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namyu입니다. 지난번 콘텐츠에서 잠깐 소개해 드렸던 이 노래, 기억하시나요?
2003년에 발표됐지만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SNS를 통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노래. 하루카리(HALCALI)의 ‘Otsukare SUMMER(おつかれSUMMER)’입니다.
당시에는 이 노래가 20여 년 만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짧게 소개해 드렸는데요. 그런데 이 곡을 다시 들여다보니, 단순히 ‘옛날 노래가 SNS에서 다시 유행했다’는 이야기로 끝내기에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이 노래의 역주행은 단순히 한 곡을 다시 유행시킨 것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본격적인 활동에서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두 친구를 다시 같은 마이크 앞으로 불러냈고, 결국 새로운 하루카리의 음악까지 탄생시키게 되죠. 그렇다면 22년 전 발표된 앨범 수록곡 하나가 어떻게 이런 일을 만들어낸 걸까요? 그리고 그 22년 동안 하루카리의 두 사람에게는 어떤 시간이 흘렀던 걸까요?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하루카리와 ‘Otsukare SUMMER’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HALCALI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 하루카(HALCA)와 유카리(YUCALI)는 어린 시절부터 같은 댄스 스쿨을 다니던 사이였습니다. 2002년 두 사람은 함께 ‘FEMALE RAPPER 오디션’에 참가했고, 여기서 그랑프리를 차지하게 되는데요. 하루카는 당시 자신들을 움직인 것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두 사람은 오디션 때부터 직접 곡에 안무를 붙여 영상을 찍어 지원했고, 유카리에 따르면 데뷔 이후에도 직접 안무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하죠. 이 오디션을 계기로 두 사람은 립 슬라임(RIP SLYME)의 료-지(RYO-Z)와 DJ 후미야(DJ FUMIYA)가 결성한 프로듀싱 팀 O.T.F와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2002년 7월 26일. 아직 정식 데뷔하기도 전이었던 두 사람은 립 슬라임의 무료 무도관 공연에서 1만 명의 관객 앞에 올라, 훗날 데뷔곡이 되는 ‘Tandem(タンデム)’을 처음 선보입니다. 이후 2003년 1월 8일, 이 곡을 첫 번째 싱글로 발매하며 하루카리라는 이름으로 정식 데뷔하게 되죠.
재미있는 건 두 사람 모두 처음부터 래퍼를 꿈꾸며 준비해왔던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유카리는 오디션 포스터가 분홍색이라 귀여웠고, 립 슬라임의 여성 버전이라는 콘셉트가 재미있어 보여 참가했다고 회상했는데요. 하루카 역시 처음에는 그 오디션이 립 슬라임과 관련된 것인지조차 몰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랩 경험도 없었죠. 어쩌면 그래서 하루카리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교한 랩 실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두 사람 특유의 힘을 뺀 랩과 춤, 장난기 넘치는 이미지가 하나의 캐릭터가 됐고, 당시 일본 음악 매체에서도 이들의 스타일을 ‘탈력 랩(脱力ラップ)’, 그러니까 힘을 뺀 듯한 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Spotify
그렇게 ‘Tandem’, ‘Electric Teacher(エレクトリック先生)’, ‘Girigiri Surf Rider(ギリギリ・サーフライダー)’를 차례로 발표한 하루카리는 같은 해 9월 3일 첫 번째 앨범 [Halcali Bacon(ハルカリベーコン)]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이 앨범의 다섯 번째 트랙에는 한 곡의 여름 노래가 들어 있었습니다.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Fantastic Plastic Machine)으로 잘 알려진 다나카 도모유키(Tomoyuki Tanaka)가 프로듀싱한, 바로 ‘Otsukare SUMMER’였습니다.
당시 ‘Otsukare SUMMER’는 싱글로 발매된 곡이 아니었습니다. 2003년 발매 당시에는 별도의 뮤직비디오도 없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카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노래였던 것은 아닙니다. 유카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앨범 수록곡이었지만 두 사람이 무척 좋아했던 곡이어서 거의 매년 여름 라이브 세트리스트에 넣었다고 회상했는데요. 그렇게 하루카리가 좋아하던 2003년의 여름 노래로 남아 있던 ‘Otsukare SUMMER’. 당시의 하루카와 유카리도 이 노래가 2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다시 자신들을 찾아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하루카리는 오랫동안 본격적인 활동에서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2025년 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22년 전 발표된 일본의 앨범 수록곡 ‘Otsukare SUMMER’가 해외에서 갑작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정작 노래를 부른 두 사람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HALCALI IG
하루카는 평범하게 집에서 생활하던 중 레코드 회사 관계자로부터 재생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회상합니다. 유카리 역시 처음에는 조금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고 하는데요. 자신들이 의도적으로 홍보해 만들어낸 움직임도 아니었습니다. 해외 여러 지역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루카가 실제로 인기를 체감한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직접 검색하지 않았는데도 휴대전화로 SNS를 열면 자신들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났고, 주변에서도 하루카리라는 이름은 몰라도 ‘Otsukare SUMMER’는 알고 있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어쩌면 이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노래만 22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HALCA IG
그 사이 하루카와 유카리의 삶 역시 크게 달라졌습니다. 두 사람이 하루카리로서 본격적인 활동에서 떨어져 있던 약 14년 사이, 두 사람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모두 어머니가 됐습니다. 흔히 아티스트가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은 시간을 ‘공백’이라고 표현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 시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루카는 그 14년에 대해 “최고였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자신과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좋아하는 것을 해보거나 취미를 찾고, 때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삶’을 경험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죠.유카리 역시 결혼과 출산, 아이를 키우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카리에게 이 14년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빈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카리가 아닌 하루카와 유카리로 각자의 삶을 살아온 시간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다시 같은 마이크 앞으로 불러낸 것은 새로운 유행을 겨냥해 만든 신곡도,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던 거창한 재결성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22년 전 자신들이 남겨놓았던 노래였습니다. ‘Otsukare SUMMER’의 역주행 이후 두 사람은 일본의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THE FIRST TAKE)>의 제안을 받아 다시 함께 노래하게 됩니다.
하루카에 따르면 이는 두 사람에게 14년 만의 미디어 출연이었고, 유카리는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한 것 역시 14년 만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노래가 시작되자 과거의 감각 그대로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었다고 하죠. 그리고 2026년 8월 16일, 하루카리는 <SUMMER SONIC 2026>을 통해 약 14년 만에 페스티벌 무대에도 복귀합니다.

©HALCALI IG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Otsukare SUMMER’를 계기로 하루카와 유카리는 “지금 하루카리가 새로운 것을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됐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생각은 실제 새로운 음악으로 이어졌습니다.
2026년 9월, 하루카리는 과거 자신들을 프로듀싱했던 O.T.F의 료-지, DJ 후미야와 다시 손잡고 신곡 ‘Guin Guin Guin’을 발표합니다. 이 곡은 TV도쿄(TV Tokyo) 계열 영유아 프로그램 <시나푸슈(シナぷしゅ)>의 2026년 9월 ‘이달의 노래(つきうた)’로 제작된 곡이었습니다. 10대 시절 함께 음악을 만들었던 하루카리와 O.T.F가 이제는 모두 부모가 되어, 이번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다시 만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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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여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모인 네 사람의 녹음 풍경은 예전과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하루카와 유카리뿐만 아니라 료-지와 DJ 후미야 역시 이제는 부모가 됐기 때문인데요. 과거에는 늦은 밤까지 별다른 시간 제약 없이 작업했다면, 이제는 일찍 모여 녹음을 시작하고 저녁이 되기 전에 작업을 마친 뒤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했습니다. 유카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몇 번의 테이크로 빠르게 녹음을 마치고, “OK! 돌아가자, 아이들 데리러 가자!” 하는 식이었다고 하죠.

©HALCALI
2002년.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함께 오디션에 참가했던 두 친구. 2003년에는 10대의 하루카리가 되어 음악을 만들었고, 첫 번째 앨범 한편에 자신들이 좋아했던 여름 노래 하나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아갔고, 어머니가 됐고, 함께 음악을 하지 않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Otsukare SUMMER’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세대에게 다시 발견됐고, 결국 두 친구를 다시 같은 마이크 앞으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10대였던 두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을 프로듀싱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부모가 되어, 다시 같은 스튜디오에 모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은 아티스트에게 ‘공백’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하루카와 유카리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 시간 역시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때로는 과거에 남겨놓은 음악 하나가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다시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들기도 하죠. 어린 시절 함께 춤을 추던 두 친구가 만든 2003년의 여름 노래가, 22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다시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 겁니다.

©HALCALI
지난번에는 22년 만에 다시 발견된 노래로 ‘Otsukare SUMMER’를 소개해 드렸다면, 오늘은 그 노래가 22년 뒤 하루카리에게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는지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누군가에게는 20년도 더 된 추억의 음악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발견한 새로운 음악이 된 노래. 그리고 결국 자신의 주인공들까지 다시 음악으로 불러낸 노래. 하루카리의 ‘Otsukare SUMMER’였습니다.
l Photo. HALCALI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