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영국 인디 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블록 파티(Bloc Party)가 돌아옵니다.

©Bloc Party
2022년 정규 6집 [Alpha Games] 이후 약 4년 만에 발매되는 새로운 정규 앨범 [Anatomy of a Brief Romance]는 밴드가 20년 넘게 이어온 음악적 여정 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을 더할 예정인데요. 특히 예스(Yes)의 전 멤버이자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존 레전드(John Legend),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등 수많은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한 전설적인 프로듀서 트레버 혼(Trevor Horn)이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점과 함께 리드 보컬 켈리 오케릭(Kele Okereke)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죠.

©Bloc Party
앨범의 첫 곡 ‘22.01.22’는 제목 그대로 켈리 오케릭이 새로운 연인을 처음 만난 날짜를 가리킵니다. 무려 11년간 이어진 관계를 끝낸 뒤 만난 새로운 인연이었고, 두 사람은 2022년 말부터 연애를 시작해 약 2년간 관계를 이어갔다고 하는데요. ‘Coming On Strong’에서는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사람과 마침내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을, ‘Love Bombs’에서는 새로운 사랑에 빠졌을 때 찾아오는 강렬한 연결과 넘쳐나는 애정을 담아냈다고 하죠. 물론 그러한 설렘과는 다르게 음악은 묘하게 어둡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미 어딘가에서 관계의 균열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앨범의 트랙 중 ‘Pigwig’는 관계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보여주는 곡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연인 사이에서 사용하던 애칭에서 제목을 가져왔으며, 함께 떠났던 해변 여행의 기억을 담았다고 하죠.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이야기는 암시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Worst Birthday Ever’, ‘Not Your Problem’, ‘Now We Can’t Be Friends’를 지나 ‘Moving On’과 마지막 트랙 ‘Eulogy’에 이르며 관계는 결국 끝을 맞이하고, 켈리 오케릭은 그의 사랑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하죠.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단순히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앨범이라기보다, 한 관계가 시작되고, 뜨겁게 타오르고, 균열을 맞이한 뒤 끝내 사라지는 과정을 14개의 트랙으로 나누어 기록한 일종의 연애 연대기에 가깝습니다. 특히 켈리 오케릭은 이전에도 자신의 삶을 음악에 담아왔지만, 이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실제 경험을 이토록 직접적으로 써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밴드의 음악적 변화만큼이나 켈리 오케릭이라는 한 사람의 가장 솔직한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흥미롭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은 블록 파티는 과연 어떤 밴드일까요?

©Bloc Party
초기 블록 파티 멤버들
블록 파티는 켈리 오케릭과 리드 기타 러셀 리섹(Russell Lissack)이 결성한 런던 출신의 인디 록 밴드입니다. 밴드 초기부터 기타 중심의 날카로운 포스트 펑크에 일렉트로닉과 댄스 음악의 감각을 결합하며 자신들만의 색을 만들어갔고, 2005년 발표한 데뷔 앨범 [Silent Alarm]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Silent Alarm]은 ‘Banquet’, ‘Helicopter’, ‘So Here We Are’ 등의 곡을 탄생시키며 영국 인디 록 신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Official Album Chart) 3위까지 올랐으며, 머큐리 프라이즈(Mercury Prize) 후보에 오르거나, NME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으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A Weekend in the City], [Intimacy], [Four], [Hymns]를 거치면서 전자음악과 댄스, 팝, 보다 실험적인 사운드까지 끊임없이 영역을 넓혀왔죠.
이처럼 블록 파티의 음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변화’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기타 중심의 날카로운 인디 록으로 시작했지만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앨범마다 새로운 소리와 이야기를 시도해왔기 때문인데요. 러셀 리섹 역시 밴드가 앨범을 만들고 나면 이전 작품과는 다른 것을 시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6년 만의 정규 복귀작이었던 [Alpha Games]를 통해 다시 한번 초기 블록 파티를 연상시키는 거칠고 날카로운 에너지를 보여준 이들이 이제 4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려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더 사적인 곳으로 시선을 돌렸죠.
[Anatomy of a Brief Romance], 제목 그대로 ‘짧았던 사랑’을 들여다보는 앨범은 과연 20년 넘게 음악적 변화를 거듭해온 밴드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l Photo. Kenia Casti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