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꾸미던 시절, 여러분은 어떤 노래를 BGM으로 설정해 두셨나요? 도토리를 모아 좋아하는 노래를 구매하고, 누군가 내 미니홈피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흘러나올 음악을 고민하던 그 시절. 지금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나 알고리즘이 음악을 추천해 주기 전,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은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는데요. 그때 누군가의 미니홈피에서 우연히 흘러나오던 ‘Heartbeat’나 ‘Open Book’을 기억하시나요?

청량한 멜로디와 부드러운 목소리, 밝고 경쾌하면서도 어딘가 아련한 감성으로 2000년대 우리의 추억 한편을 장식했던 프랑스 밴드, 오늘의 아티스트 소개는 바로 타히티 80(Tahiti 80)입니다!

©Tahiti 80
1993년 프랑스 루앙에서 결성된 타히티 80은 프런트맨 그자비에 부아예(Xavier Boyer)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인디 팝 밴드입니다. 당시 음악계를 휩쓸던 거친 얼터너티브 록과는 달리, 이들은 비틀즈(The Beatles)와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로 대표되는 1960년대 팝의 정교한 멜로디, 그리고 소울과 펑크(Funk)의 리듬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결합했는데요. 프랑스 출신이지만 영어로 노래하며 국적을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독특한 팝 사운드를 만들어낸 이들은 흥미롭게도 고향인 프랑스보다 아시아에서 먼저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Tahiti 80
그 시작은 1999년 발표한 데뷔 앨범 [Puzzle]이었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Heartbeat’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Puzzle]은 골드 인증을 받을 만큼 성공했고, 타히티 80은 일본을 중심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기 시작했죠. 이러한 인기는 한국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Heartbeat’와 ‘Open Book’처럼 산뜻하면서도 감성적인 곡들은 2000년대 싸이월드 미니홈피 문화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는데요. 당시 해외 인디 음악을 접하기가 지금처럼 쉽지 않았던 만큼, 누군가의 미니홈피에서 우연히 발견한 타히티 80의 음악은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타히티 80은 2002년 두 번째 정규 앨범 [Wallpaper for the Soul]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더욱 확장해 나갔습니다. ‘1000 Times’를 비롯한 수록곡에서는 데뷔작의 청량한 기타 팝을 넘어 한층 풍성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고, 2005년 [Fosbury]에서는 소울과 펑크, 댄스 음악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변화를 시도했죠. 이후에도 [Activity Center], [The Past, the Present & the Possible], [Ballroom]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특정한 시대의 유행이나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밴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타히티 80이 단순히 2000년대의 추억으로만 남은 밴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데뷔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적 변화를 거듭해 온 이들은 2024년 [Hello Hello]에 이어, 올해 9월 통산 11번째 정규 앨범 [Rejoice (An Inventory of Pop Maps)]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감각적인 멜로디를 바탕으로 기타 록과 일렉트로닉 팝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이어온 자신들만의 팝 음악을 현재의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요. 어느덧 결성 30년을 훌쩍 넘긴 밴드이지만, 이들에게 음악은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인 셈이죠.
한국과의 인연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여러 차례 한국 무대에 올랐던 이들은 <2022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2022 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국내 인디 밴드 더 보울스(The Bowls)의 정규 3집 [Blast From The Past]와 정규 4집 [General Crowd] 제작에도 참여하며 한국 음악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는데요. 그리고 오는 11월 27일에는 서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다시 한번 한국 관객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현대카드
한때 작은 미니홈피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 여전히 새로운 앨범과 공연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사실. 어쩌면 타히티 80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지금 들어도 여전히 산뜻하고 설레는 멜로디를 들려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타히티 80은 어떤 추억으로 남아 있나요?
l Photo. 싸이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