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공백기, 그리고 아티스트와 소속사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레이블로 선보이는 첫 앨범이라는 많은 기대와 함께 발매된 조지(Joji)의 최근 발매작 [Piss In The Wind]가 빌보드 앨범 차트 200(Billboard 200) 5위에 올랐습니다.

©Joji
이는 공개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양한 반응을 종합해 보면 그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서도 가장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앨범으로, 전작이자 동일하게 빌보드 200 5위를 기록했던 [Smithereens]와 닮아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에디터 Meddlee 역시 발매 당일 리뷰를 통해, 이번 앨범이 사운드적으로나 행보적으로나 ‘완전한 새 출발’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자신을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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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평단이 아티스트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언제나 ‘음악’ 그 자체이기에, 발전되거나 새로운 사운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으로 다가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텐데요. 그럼에도 에디터는 이번 선택이 조지가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기 위한 최선의 방식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앨범이 그의 1·2·3집을 의도적으로 오마주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함께 짚었는데요.

©Joji YouTube
실제로 해당 리뷰 업로드 이후 공개된 뮤직비디오와 2017년에 이미 존재했던 데모 버전 음원의 추가 공개 등 새로운 단서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지의 커리어를 관통해온 서사를 보다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에디터 Meddlee는 유얼라이브의 아티스트 집중 조명 콘텐츠 <스포트라이트>의 첫 주자로 다시 한번 조지를 무대로 불러보았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 앞으로의 내용은 공식 보도된 사실이 아닌, 아티스트의 인터뷰 및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에디터의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BALLADS 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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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는 이전 소속사 88라이징(88rising)을 통해 데뷔 EP [In Tongues]를 먼저 선보이며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해당 EP가 매우 개인적이고 우울한 감정에서 출발했다는 그의 인터뷰처럼, 그는 커리어 초반부터 사랑과 상실, 외로움과 관계성이라는 감정의 결을 일관되게 노래해왔습니다.
그 연장선 위에서 발표된 정규 데뷔 앨범 [BALLADS 1]은 그가 “자신이 느낀 가장 솔직한 감정들의 집합”이라 표현했듯, 타인을 향한 고백이라기보다 스스로의 붕괴와 혼란을 인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었는데요.
[BALLADS 1]은 ‘우울을 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예상보다도 훨씬 큰 상업적·평단적 성과를 동시에 거두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이전 유튜브 채널 필티 프랭크(Filthy Frank)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조지는 하지만 동시에 더 거대한 산업 구조 속으로 편입되었는데요.
(2023년 정국(JUNG KOOK)의 솔로 정규 데뷔 앨범 [GOLDEN] 발매 이전까지, 조지는 아시아권 솔로 아티스트 기준 최다 스트리밍 앨범 보유 기록을 가지고 있었으며([BALLADS 1] 현재 약 40억 스트리밍), 정규 앨범 총합 기준으로는 현재까지도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내막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이후 발표된 [Nectar]를 기점으로 창작자의 자유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서서히 언급되기 시작했고, 결국 새로운 소속사를 설립하기에 이른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BALLADS 1]은 조지라는 인물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냈던 유일한 앨범이라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그가 가장 많은 트랙을 작곡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Piss In The Wind] 발매 전 선공개된 곡과 비주얼에서 가장 먼저 오마주 된 대상이 [BALLADS 1]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BALLADS 1]의 수록곡 ‘Yeah Right’ 뮤직비디오를 직접적으로 오마주한 ‘If It Only Gets Better’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앨범 발매 전까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대역을 사용했던 조지가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죠. 에디터에게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닌, 1집의 정서를 의도적으로 호출하는 장치로 읽혔는데요.
그리고 이번 앨범 발매 이후, 최근 추가로 공개한 데모 트랙을 통해 수록곡 ‘DYKILY’가 2017년부터 존재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작품이 아티스트가 과거의 사운드에서 발전하지 못한 결과라기보다 실제로 과거에 만들었던 곡을 의도적으로 현재 시점에 배치한 선택일 가능성을 조금 더 노골적으로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2. Necta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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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성공과 함께 88라이징의 전성기를 이끌게 된 조지의 다음 앨범 [Nectar]는 그렇게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대규모이자 가장 상업적인 프로젝트가 되었는데요.
대규모 프로덕션과 자본을 바탕으로 과거 유튜브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선보이던 조지는 [BALLADS 1] 이후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서사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한번 페르소나를 활용하는 방안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Joji
그렇게 조지는 닥터 월리스(Dr. Wallace)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우주로 향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에디터는 [Piss In The Wind] 공개 이후 다시금 [Nectar]를 되짚으며, 1집이 자기감정의 ‘내부’를 응시한 앨범이었다면, [Nectar]는 1집과 같이 여전히 어두운 사랑과 물질주의를 노래하지만, 실은 자기감정과 얽힌 ‘외부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해석에는 아티스트가 인터뷰한 앨범의 표면적 주제보다 그의 페르소나와 비주얼이 해석의 핵심 장치로 기능하는데요.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흐름을 기준으로 많은 해석이 오가고 있지만, 공통된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드리면, ‘지구에 다가올 무언가를 감지한 닥터 월리스가 탈출 계획을 세우고 우주 비행사가 되어 모두를 떠나지만, 그는 불시착 이후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 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우주를 떠도는 존재로 남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조지는 인터뷰를 통해 닥터 월리스를 “그는 지구를 떠나 모두를 배신한 걸지도 몰라요. 뭔가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냥 미친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었을 수도 있고, 해결책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죠. 우리는 모릅니다.”라고 말하거나 이후 ‘로봇 월리스’ 머천다이즈까지 공개하며, 해당 앨범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조지 본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열어두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당시 앨범 외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미 제작과 발매가 연기되었던 [Nectar]는 공개 이후, 트랙 간 유기성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데요.
이는 상업적 성공을 통해 더 큰 자본과 기회를 제공받았지만, 동시에 아티스트가 원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구조로 들어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Nectar]에서는 그가 작곡에 직접 참여한 트랙 수가 줄어들며, 보다 상업적인 소속사의 방향성과 타협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죠.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 [Piss In The Wind]은 다시 한번 [Nectar]의 전체적인 우주 컨셉을 가져오게 되는데요. 대역을 활용한 마케팅의 시작과 함께 발매된 앨범의 첫 선공개 곡 ‘PIXELATED KISSES’에서는 우주에서 신호가 끊기는 듯한 비주얼과 함께, 우주에 남겨진 조지의 기억이 픽셀처럼 분화되는 장면을 암시합니다.
여기에 더해 수록곡 ‘LOVE YOU LESS’의 비주얼라이저에서는 360도 인터랙티브 기능을 적용해 관객이 직접 장면을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하며, 계속해서 해당 서사의 주인공이 조지가 아닌 다른 인물이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기억을 왜곡하거나 재편집하고 있기도 하죠.
3. SMITHEREENS (2022)

©Joji
그리고 이 흐름은 정규 3집 [SMITHEREENS]까지 이어집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계약 마무리용 앨범 [Endless] 발매 사례와 같이, 당시 조지 역시 계속해서 소속사와의 불화 루머가 커져만 갔는데요.

©Frank Ocean
선천적인 질병이 악화되었지만 무대에 강제로 세웠다는 등 다양한 루머로 번져가던 와중 발매된 조지의 정규 3집 [SMITHEREENS]는 그렇게 그의 커리어 중 가장 적은 트랙 수와 짧은 러닝타임을 담은 앨범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많은 혹평이 뒤따르며, 아티스트 커리어 상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하였는데요.
하지만 역설적으로는 ‘산산조각난 파편’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1·2집에서 내외부로 조명되었던 아티스트의 감정이 모두 소진된 이후의 잔해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조지는 커리어 최대 히트곡인 ‘Glimpse of Us’를 만들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모습들은 이전 사례들보다 직접적으로 오마주 되었는데요. ‘Past Won't Leave My Bed’는 공개된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곡 자체도 비슷한 사운드로 진행이 되며, 제 2의 ‘Glimpse of Us’라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죠.
더하여 해당 곡의 가사에서는 “I know that I can’t sleep forever”라는 구절이 등장하며, 계속해서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려오던 조지가 [Piss In The Wind]를 끝으로 진짜로 깨어날 준비를 마쳤다는 암시를 보여주는 듯하기도 합니다.
4. Piss In The Wind (2026)
그리고 가장 오랜 주기인 4년 만에 공개된 [Piss In The Wind]입니다.

©Joji
앞선 내용을 토대로 보면, 이번 앨범은 사운드적으로 급진적인 발전이나 아티스트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는데요. 오히려 의도적이고 보다 노골적인 방식으로 과거의 모습을 반복하고, 되짚고, 재구성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잠깐 정리하자면!
[BALLADS 1]: 감정의 내부
[Nectar]: 감정의 외부
[SMITHEREENS]: 파괴 이후의 잔해
[Piss In The Wind]: 모든 단계 인지 후,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현재
그리고 최근 공개된 ‘Last of a Dying Breed / Dior’ 뮤직비디오에서 복사기 앞에서 자신을 복제하려는 대역, 디스크를 컴퓨터에 삽입하자 쏟아져 나오는 과거의 잔상들, 그리고 그로부터 도망치는 자신과 마침내 모든 것이 폭발하며 해방되는 순간, 실제 조지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연출은 최종적으로 그가 그간 축적해온 세계관을 스스로 해체하고, 바깥으로 나오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수록곡의 뮤직비디오가 추가로 공개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현재까지는 ‘Last of a Dying Breed / Dior’ 이후 ‘Forehead Touch the Ground’의 애니메이션만 공개된 상태인데요.
해당 애니메이션은 지금껏 보여주었던 비주얼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으며, 해당 곡 역시 팬들 사이에서 [Chloe Burbank]라 불리는 조지의 본격적인 아티스트 활동 이전 사운드클라우드 등에만 공개되었던 초기 아티스트의 음악과 유사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곡이라 팬들 사이에서는 조지가 마침내 자신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 또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어떠셨나요?
아티스트의 긴 커리어와 해석의 여지가 많은 페르소나 중심의 세계관을 짧은 글 안에 담다 보니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Joji
그럼에도 조지라는 아티스트가 단순히 스타일이 고착화되어 있는 아티스트는 아니라는 점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후 맥락 없이도 청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역량이긴 하지만, 조지라는 인물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상황에서 최대 다수를 만족시킬 앨범을 구상한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소개 드린 일부의 내용 외에도 조지의 디스코그래피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생각보다 숨겨진 이야기가 많으니, 조지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그의 앨범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아티스트가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유추해보시면 조지의 음악을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스포트라이트> ‘조지’ 편은 여기서 마무리하며, 다음 스포트라이트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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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Photo. Joji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