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 meddlee입니다. 🙂

어느덧 날씨가 조금 선선해졌는데요. 아침저녁으로 달라진 공기를 느끼고 있으면, 이제 정말 일 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저 에디터 meddlee는 이맘때면 조금 이르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은데요. 연초에 세웠던 목표들은 얼마나 이뤘는지, 바라던 곳까지 제대로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한 해의 끝을 향해 가는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을 하나씩 꺼내보게 됩니다.
그리고 매년 이 계절이 찾아오면 꼭 다시 듣게 되는 노래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Walk’입니다.
2011년 발표된 정규 7집 [Wasting Light]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Walk’는 제목처럼 ‘걷는 것’에 대한 노래인데요. 곡의 중심에는 “Learnin’ to walk again”, 다시 걷는 법을 배운다는 문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걷기’는 단순히 발을 내딛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데요. 길을 잃고, 무언가를 잃고, 한동안 멈춰 있던 사람이 다시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절제된 기타와 보컬로 시작해 점차 거대한 사운드로 폭발하는 곡의 흐름 역시 마치 멈춰 있던 사람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들려주는 듯하죠.

©Alberto E. Rodriguez / Getty Images
‘Walk’는 푸 파이터스의 프론트맨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딸 바이올렛 그롤(Violet Grohl)이 어린 시절 걸음마를 배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영감을 얻은 곡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데이브 그롤의 삶 전체와 함께 바라보면 조금 더 묵직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Nirvana
과거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죽음과 함께 밴드와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를 잃었습니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기타를 잡고 직접 노래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목소리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는데요. 그것이 바로 푸 파이터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게 ‘드러머’에서 ‘보컬’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데이브 그롤에게는 시간이 흐른 뒤 또 한 번의 상실이 찾아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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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오랜 시간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이자 데이브 그롤의 가장 가까운 음악적 동료였던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가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과거에는 드러머였던 자신이 밴드와 자신의 세계를 잃고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야 했다면, 이번에는 밴드의 보컬이자 프런트맨이 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음악적 동료이자 드러머를 잃게 된 것이죠. 그리고 데이브 그롤은 또다시 걸어야 했습니다.
물론 ‘Walk’는 테일러 호킨스를 위해 만들어진 추모곡은 아닙니다. 이 곡이 발표된 것은 테일러 호킨스가 세상을 떠나기 10년도 전의 일이니까요. 이후 푸 파이터스는 테일러 호킨스를 떠나보낸 상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앨범 [But Here We Are]를 발표했고, 데이브 그롤은 다시 드럼 스툴에 앉아 직접 드럼을 연주하며 그 빈자리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Walk’를 다시 들으면 묘한 감정이 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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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을 잃은 드러머’였던 사람이 다시 일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고, 그렇게 오랜 시간 밴드를 이끌어온 ‘보컬’은 다시 자신의 드러머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데이브 그롤은 상실이 남긴 자리에서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Walk’는 어쩌면 데이브 그롤의 특정한 한순간을 이야기하는 노래라기보다, 그가 살아오며 몇 번이고 마주해야 했던 ‘다시 시작하는 법’에 대한 노래처럼 들리는데요. 그리고 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노래가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올해 무엇을 이뤘는지 보다 이루지 못한 일이 분명 더 크게 보이실 겁니다. 분명 열심히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을지도 모르죠. 바로 그때 ‘Walk’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얼마나 멀리 걸어왔느냐가 아니라, 다시 걸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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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삶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 아니라,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낀 자리에서 다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다시 걷는다는 것은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잃은 채로도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일일 겁니다.
그러니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해서 올해를 실패한 한 해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멈춰 있었다면 쉬어간 것이고, 조금 돌아왔다면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고,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면 다시 걸어가면 되는 일이니까요.

©Alberto E. Rodriguez / Getty Images
“Learnin’ to walk again.”
올해의 남은 시간도,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도 우리만의 속도로 다시 한 걸음씩 걸어봅시다. 감사합니다.
l Photo. Taylor Hawkins / Dave Grohl / Kurt Cobain
본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