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백악관이 사라지고, 대통령들의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에는 독재자의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공연 도중 독재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다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Bryce Hall
지난 10월 21일,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이하 MCR)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상징적인 공연장 할리우드 볼(Hollywood Bowl)에서 특별한 공연의 막을 올렸습니다. 이번 공연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일정으로, MCR은 할리우드 볼 역사상 한 차례의 공연 일정에서 5회 무대에 오르는 최초의 밴드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는데요.
여기에 올해는 밴드의 대표작 [The Black Parade]가 발매된 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특히 두 번째 공연이 열린 10월 23일은 앨범 발매 20주년 당일이었으며, 이를 기념해 미공개곡을 포함한 여섯 개의 보너스 트랙이 수록된 20주년 기념반까지 공개됐죠. 그야말로 블랙 퍼레이드의 과거와 현재가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요. 바로 MCR이 그동안 확장해 온 드래그(DRAAG)의 세계관이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Bryce Hall
공연은 독재자의 생일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이어 '제1차 구브릭 전투(The First Battle of Gubrick)'를 보도하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무대 위에서는 무장한 인물들의 총격전이 펼쳐졌는데요. 이후 오페라 가수가 드래그의 국가를 부르는 가운데 무대 배경이 회전하고, 거대한 국기가 펼쳐지며 본격적인 블랙 퍼레이드의 막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공연 도중 제라드 웨이(Gerard Way)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공개했는데요. 바로 지난 두 달 사이 드래그가 미국을 침공해 장악했다는 새로운 설정이 등장한 것입니다.

©My Chemical Romance
미국의 상징인 백악관은 이제 '그레이 하우스(Grey House)'로 바뀌었고, 러시모어산에는 역대 대통령들을 대신해 독재자의 얼굴이 새겨졌습니다. 익숙했던 미국의 풍경이 드래그의 독재 체제 아래 완전히 뒤바뀐 것이죠. 지금까지 가상의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이야기가 이제 미국 전체로 확장된 셈입니다.
무대 연출 역시 한층 더 거대해졌습니다. 새롭게 제작된 도시 배경과 추가 출연진, 군인들의 군무, 화염과 폭죽이 쉴 새 없이 이어졌는데요. 특히 'Teenagers' 무대에서는 미국 댈러스 카우보이스 치어리더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치어리더처럼 춤을 추다가 갑자기 모형 총을 들고 무장 세력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죠.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위대한 불멸의 독재자(Grand Immortal Dictator)'의 247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이었는데요. 독재자 앞에 케이크가 놓이고 축하 행사가 이어지던 중, 제라드가 그의 뒤에서 총을 쏘며 독재자를 쓰러뜨린 것입니다.
지금까지 블랙 퍼레이드를 지배해 온 독재자가 무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다니. 과연 이 사건은 드래그의 몰락을 의미하는 걸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신호일까요? 아직 그 의미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세계관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My Chemical Romance
이제 할리우드 볼 공연은 단 두 차례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30일에는 더 유즈드(The Used), 할로윈 당일인 31일에는 쓰라이스(Thrice)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인데요. 이미 드래그의 미국 침공과 독재자의 죽음이라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진 만큼, 마지막 두 공연에서는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특히 두 공연의 홍보 포스터에만 MCR의 과거 로고가 사용됐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아직 그 의미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특별한 무대가 펼쳐질 가능성에 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My Chemical Romance
그리고 이제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시아로 향합니다. 바로 몇 시간 전 MCR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See you soon.”이라는 캡션과 함께 아시아 투어 포스터를 다시 게시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특히 포스터에는 이번 블랙 퍼레이드 세계관에서 중요한 존재로 등장해 온 '디 아이(The Eye)'의 모습이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끕니다.
https://www.instagram.com/p/DT7yHtQjIRx/
앞서 MCR은 라틴아메리카 투어를 앞두고 'PHANTOM'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의문의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실제 공연에서는 2025년 북미 투어와는 다른 구성으로, 기존 드래그 세계관의 이전 이야기를 다루는 무대가 펼쳐졌는데요. 팬들은 이를 이른바 '팬텀 쇼(Phantom Show)'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아시아 투어 포스터에 등장한 디 아이를 근거로, 이번 아시아 공연 역시 팬텀 쇼와 유사한 구성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닌 만큼, 실제 아시아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드래그의 미국 침공과 독재자의 죽음, 그리고 아시아 포스터에 다시 등장한 디 아이. 이 모든 요소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공연마다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추가하며 세계관을 확장해 온 MCR인 만큼, 아시아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Jesse DeFlorio
2008년 우리가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블랙 퍼레이드와 2026년의 블랙 퍼레이드는 이미 너무나도 달라졌습니다. 과연 18년 만에 MCR을 다시 만나는 한국에서는 어떤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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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Photo. Jesse DeFlor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