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에디터 Yorke는 음악도 좋아하지만 영화도 ‘꽤나’ 좋아합니다.

자기 전마다 습관처럼 한 편씩 챙겨 보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저렇게 커다란 숫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근데 왜 갑자기 영화 얘기냐고요? 오늘 소개시켜 드릴 곡이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영화
영화 얘기를 아주 조금만 더 해보겠습니다. <28일 후>, <슬럼독 밀리어네어> 로도 잘 알려진 영화 감독 대니 보일(Danny Boyle, 이하 대니) 감독이 1996년 발표한 또 하나의 명작, <트레인스포팅>이 지난 21일 4K로 리마스터 되어 재개봉됐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재개봉과 함께 이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어쩌면 이 작품과 그 운명을 같이하는 것 같은 ‘이 노래’도 함께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바로 영국의 일렉트로닉 그룹 언더월드(Underworld)의 노래 ‘Born Slippy (NUXX)’입니다. 이 곡은 영화의 결말부에 삽입되어 극의 하이라이트를 멋지게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하는데요. 작품의 성공과 더불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해 낸 이 곡 역시 크게 주목받으며 <트레인스포팅>의 상징과도 같은 곡으로 자리합니다.

©Billboard
이 노래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닙니다. <트레인스포팅>은 영화 자체가 훌륭한 믹스테이프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명곡이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이름만 하더라도 루 리드(Lou Reed), 이기 팝(Iggy Pop), 블러(Blur), 펄프(Pulp) 등등…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등장하며 이 영화의 듣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것이죠. 이런 빅네임들 사이 ‘언더월드’라는 다소 덜 알려진 이름이 등장합니다.

©The Movie Database
언더월드의 활동 반경이 언더그라운드였던 만큼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팀이었지만 그 ‘아는 사람’에 우연한 계기로 대니가 끼게 됩니다. 대니는 <트레인스포팅>을 준비하던 중 이들의 앨범을 접했고 이들의 음악이 가진 에너지가 영화의 ‘심장박동’이 될 거라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한 음반 매장에서 이들의 또 다른 싱글인 ‘Born Slippy’를 발견하게 되면서 역사가 시작된 것이죠.
그렇게 아는 사람만 알던 언더그라운드의 노래는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적인 명성을 손에 얻습니다. 또 영화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만큼 이 곡과 영화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요. 그 실제 반응을 정말 의외의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오아시스의 재결합 투어 <Live'25>의 스코틀랜드 공연장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진 것입니다. 본 공연 시작 전, 공연장에 이 노래가 재생되자 관객들은 순식간에 본 공연에 버금가는 떼창과 호응을 선보였고 오아시스가 등장하기도 전, 분위기는 극한으로 끌어올려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아시스와 <트레인스포팅> 사이에도 의외의 인연이 존재하는데요. 오아시스 역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참여 제안을 받았지만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이하 노엘)가 영화의 제목만 읽고는 ‘그냥 기차를 보는 영화인 줄 알았다’는 이유로 거절해 버립니다. 노엘답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은 <트레인스포팅>을 기점으로 거장 반열에 오릅니다. 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던 언더월드 역시 사운드트랙 속 쟁쟁한 이름들을 제치고 <트레인스포팅>의 상징으로 남게 되죠. 이렇게 한 시절을 동행한 영화감독과 음악가는 2017년, 후속작인 <T2: 트레인스포팅2>에서 재회하며 운명 공동체의 연을 이어 나갑니다.
영화로 음악을 떠올리거나 음악으로 영화를 떠올리는 것.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다른 무언가로 음악을 떠올리는 것 모두, 어쩌면 우리가 음악을 감각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꽤나 좋아하는 에디터 Yorke가 여러분께 추천 드립니다.
l Photo.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