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namyu입니다.

©Kenshi Yonezu IG
여러분은 요네즈 켄시(Kenshi Yonezu) 하면 어떤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Lemon’을 떠올리실 것 같고, 최근 음악까지 즐겨 들으셨다면 ‘KICK BACK’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지금의 요네즈 켄시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곡들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금과는 꽤 다른 모습의 요네즈 켄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9년, 당시 그는 ‘요네즈 켄시’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음악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Kenshi Yonezu
그 이름은 바로 ‘하치(ハチ, Hachi)’입니다.

©NICONICO
당시 *보컬로이드(VOCALOID) 음악이 활발하게 공유되던 일본의 동영상 플랫폼 ‘니코니코 동화’에서 하치는 ‘マトリョシカ(Matoryoshka)’, ‘パンダヒーロー(Panda Hero)’, ‘結ンデ開イテ羅刹ト骸(Musunde Hiraite Rasetsu to Mukuro)’ 등의 곡을 발표하며 활동했습니다.
*보컬로이드(VOCALOID): 일본의 기업 야마하에서 개발한 음성 합성 엔진
재미있는 점은 지금의 요네즈 켄시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당시에도 있었다는 점인데요. 그는 음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에 사용되는 그림을 그리고, 영상까지 직접 제작했습니다. 음악과 함께 자신만의 비주얼을 만들어가는 작업 방식은 ‘하치’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의 특징 중 하나였던 것이죠.

©Spotify
그리고 2010년에는 하치라는 이름으로 [花束と水葬]과 [OFFICIAL ORANGE],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합니다.
그렇게 ‘하치’라는 이름으로 보컬로이드 음악을 만들어가던 그는 2012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합니다. 이번에는 하치가 아닌 자신의 이름, ‘요네즈 켄시’로 앨범을 발표한 것인데요.
2012년 5월 16일 발매된 그의 첫 앨범 [diorama]에는 총 14곡이 담겼는데, 흥미롭게도 당시 하치의 대표곡으로 알려졌던 보컬로이드 곡들을 다시 가져와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새롭게 만든 곡들을 담았고, 이전 활동과 비교했을 때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는데요.
바로 보컬로이드가 아닌 요네즈 켄시 자신이 모든 곡을 직접 불렀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혼자서 작품의 여러 부분을 만들어가던 방식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사와 작곡, 편곡, 프로그래밍부터 노래와 연주, 믹싱, 영상과 앨범 아트워크에 이르기까지 [diorama]에서도 여러 작업을 직접 담당했습니다.
‘하치’라는 이름으로 다른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던 사람이, 이제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죠. 그리고 당시 그는 지금까지는 하치로 활동해왔지만, 앞으로는 ‘요네즈 켄시’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하치’라는 활동명을 버리고 ‘요네즈 켄시’로 이름을 바꾼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실제로 2013년 싱글 ‘サンタマリア(Santa Maria)’를 발표하며 메이저 데뷔한 이후에도 ‘하치’라는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2013년 10월 공개된 ‘ドーナツホール(DONUT HOLE)’입니다.
요네즈 켄시가 다시 하치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보컬로이드 곡으로, 하치 명의의 보컬로이드 곡으로는 2년 9개월 만에 선보인 신곡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곡에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Kenshi Yonezu IG
요네즈 켄시는 이후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이 만든 보컬로이드 곡들은 애초에 자신이 직접 부르는 것을 전제로 만든 음악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ドーナツホール(DONUT HOLE)’을 만들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도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고, 직접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이듬해인 2014년 발표한 앨범 [YANKEE]에는 요네즈 켄시가 직접 부른 ‘ドーナツホール(DONUT HOLE)’이 수록됩니다. 어쩌면 이 시기부터 ‘하치의 음악’과 ‘요네즈 켄시의 음악’을 명확하게 나누는 것 자체가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요네즈 켄시 역시 당시 자신의 두 이름에 대해 ‘하치’와 ‘요네즈 켄시’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컬로이드 음악과 완전히 멀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보컬로이드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적이 없었고, 2017년에는 보컬로이드 신을 자신에게 ‘고향 같은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하고 싶어졌을 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이야기였죠.
그리고 같은 해, 하치는 다시 보컬로이드 신으로 돌아옵니다. 하츠네 미쿠를 사용한 ‘砂の惑星(DUNE)’을 발표한 것인데요.
그 사이 요네즈 켄시는 자신의 이름으로 2014년 ‘アイネクライネ(Eine Kleine)’, 2016년 ‘LOSER’ 등 다양한 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하치’라는 이름으로 보컬로이드 곡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당시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죠.
이후 다시 요네즈 켄시의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간 그는 2018년, 드라마 <언내추럴>의 주제가이자 자신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Lemon’을 발표합니다.
‘Lemon’은 일본레코드협회에서 당시 사상 최단 기간 100만 다운로드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19년에는 300만 다운로드 인증까지 기록하며 요네즈 켄시를 대표하는 히트곡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의 요네즈 켄시만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조금 낯선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따라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Lemon’과 ‘KICK BACK’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모습 이전에 ‘하치’라는 이름으로 보컬로이드 음악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만나게 됩니다.

©Kenshi Yonezu IG
직접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제작했던 하치.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로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한 요네즈 켄시. 두 이름은 어느 한쪽이 끝나면서 다른 한쪽이 시작된 것처럼 완전히 나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경계는 점점 희미해졌고, 보컬로이드 역시 요네즈 켄시에게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Lemon’이나 ‘KICK BACK’으로 요네즈 켄시를 처음 알게 되셨다면, 이번에는 그의 음악이 시작된 조금 더 오래전의 이야기까지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ドーナツホール(DONUT HOLE)’을 지나 ‘パンダヒーロー(Panda Hero)’와 ‘マトリョシカ(Matoryoshka)’까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지금의 요네즈 켄시와 이어지는 부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요네즈 켄시’라는 이름보다 먼저, ‘하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었던 한 사람. 그 시작을 알고 다시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요네즈 켄시의 음악도 조금은 다르게 들려올지 모르겠습니다.
l Photo. Kenshi Yonezu IG
본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