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namyu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 찾아와 외투를 걸치는 일도 어색하지 않은 계절이 되었는데요. 저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도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울과 달리 도쿄에는 아직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죠.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수많은 음악을 듣고, 바이닐 숍과 중고 CD 매장을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음반들을 구경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여행 내내 유독 자주 재생했던 아티스트 한 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바로 2000년대 일본 R&B를 대표하는 디바, 일명 ‘쿠리케이’라고 불리는 크리스탈 케이(Crystal Kay)입니다.

©Crystal Kay IG
최근 국내 방송 프로그램 <한일톱텐쇼>를 보셨거나 보아(BoA)의 오랜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이름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전성기를 보냈던 아티스트인 만큼, 비교적 젊은 음악 팬들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rystal Kay IG
1986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크리스탈 케이는 한국계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울과 R&B, 팝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한 그는 1999년, 불과 13세의 나이에 싱글 ‘Eternal Memories’로 데뷔했는데요. 이후 일본 대중음악 특유의 멜로디에 미국 R&B와 힙합의 감각을 더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크리스탈 케이의 초기 음악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바로 엠플로(m-flo)입니다. 2002년 발표한 ‘hard to say’는 엠플로의 타쿠 타카하시(Taku Takahashi)가 프로듀싱한 곡으로, 크리스탈 케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같은 해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almost seventeen] 역시 오리콘 앨범 차트(Oricon Albums Chart) 2위에 오르며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습니다.
이듬해에는 엠플로와 함께 ‘REEEWIND!’와 ‘I LIKE IT’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 곡은 각각 ‘m-flo loves Crystal Kay’와 ‘Crystal Kay loves m-flo’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독특한 협업이었는데요. 당시 일본 R&B와 힙합,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어우러진 세련된 분위기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국내 음악 팬들에게 익숙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이어졌습니다. 2005년에는 일본의 남성 보컬 듀오 케미스트리(CHEMISTRY)와 ‘Two As One’을 발표했고, 2009년에는 보아와 함께 ‘Girlfriend’를 선보였는데요. 이 밖에도 아무로 나미에(Namie Amuro), 히라이 켄(Ken Hirai) 등 일본 음악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팝과 R&B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처럼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넓혀온 크리스탈 케이는 2007년 정규 앨범 [ALL YOURS]로 데뷔 이후 처음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단순히 R&B를 잘 부르는 가수를 넘어, 장르 특유의 감각을 대중적인 J-POP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일본 음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것이죠. 풍부한 성량과 소울풀한 보컬, 일본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표현력은 지금까지도 크리스탈 케이를 대표하는 매력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2000년대 일본 음악계를 함께했던 동료들과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4년 12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에는 엠플로와 보아가 게스트로 참여했는데요. 특히 보아와는 2009년 발표한 ‘Girlfriend’를 오랜만에 함께 선보이며 팬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했습니다. 2000년대 일본 음악을 즐겨 들었던 분들이라면 더욱 반가웠을 무대였겠죠.
이후 2025년에는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베스트 앨범 [ALL TIME BEST 25th Anniversary]를 발표하며 지난 음악 여정을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열세 살에 데뷔한 소녀가 어느덧 25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목소리로 음악을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크리스탈 케이의 음악을 다시 들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20여 년 전에 발표된 곡들임에도 여전히 세련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엠플로와 함께한 ‘I LIKE IT’과 ‘REEEWIND!’, 그리고 ‘Boyfriend -partⅡ-’ 같은 곡들은 2000년대 일본 R&B 특유의 감각과 분위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학창 시절을 함께한 추억의 목소리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 처음 발견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혹시 크리스탈 케이의 음악을 아직 들어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주말에는 그의 오래된 노래 몇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