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 meddlee입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죠? 괜시리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햇볕을 맞으며 아무것도 안 하고 (일 포함 😅) 누워있고 싶은 마음인데요~

부러워라~..
항상 이맘때쯤이면 저는 이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재즈 팝 음악을 찾아 꺼내 듣는 것 같아요. 그동안 레이베이(Laufey), 메이 세모네스(Mei Semones)와 같은 여성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찾아 들었다면, 이번에는 당장 주목해도 좋을 만한 남성 재즈 팝 신성을 발견했습니다.
아, 목소리가 너무 편해요…

©Marisa Bazan
오늘 소개해드릴 아티스트는 전통적인 재즈의 화성과 따뜻한 빈티지 사운드, 그리고 지금의 팝이 가진 친숙한 멜로디를 한데 섞어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어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 애런!(aron!)입니다.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이미 애런!은 2025년 데뷔 EP [cozy you (and other nice songs)]를 발표한 뒤 불과 1년 만에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세계적인 뮤직비디오 네트워크 비보(Vevo)가 선정한 글로벌 신인 아티스트 발굴 프로그램 ‘DSCVR Artists to Watch 2026’에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여기에 존 메이어(John Mayer)가 애런!의 음악을 세 차례 직접 소개하며 그의 작곡 역량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애런!이 이번에 첫 정규앨범 [Too Close For Running]을 발표했습니다.

©aron!
앨범은 대학 졸업부터 레이블 계약, 뉴욕으로의 이주, 그리고 새로운 사랑까지 한꺼번에 찾아온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데뷔 EP가 조금은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상상 속 사랑에 가까웠다면, 이번 앨범은 실제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감정들을 훨씬 솔직하게 담아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설렘부터 관계가 깊어지며 찾아오는 불안, 멀리 떨어져 지내는 시간, 그리고 결국 이별에 이르기까지. 총 12곡을 통해 한 사람이 사랑을 경험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집니다. 앨범 제목인 ‘Too Close For Running’ 역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Meredith Truax
누군가와 너무 가까워져 이제는 도망치기에도 늦어버린 순간, 혹은 새로운 인생의 단계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더 이상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결국 사랑이든 삶이든 어느 순간부터는 두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앨범 전체에 담아낸 것이죠.
그리고 그중에서도 에디터가 가장 즐겁게 들은 노래는 바로 ‘Tandem Bike’입니다.
탠덤 바이크(Tandem Bike)란 좌석이 나란히 배치된 일반적인 자전거와 달리, 앞뒤로 두 명 이상이 함께 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전거를 뜻하는데요.
앨범에서 가장 밝고 낭만적인 순간을 그리고 있는 이 트랙은 막 시작된 관계에서 두 사람 앞에 세상이 전부 펼쳐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 대의 탠덤 바이크에 함께 올라탄 것처럼 서로의 속도에 맞춰 나아가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죠. 현실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앨범 속에서 잠시 가장 설레는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앞서 언급한 메이 세모네스와 함께한 ‘Macramé’, 도디(dodie)가 참여한 ‘Call When You Can’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때 찾아오는 설렘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과의 관계까지, 서로 다른 사랑의 순간들을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풀어내며 재즈와 팝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 애런!의 음악을 조금 더 재미있게 들여다보면 지금의 음악적 색깔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는데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펄 잼(Pearl Jam)과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같은 록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8살 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십 대 시절에는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들을 위해 나비넥타이를 매고 냇 킹 콜(Nat King Cole)과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는데요. 이때 경험한 오래된 재즈와 크루너 음악*의 낭만이 현재 애런!이 선보이는 따뜻한 빈티지 재즈팝의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 크루너(Crooner): 1920년대 마이크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부드럽고 감상적인 목소리로 친밀하게 속삭이듯 노래하는 보컬 스타일의 대중음악.
이후 노스캐롤라이나 예술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공부했고, 마이애미대학교에서는 전액 장학금을 받아 재즈 보컬과 영화음악을 전공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피아노까지 직접 익힌 그는 현재 보컬과 기타, 피아노는 물론 작곡과 편곡까지 직접 소화하는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로 성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2023년부터 자신이 말하는 ‘빈티지 팝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는데요. 직접 만든 음악을 온라인에 공개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레이블인 버브 레코드(Verve Records)와 계약하며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데뷔 EP [cozy you (and other nice songs)]에서 시작된 애런!의 음악은 이제 첫 정규앨범 [Too Close For Running]을 통해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낭만적이지만, 실제 연애에는 지루한 순간도 있고 불안한 순간도 있으며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야 하는 시간도 존재하죠. 애런!은 오히려 그런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들까지 자신의 음악 안으로 끌어옵니다. 복잡한 재즈 화성을 어렵지 않은 멜로디 안에 녹이고, 오래된 음악이 가진 낭만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랑 이야기로 다시 풀어내는 아티스트.
과거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너무 오래된 음악처럼 들리는 건 싫고, 팝을 좋아하지만 조금 더 섬세한 화성과 따뜻한 사운드를 찾고 있다면 어쩌면 지금 가장 먼저 발견해봐야 할 이름이 바로 애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l Photo. Meredith Tru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