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비디오 탭에서 비교적 신규 아티스트들만 소개해오던 Meddlee가 오랜만에 옛날 아티스트를 추천하러 왔습니다.
왜냐고요?

©MBC <슬픈 연가>
제가 즐겨 듣던 밴드가 과거 한 차례 해체와 재결합을 거친 뒤, 올해 다시 한 번 해체를 예고하며 현지 시각 기준 12월 21일, 그들의 마지막 공연을 선보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와 시차는 있지만, 이 글을 오늘 업로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래됐다고 지루한 이야기는 아니니 한 번만 들어주십쇼!! 🙇♂️
오늘의 아티스트는 바로 스웨덴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 리퓨즈드(Refused)입니다.

©Jerry Milton
펑크 문화가 ‘참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에디터 Meddlee는 기회만 생기면 펑크 이야기를 꺼내곤 하는데요.
제가 펑크 문화의 모든 방면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펑크 록에서 분화된 음악 장르뿐 아니라 오늘날의 패션,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재밌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습니다.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의 설립자,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펑크의 대모’였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Larry Hulst—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그럼 본격적으로 리퓨즈드를 소개하기에 앞서,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라는 장르부터 간단히 짚고 가볼까요?
1970년대 말, 우리가 흔히 ‘펑크 록’이라 부르는 클래식한 펑크 록에서 나아가 더 빠르고, 더 거칠고, 더 과격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에서 탄생한 장르와 무브먼트가 바로 하드코어 펑크입니다.
펑크 록 자체도 하나의 사회·문화적 운동에서 발현되었던 것처럼, 하드코어 펑크 역시 음악을 넘어 커뮤니티와 태도를 포괄하기 때문에 무브먼트이기도 한 것인데요.

©Bob Chamberlin—Los Angeles Times/Getty Images
여느 서브컬처가 그렇듯,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마이너한 문화는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며 메이저 씬까지는 확장되지 못했지만, 오늘날 수많은 록 장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남겼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펑크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들 들어보셨을 팝 펑크(Pop Punk) 장르입니다.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그린 데이(Green Day), 썸 41(Sum 41), 블링크-182(Blink-182) 등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보낸 분들이라면, 어릴 적 무수히 듣고 자랐을 그 장르가 바로 하드코어 펑크를 뿌리로 두고 있었다는 사실!(사실 제가 딱 그 세대입니다.)
현재 하드코어 펑크의 주요 근원지로 꼽히는 곳은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D.C.인데요.

©Edward colver
그 중 캘리포니아 기반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 디센던츠(Descendents)가 바로 이러한 정치·사회 비판이 주를 이루던 하드코어 펑크 씬에서 오히려 사랑 이야기 같은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하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하드코어 펑크를 보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팝 펑크라는 장르가 인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스케이트보드 문화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Suicidal Tendencies
당시 캘리포니아 전역에서는 스케이트보드가 점점 인기를 얻던 시절이었고, 하드코어 펑크 밴드 수어사이덜 텐덴시즈(Suicidal Tendencies)는 뮤직비디오와 비주얼 전반에 스케이트보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며, 록 음악과 보드 문화를 강하게 연결시키기도 하였죠.
우리가 흔히 ‘펑크’라고 하면 정치적이고, 반항적이고, 과격한 이미지를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이 문화 속에는 개인의 취향을 명확히 드러내고, 자신의 스탠스를 분명히 하는 태도 역시 깊이 뿌리내려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요즘 어린 세대가 무작정 유행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취향을 가지는 것’이 힙하게 여겨지고, 마이너한 주제를 다루는 매거진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펑크 문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Refused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의 주인공 리퓨즈드가 등장합니다!
1991년, 스웨덴 북동부의 도시 우메오(Umeå)에서 결성된 리퓨즈드는 첫 해체를 맞이한 1998년까지 총 3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이 시기까지 리퓨즈드의 멤버들은 하드코어 펑크의 하위 문화인 스트레이트 엣지(Straight Edge)와 깊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Straight Edge Worldwide
스트레이트 엣지란 펑크 문화의 과도함에 반발하며 담배, 알코올, 약물 사용을 지양하는 라이프스타일이자 문화를 뜻합니다.
실제로 리퓨즈드 멤버들은 이 시기까지 비건 식단을 실천하기도 했죠.
어떠신가요? 펑크를 반발하는 펑크 문화라니, 재밌지 않나요?
이처럼 리퓨즈드는 스테레오타입으로 소비되는 ‘펑크’가 아닌, 자신들만의 스탠스와 소리를 끝까지 밀어붙인 밴드였습니다.

©Refused
그리고 밴드의 그러한 태도가 음악에서 그대로 드러난 결과물이 바로 현시대 포스트 하드코어 씬의 명반으로 평가받는 정규 3집 [The Shape of Punk to Come]입니다.
앨범의 제목부터 그래미 어워드 평생 공로상 수상자(Grammy Lifetime Achievement Award)인 미국의 프리 재즈 거장, 오넷 콜먼(Ornette Coleman)의 정규 3집 [The Shape of Jazz to Come]을 차용해 만든 이 앨범은 그 제목처럼 재즈, 전자음악, 앰비언트 등 당시 펑크 음악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장르 요소들을 과감히 녹여낸, 말 그대로 시대를 앞서간 실험작이었는데요.

©MBC <무한도전>
그래서.. 망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시도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상업적으로도, 평단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했죠.
앨범 발매를 기념한 미국 투어는 도중에 취소되었고, 마지막 공연은 경찰의 제지로 중단되며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앨범의 실패는 결국 밴드 해체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까지 했는데요.
하지만 이 앨범의 진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밴드의 해체 이후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Tay Hansen
마지막 쇼를 기점으로 앨범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초기 판매량 1,400장에 불과했던 앨범은 1년 만에 21,000장 이상으로 급등하게 됩니다.
이후에도 [The Shape of Punk to Come]은 ‘시대를 앞서간 앨범’으로 재평가되며, 여러 매체의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록 앨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죠.
*연령 제한이 적용된 동영상으로 유튜브에서만 이용 가능합니다.
그렇게 앨범의 재평가에 힘입어 리퓨즈드는 2012년 재결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까지 두 장의 정규 앨범 발표, 인기 게임 〈사이버펑크 2077〉에 등장하는 밴드 사무라이(SAMURAI)를 위한 오리지널 곡을 제작하는 등 꾸준한 호평 속에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작년 밴드의 프론트맨 데니스 뤽센(Dennis Lyxzén)의 건강 악화 이후 밴드는 자연스레 해체를 발표하였고, 이제 그들의 공연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보여준 ‘펑크’와 후대에 남긴 영향력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오늘은 [The Shape of Punk to Come] 속 리퓨즈드의 대표곡 ‘New Noise’를 소개하며 글을 마쳐볼까 하는데요.

©Adam Hägglund
‘New Noise’는 말 그대로 리퓨즈드가 세상에 던진 새로운 소음이었습니다. 기존 펑크 밴드들이 대중문화의 획일성에 저항했다면, 리퓨즈드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러한 펑크의 사상마저 반복되고 상투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완전히 새로운 움직임을 외쳤었죠.
그리고 그 변화의 시도가 누군가에겐 소음처럼 들렸을지 몰라도, 곡의 끝에서 밴드가 계속해서 외쳐대는 가사, “the new beat”처럼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그러면 지금 바로 위 영상에서 자신만의 펑크로 세상을 흔들었던 리퓨즈드의 ‘New Noise’를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