요. 앨범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앰허스트의 비스키틴 스튜디오(Bisquiteen Studio)에서 약 1년에 걸쳐 여러 차례의 세션을 통해 녹음됐으며, 제이 마스키스(J Mascis)는 초기 다이노소어 주니어의 기타 사운드를 되살리기 위해 1970년대에 제작된 ‘Mesa Boogie MK I’ 앰프를 새롭게 구입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앰프는 밴드의 첫 앨범을 녹음할 당시 사용했던 것과 같은 모델로, 제이 마스키스는 이를 통해 오랫동안 자신에게서 듣지 못했던 기타 톤을 다시 끌어내고 싶었다고 밝혔죠.
덕분에 앨범은 첫 트랙 ‘Several Got Away’에서부터 이러한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의 가사 역시 마스키스가 곡의 의미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정해두고 쓰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데요. 그는 자신 역시 곡이 정확히 무엇에 관한 것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지나치게 의미를 규정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단어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 역시 거대한 불타는 손에 쫓기는 밴드의 모습을 담아내며, 다이노소어 주니어 특유의 장난스럽고 엉뚱한 분위기를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풀어냈습니다.
그렇다면 다이노소어 주니어는 어떤 밴드일까요?

©Jason Talerman
1984년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에서 결성된 다이노소어 주니어는 감수성 풍부하고 선명한 기타·보컬 멜로디 위에 게인이 강하게 걸린 기타 사운드와 피드백을 비롯한 노이즈를 적극적으로 쌓아 올리며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왔습니다. 여기에 시종일관 나직하게 흐느끼는 듯한 투로 노래하면서도 음정이 미묘하게 오가는, 우물우물거리는 듯한 제이 마스키스의 독특한 보컬이 더해지며 이들만의 색깔이 완성됐죠. 특히 보컬과 기타를 맡은 제이 마스키스의 거칠고 폭발적인 기타 연주는 다이노소어 주니어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1985년 정규 데뷔 앨범 [Dinosaur]를 시작으로 1987년 [You're Living All Over Me], 1988년 [Bug]를 거치며 밴드의 독특한 사운드는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이후 ‘In a Jar’, ‘Freak Scene’, ‘Feel the Pain’과 같은 곡을 비롯해 다이노소어 주니어만의 거칠면서도 멜로디를 놓치지 않는 음악은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동료 음악가들에게도 이들의 영향력은 각별했는데요. 소닉 유스(Sonic Youth)는 다이노소어 주니어의 공연을 본 뒤 이들의 팬을 자처하며 함께 투어를 제안했고,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my bloody valentine)의 케빈 실즈(Kevin Shields) 역시 다이노소어 주니어를 밴드에게 영향을 준 밴드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후 너바나(Nirvana)를 비롯한 얼터너티브 록이 대중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다이노소어 주니어 역시 더 넓은 청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멤버 간의 갈등이 깊어지며 원년 멤버인 루 발로(Lou Barlow)와 머프(Murph)가 밴드를 떠났고, 이후의 다이노소어 주니어는 사실상 제이 마스키스의 프로젝트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5년 제이 마스키스, 루 발로, 머프가 다시 한자리에 모이며 마침내 원년 라인업이 부활했고, 2007년 [Beyond]를 시작으로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 다시 돌아온 [There Near]는 바로 그 다이노소어 주니어의 출발점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앨범인데요. 오래된 앰프를 다시 꺼내고, 자신들의 가장 거칠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도 현재의 세 멤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소리를 담아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변하지 않음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시끄럽고, 여전히 거칠고, 여전히 다이노소어 주니어답게. 5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이들의 새로운 소음을 지금 바로 감상해 보시죠!
l Photo. Toby Tenenb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