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포스트 펑크 밴드 거리어스(Gurriers)가 두 번째 정규 앨범 [Nobody’s Coming To Save You]를 발표했습니다.

©Gurriers / Steve Gullick
2024년 데뷔 앨범 [Come and See]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인데요. 이번 앨범에서 거리어스는 데뷔작에서 보여준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넓고 입체적인 사운드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해 자신들의 음악을 한 단계 확장했습니다. 앨범에는 아이들즈(IDLES)의 기타리스트 마크 보웬(Mark Bowen)이 프로듀싱으로 참여하기도 했죠.
앨범의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Nobody’s Coming To Save You(아무도 널 구하러 오지 않을거야)”는 절망적인 문장처럼 보이지만, 밴드의 프론트맨 댄 호프(Dan Hoff)는 오히려 이 말을 ‘행동을 촉구하는 문장’이라고 설명하는데요. AI와 전쟁, 빈곤 등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느낀 불안과 무감각에서 출발한 앨범은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는 과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누군가의 행동을 기다린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죠.
그렇다고 거리어스가 이번 앨범에서 거대한 사회적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또 아닙니다. ‘Shades’에서는 침묵하는 예술가들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Waiting For Fisher’에서는 노동과 자본주의 속에서 소진되는 삶을 바라보는데요. 반면 ‘Drones’에서는 일상을 버텨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자기혐오를 더욱 개인적인 언어로 풀어냈고, ‘I Wish I Was’에서는 투어로 떨어져 지내는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담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향하는 셈이죠.
이처럼 [Nobody’s Coming To Save You]는 분노만으로 가득 찬 앨범이 아닙니다. 사운드적으로도 거친 기타와 폭발적인 드럼 사이로 개인적인 취약함과 사랑, 불안이 끼어들고, 마지막 트랙 ‘Crybaby’에 이르러서는 한층 섬세한 감정으로 앨범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거리어스가 이번 앨범을 두고 더욱 ‘확장되고 영화적이며 성숙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을 텐데요.
평소 포스트 펑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라면, 이 에디터가 부디 앨범을 통째로 감상하시길 ((간곡히)) 추천드립니다.

©Bryan Lasky
한편, 2020년 팬데믹 시기에 결성된 거리어스는 단 몇 년 만에 아일랜드의 주목할 만한 밴드로 성장했는데요. 2024년 정규 데뷔 앨범 [Come and See]를 통해 거칠고 직선적인 포스트 펑크를 선보인 이들은 장르 특성답게 특히나 강렬한 라이브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앨범 역시 무대에서의 에너지를 그대로 가져가는 데 집중했다고 하죠.
폰테인즈 D.C.(Fontaines D.C.), 비아그라 보이즈(Viagra Boys) 이후 새로운 포스트 펑크 밴드를 찾고 있다면, 이제는 거리어스의 이름을 기억해둘 때입니다. 거칠고 시끄러운 음악으로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끝에서 결국 희망을 이야기하는 밴드. 거리어스를 왜 지금 주목해야 하는지 이번 신보 [Nobody’s Coming To Save You]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l Photo. Steve Gul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