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namyu입니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September’ 게시글을 쓴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9월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매번 어떤 음악과 무대를 소개해드리면 좋을지 머리를 감싸 쥐고 한참을 고민하곤 하는데요. 이번만큼은 그렇게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정말 깔끔하게 결정된 무대가 하나 있었습니다.

©Redbull
물론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메트로 부민(Metro Boomin)과 레드불(Red Bull)의 심포닉 무대 역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 중 하나입니다. 다만 메트로 부민의 무대가 그저 행복해서 계속 보고 싶어지는 무대였다면, 오늘 소개할 무대는 조금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봤을 때 그저 ‘충격적이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무대는 바로 2026년 브릿 어워드(BRIT Awards)에서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스페인의 슈퍼스타 로살리아(ROSALÍA)의 ‘Berghain’입니다.

©ROSALÍA IG
먼저 로살리아를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로살리아는 플라멩코(Flamenco)를 바탕으로 R&B, 힙합, 레게톤, 전자음악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페인 출신 아티스트입니다. 매 앨범마다 과감하게 음악적 스타일을 변화시키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현재 가장 독창적인 팝 아티스트 중 한 명인데요.
*플라멩코 :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발전한 전통 예술로, 노래(Cante)와 춤(Baile), 기타 연주(Guitarra)를 중심으로 구성

©Spotify
최근에는 2025년 네 번째 정규 앨범 [LUX]를 발표하며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클래식과 오페라적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고, 앨범 전반에 걸쳐 무려 13개의 언어로 노래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한층 더 확장했는데요. 비요크(Björk), 이브 튜머(Yves Tumor), 카르미뉴(Carminho)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도 참여하며 작품의 스케일을 더욱 키웠습니다.
그중에서도 [LUX]의 세계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곡이 바로 ‘Berghain’입니다. 비요크와 이브 튜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이 곡은 독일어와 스페인어, 영어를 넘나들며 사랑과 집착,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거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안에 담아내죠.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 하나를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Berghain’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 Berghain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로살리아 역시 이 클럽에서 어느 정도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실제로 그곳에 가본 적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신 로살리아는 ‘Berghain’이라는 이름을 사람이 길을 잃을 수 있는 ‘생각의 숲’에 빗대어 설명했는데요. 단순히 실제 클럽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과 그 안의 혼란, 어둠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의미를 확장한 것이죠. 그리고 이런 배경을 알고 나서 2026년 브릿 어워드의 ‘Berghain’ 무대를 보면 꽤 재미있는 지점이 생깁니다. 곡의 제목처럼 자연스럽게 베를린의 클럽 문화가 떠오르는 가운데, 로살리아는 그 이미지를 무대 위에서 훨씬 더 극적으로 펼쳐 보입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수들 사이에서 마치 한 편의 오페라처럼 곡을 시작한 로살리아는 비요크의 깜짝 등장과 함께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곡이 마지막을 향하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히는데요. 장엄하게 쌓아 올렸던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순식간에 강렬한 하드 테크노와 레이브로 전환되면서, 시상식 무대가 어느새 거대한 클럽처럼 변해버리죠.
저는 특히 이 하드 테크노로 넘어가는 순간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클래식과 오페라로 시작한 무대가 불과 몇 분 만에 레이브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듯한 변화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시상식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잠시나마 완전히 다른 장소처럼 느끼게 만든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aron Parsons
아직 이 무대를 보지 않으셨다면, 가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이어서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특히 마지막 몇 분, 시상식장이 순식간에 클럽으로 뒤집히는 그 순간만큼은 아마 쉽게 잊기 어려우실 겁니다.
l Photo. Aaron Par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