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은 혹시 꿈속에서 노래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꿈속에서는 분명 너무나 선명하게 들렸는데, 막상 눈을 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리는 멜로디. 그런데 만약 그 멜로디가 잠에서 깬 뒤에도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어떨까요?

©Paul McCartney IG
실제로 어느 날, 꿈속에서 들었던 멜로디를 잠에서 깬 뒤에도 기억해낸 아티스트가 있었는데요. 바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폴 매카트니가 처음부터 이 멜로디를 자신의 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오히려 너무나 자연스럽고 완성된 노래처럼 들린 나머지, 자신이 과거 어디선가 들었던 곡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해낸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죠.
폴 매카트니는 잠에서 깨어난 뒤 침대 옆에 있던 피아노로 향해 꿈속에서 들었던 멜로디를 연주해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이미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멜로디였는데요. 결국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멜로디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존 레논(John Lennon)에게도 들려주고, 프로듀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혹시 이미 존재하는 노래인지 확인했지만, 아무도 이 멜로디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제야 폴 매카트니는 이 멜로디가 자신에게서 나온 곡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멜로디는 있는데, 가사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폴 매카트니는 제대로 된 가사가 완성될 때까지 멜로디를 기억하기 위해 임시로 단어를 붙여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등장한 말이 바로 ‘Scrambled Eggs’, 우리말로 ‘스크램블 에그’였습니다. 지금은 비틀즈(The Beatles)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남아 있는 ‘Yesterday’가 처음에는 ‘스크램블 에그’라는 상당히 엉뚱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던 것이죠.
심지어 뒤에 붙은 가사도 재미있습니다. 스크램블 에그를 이야기하다가 상대방의 다리를 칭찬하는 장난스러운 내용까지 이어졌는데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Yesterday’의 쓸쓸한 가사와 비교해보면 좀처럼 같은 노래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게 훗날 ‘Yesterday’가 될 노래는 한동안 ‘Scrambled Eggs’라는 이름으로 남게 됩니다. 멜로디는 완성됐지만, 정작 제대로 된 가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그러던 1965년 5월 말, 당시 연인이었던 제인 애셔(Jane Asher)와 포르투갈로 휴가를 떠나 리스본에서 알부페이라로 이동하고 있었고, 폴 매카트니는 차 뒷좌석에서 기존의 임시 가사였던 ‘Scrambled Eggs’ 대신 멜로디에 들어맞는 단어들을 고민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Yesterday’, ‘Suddenly’ 같은 단어를 떠올리며 가사를 만들어갔고 한동안 ‘Scrambled Eggs’라고 불리던 노래가 ‘Yesterday’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이 곡은 비틀즈의 녹음 세션으로 향합니다. 1965년 6월 14일, 런던 EMI 스튜디오에서 ‘Yesterday’의 녹음이 시작됐는데요. 그런데 여기서도 평소 비틀즈의 녹음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집니다. 다른 세 멤버가 이 곡에 무엇을 더해야 할지가 마땅하지 않았던 겁니다.

©The Beatles IG
링고 스타(Ringo Starr)는 드럼이 이 곡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했고,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역시 기타를 하나 더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러자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폴 매카트니 혼자 녹음해보는 방법을 제안했고, 다른 멤버들 역시 이에 동의합니다.그렇게 비틀즈의 노래임에도 실제 최종 녹음에서 연주하고 노래한 비틀즈 멤버는 폴 매카트니 한 명뿐이었습니다.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놀랍게도 ‘Yesterday’의 기본 트랙은 이처럼 단순한 모습으로 녹음됐습니다.
하지만 조지 마틴에게는 여기에 더하고 싶은 소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현악기였는데요. 처음 폴 매카트니는 이 아이디어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자신들을 로큰롤 밴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비틀즈의 음악에 현악기를 더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죠. 이에 조지 마틴은 거대한 오케스트라 대신 훨씬 작은 규모의 편성을 제안합니다.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한 대, 첼로 한 대. 단 네 명으로 이루어진 현악 4중주였습니다.
폴 매카트니 역시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편곡을 다듬어갑니다. 그리고 6월 17일, 앞서 녹음했던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위에 현악 4중주가 더해지며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Yesterday’의 모습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1965년 8월 6일, ‘Yesterday’는 비틀즈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Help!]에 수록되어 영국에서 세상에 공개됩니다.
흥미롭게도 당시 영국에서는 이 곡을 싱글로 발매하지 않았는데요. 반면 미국에서는 같은 해 9월 싱글로 발매됐고, 결국 빌보드 핫 100(Billboard Hot 100) 정상에 오르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후 ‘Yesterday’는 비틀즈만의 노래를 넘어 수많은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부르는 곡이 되어갔습니다. 폴 매카트니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3년까지 전 세계에서 녹음된 ‘Yesterday’의 버전만 2,200개 이상에 달한다고 전해집니다.

©Paul McCartney IG
그런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꽤나 재미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부른 노래이자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비틀즈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남아 있는 ‘Yesterday’. 시작은 그저 어느 날 아침, 폴 매카트니가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하나의 멜로디였습니다.
너무 완성되어 있어서 오히려 자신의 곡인지부터 의심했던 멜로디이자, 제대로 된 가사가 없어서 한동안 ‘Scrambled Eggs’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불렸던 노래. 그렇게 꿈속에서 우연히 시작된 하나의 멜로디는 1965년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의 노래가 됩니다.

©Paul McCartney IG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Yesterday’야말로 어쩌면 하늘이 내려준 곡이 아닐까 싶은데요. 꿈속에서 우연히 찾아온 하나의 멜로디가 때마침 폴 매카트니라는 적절한 주인공을 만났고, 그렇게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닿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날 밤, 그 멜로디가 폴 매카트니가 아닌 이름 모를 누군가의 꿈속에 찾아왔다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아침이 밝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고, 운 좋게 기억해냈더라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Yesterday’의 모습으로 세상에 남지는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연히 찾아온 멜로디를 붙잡아 하나의 노래로 완성해낸 것은 폴 매카트니였고, 그렇게 그의 꿈속에서 시작된 음악은 이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노래가 되었습니다.
l Photo. Paul McCartney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