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갈!

©MBC <무한도전>
2026년이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은 새해에 무엇을 결심하셨고,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셨나요? (너무 이른 질문인가요..?)
에디터 Meddlee는 역시나 연초에 거창한 계획을 잔뜩 세워두고,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눈치를 보다가 모른 척 넘겨버렸습니다. (왜? 뭐)

하지만 다행히도 ‘연초 계획’이 아닌 ‘2026년 전체 목표’로 세워둔 것 중 하나는 착실히 실천 중이라 요즘은 그걸로 정신 승리하고 있는데요. (🥲)
그 목표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망설이지 말고 더 많이 가보자.”
https://www.instagram.com/p/DT4JewXk_Cj/
그래서 스케줄만 된다면 일단 예매부터 눌렀고, 현재까지 벳커버!!(betcover!!), 웬즈데이(Wednesday), 그리고… 바로 이 밴드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Uha3GXk6jM/
작년 12월 어느 주말, 에디터 Meddlee의 디깅 레이더에 포착되자마자 한 번에 빠져 들어서 자료 조사 → 돌아오는 바로 다음 주 월요일 아티스트 추천 → 그리고 에디터 Meddlee 픽 2025 베스트 앨범 리스트에까지 직행한 밴드.

©171
앨범 [HELLO!]로 메이저 데뷔를 알린 밴드 171(이나이치)입니다.
잠깐! 이나이치가 궁금하다면?

네… 그리고.. 171은 벳커버나 웬즈데이처럼 내한을 하지는 않았고, 제가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는데요.
이유는 단지 하나. 이들의 메이저 데뷔 공연을 보고 싶다는 특별할 것 없지만 저한테는 충분한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개인 일정을 확인해가며 가능한 날짜를 조율해 보았는데요.
아뿔싸..
이들의 데뷔 투어가 끝나기 전까지 가능한 날짜가 1월 17일 딱 하루만 시간이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목적지는..

©KBS <1박2일>
가나자와..시..?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신 분들에게는 익숙하실 테지만, 기껏해야 중학생 때 가족여행으로 오사카 한번 가본 게 전부인 에디터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곳이었습니다. (반성해라 오타쿠야)
빠르게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가나자와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온천이 유명한 일본의 관광 소도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가나자와를 가는 가장 최적의 방법은 고마쓰 공항으로 직항을 타고 가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루트.

©Visit Kanazawa
하지만 당시 항공편을 확인해 보니, 비슷한 일정의 도쿄행 비행기보다 약 두 배 정도 비쌌고, 심지어 항공편이 적어 돌아와야 하는 날에는 고마쓰 공항에서 한국으로 오는 편이 없어서 도쿄로 향한 다음 와야되는.. 그러면 또 가나자와에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가서..
계산해 보니 왕복 교통비만 약 70만 원이더군요.. (참고로 티켓값은 당시 환율로 약 3만 7천 원 정도였습니다..)

©MBC <무한도전>
…
가자!!
사실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식비랑 숙소비 이것저것 합치면 100만 원 정도는 가뿐히 깨질 것이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후회가 없는걸 보면 저한테는 충분히 가치 있었던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하겠죠..?
아무튼 앞으로의 글은 이나이치를 보기 위해 가나자와로 향한 지극히 개인적인 MBTI ‘P’의 여행기입니다.

사실 제일 큰 난관이었는데요. (시작부터..)
예전에 얼핏 듣기로는 일본 공연의 경우, 본 티켓 판매 이후 해외 관객을 대상으로도 티켓 추첨을 진행한다고 들어서, 저는 예매가 가능했던 사이트도 여러개이고 이 중에 하나쯤은 되지 않을까라는 낙관을 품고 있었습니다.

©MBC <무한도전>
하지만 구글 번역기가 잘못된 것인지.. 눈 씻고 찾아봐도 이나이치의 공연에는 해외 관객용 구분이 없었고, 온라인 발권으로 표를 예매하려 해도 일본 현지 거주지 주소를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칸이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는데요.
그 사이 시간은 흐르고 이것저것 방법을 닥치는 대로 찾아봤도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애석하게 사이트에 “품절 임박!” 문구만 추가되면서.. 저는 ‘비행기부터 예매하고 현장 구매를 노려야 하나…?’라는 도박에 가까운 고민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MBC <무한도전>
그리고 불현듯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한 사람.
바로 제 친척 A 씨인데요.

©MBC <무한도전>
저도 정확한 촌수까지는 모르지만,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먼 친척 중 일본에 거주하시는 분이 계셨는데요. 중학생 때 가족여행으로 일본에 갔을 때 식사를 대접해 주시고, 반대로 한국에 놀러 오시면 식사를 대접하는 뭔가.. 뭔가한 그 정도의 교류..
문제는 MBTI 극 ‘I’인 에디터는 이러한 연락이 참 어려웠다는 것인데요..(ㅠ)

하지만 공연은 점점 매진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저는 결국 실례를 무릎 쓰고 용기를 냈습니다. (물론 일주일 정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한 줄기 빛이 운명처럼 내려오듯, A 씨는 선뜻 티켓을 구매해 전달해 주셨는데요. (앱 깔고, 등록하는 법도 알려주시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한국 오면 꼭 연락 주세요..)

그렇게 저는 합법적으로 이나이치의 메이저 데뷔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월 17일, 그렇게 저는 무사히(?),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는데요. (MBTI ‘P’인 에디터는 e-sim이 당연히 될 줄 알고 있다가 폰이 옛날 기종(갤럭시 S22+)이라 유심을 부랴부랴 사긴 했지만..)

친절하게 한글이 적혀있는 공항버스 정류장,,
제가 가는 공항이 있는 고마쓰와 최종 목적지인 가나자와가 속한 이시카와현은 다습하고 강수·강설이 잦은 지역이라고 찾았었지만, 공항에 내리자 제가 오는 걸 알기라도 한 듯 화창한 하늘이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라고 스스로 믿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짜잔! 오늘의 루트인데요.

비교적 관광지가 모여 있어 걸어가면서 쭉 훑고 공연장까지 가는 루트
대중교통 패스요? 나 P야.
그런 건 애초에 찾아보지도 않은 에디터는 지도만 보고서는 “어? 이 정도면 걸어가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하고 길을 나섰는데요.

©MBC <무한도전>
가나자와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
절대 걸어가지 마십시오.

처참해진 휴족시간
바보같이도 제가 지도만 보고 간과했던 것이 관광지를 둘러보는 시간과 공연을 보러 가면 대기와 공연 시간을 포함해서 3시간은 서있어야 했는데, 그 시간을 빼고 ‘괜찮은데?’라고 생각했던 저는 큰 후회를 했습니다.. (더군다나 새로운 여행지를 가면 굳이 지도 따라 안 가고 마음에 드는 길로 가는 편이라..)

물론, 새로운 것들을 눈에 담고 어째서인지(다들 온천에 가신 게 아닐까..) 단 한 명의 한국인도 마주치지 않아 그러한 점은 정말 자유롭고 좋았지만,, 공연까지 예매하신 분들이라면 꼭 피하시길 바랍니다.

* 앞으로의 내용은 해당 공연장에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문화입니다.
일본 전체 공연 문화와는 다를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vanvan V4 공연장!
제가 이나이치의 공연을 관람한 곳은 ‘vanvan V4(バンバン V4)’라는 작은 라이브 클럽과 같은 베뉴였는데요. 위 지도에서 보셨다시피 교통도 썩 편리하지 않고, 공연장 주차장도 없으며, 주변에 식당도 거의 없는 이곳은 하지만 올해로 무려 45년의 역사를 지닌 지역의 전통 깊은 공연장이었습니다.

사인 카드는 타워 레코드에서만 배포한 줄 알았는데, 무척이나 행운!
공연 시작은 6시였고, 저는 MD를 판매한다는 말을 있지만 따로 관련 공지는 없었기에 일단은 4시에 맞춰 공연장을 방문하였는데요. 다행히 대기 인원이 한두 명 정도뿐이어서 꿈에 그리던 MD도 수월하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다 같이 우르르 MD를 사러 가는 풍경은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이후에는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했는데요. 공연장이 소규모다 보니 줄을 설 공간이 마땅치 않아, 모두 공연장 옆 공터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공연장 문 앞 벤치에 앉아 있다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호다닥 따라갔습니다.)

또한 공연장에는 락커가 따로 없었기에 공터에 직원이 나와 있었는데요. 짐을 맡기고 싶은 사람은 해당 직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번호표와 큰 비닐봉지를 받아 짐을 넣어 맡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짐들을 한 공간에 모아두었다가 공연이 끝난 뒤 번호표를 돌려주면 대조 후 돌려받는 시스템이었죠.
공연장 입장 시간에 가까워졌을 때는 직원분들이 입장 번호 순으로 구역을 나눠 줄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한국 공연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줄을 세운 뒤, 직원 한 분이 1번부터 직접 번호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

“1번 계십니까?!”
“네, 1번! 확인했습니다”
“다음, 2번 계십니까?!”
“2번 없으십니까?”

실시간으로 해가 저물어가는..
정말 번호 생략 없이 제 입장 번호였던 170번대까지 큰 소리로 부르셨는데요.. (제 뒤로도 몇 명 더해서 총관객이 대략 200명 언저리쯤으로 보였는데,, 목은 괜찮으신지요,,)

숫자의 굴레를 지나 그렇게 드디어 저는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이날은 171뿐 아니라 오프닝 게스트로 시속 36km(時速36km)라는 밴드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요. 처음 접한 밴드였지만 무대를 보며 세상에는 정말 음악 잘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그들을 좋아하고, 좋아해 주는 관계가 있다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vanvan V4’가 오랜 역사를 지닌 지역 공연장이라 그런지 그냥 공연이 있길래 와본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그렇다기엔 해당 공연은 품절이었지만..) 백발의 할머니,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지, 중년 남성 등 전혀 가늠이 되지 안는 폭의 관객분들을 마주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요.

이 짤이 생각나는..
그래서인지 두 밴드 모두 공연의 구성을 마치 하나의 극? 라디오?를 진행하듯 곡 사이사이에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일본어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도 그들이 무슨 감정을 전달하려는지는 어렴풋이 느낌이 오기도 했습니다.
TMI.
유일하게 알아들었던 내용은 이나이치의 [HELLO!] CD 홍보 내용이었는데요. 투어 기간 중에 시디를 사면 키링을 증정하고 그 키링이 정말 귀엽다는 그런 내용인데.. 어떻게 알아들었냐고요? 아무래도 시디와 키링은 모두 영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밴드 보컬 타무라 노부히로(田村晴信, 보컬/기타) 씨께서 손짓 발짓을 총동원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다른 멘트 때 파파고 실시간 번역을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나이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따지고 보면 이번이 메이저 데뷔이지 그냥 ‘생 데뷔’가 아닌 밴드라 사실 이미 5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온 밴드이기에 합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특히 일본 공연장이 대체로 그런지, ‘vanvan V4’만 그런지, 혹은 이날 세팅이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유달리 보컬 사운드가 작고 악기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는데요.

저는 앞줄도 아니고 중간보다 약간 뒤쪽이었고, 평소에도 헤드폰 볼륨을 너무 크게 들어서 사람들이 가까이서 부르는 소리도 잘 못 알아차리는 (팀장님 죄송합니다) 저인데, 이나이치 공연이 끝나고 나왔을 때는 실제로, 말 그대로 귀가 아팠습니다. 진지하게 일본에서 병원을 가야 되나 싶을 정도였어서 한국으로 귀국할 때까지 헤드폰을 착용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밴드의 야마가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되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좋아) 음원보다 훨씬 거친 사운드, 날 것의 보컬이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거의 소리치는 것에 가까워지고 타무라 노부히로와 카나(カナ, 보컬/베이스)의 보컬은 분명히 “라이브를 하고 있다.”라는 몰입감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는데요.
https://www.instagram.com/p/DUk52CKEa4U/
또한 제가 보았던 공연뿐만 아니라 밴드의 SNS에 올라오는 공연 리캡 영상들을 훑어보면, 매 공연마다 카나 씨는 171 티셔츠를, 타무라 씨는 (죄송하지만) 거의 잠옷 같은..? 밴드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귀여운 별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오시는데, 이게 힘을 숨긴 캐릭터가 봉인을 해제하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라 재밌기도 하고, 여러모로 이제 막 누군가의 인생 한 페이지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듯한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은 공연장의 규정 때문인지,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폭발적인 라이브에도 슬램은 고사하고 제자리에서 뛰지도 못했다는 것이 가장 미련에 남았는데요. 관객분들은 대신 주먹을 하늘로 힘껏 내지르며 밴드와 호흡을 맞췄고, 저 역시 뛰고 싶은 다리를 부여잡고 열심히 하늘로 주먹을 날렸습니다. (이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라 즐거웠습니다. 😎)
아무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급 결론으로 그렇게 이나이치를 보기 위한 저의 여정은 끝이 났는데요. (예?)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 디자인의 <드래곤 퀘스트>와
콜라보를 하는데 어떻게 참습니까.
여러분께 이렇게라도 일본을 간 김에 여행지나 맛집 추천이라도 드리면 좋겠지만, 정말 이나이치만 계획하고 떠난 일정이라 가나자와에서 도쿄로 넘어온 이후에도 맛집은커녕 그냥 맥도날드를 가거나(사실 ‘그냥’ 갔다고 표현했지만, 저는 엄청난 맥도날드 덕후입니다. 더 이야기하면 글이 두 문단은 더 늘어날 것 같아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맨하탄 레코즈와 타워 레코드에 박혀있었어서 딱히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도 못해드릴 것 같습니다..

최근 내한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브라질 싱어송라이터 아나 프랑고 일렉트리코(Ana Frango Elétrico)의 LP를 하나 사들고 돌아왔다.
에어로스미스 선생님들은 다음에 봬용,,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여러분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공연 티켓값보다 몇 배는 더 들었던 교통비, 하루 종일 따라다닌 발의 통증과 먹먹한 귀까지, 그 모든 것을 감안해도 단 한순간도 후회스럽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것.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일 선택일지라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한 번쯤 머릿속 계산기를 덮고 움직여보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점인데요.

꼭 해외 공연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망설이다 미뤄둔 취미, 지하철 노선도에서만 보던 낯선 목적지, 혹은 아주 사소한 형태의 도전이라도요. 완벽한 준비가 아니어도, 효율이 조금 떨어져 보여도,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은’ 순간이 있다면 한 번쯤은 붙잡아보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그런 하루가 남긴 기억이 꽤 오래 일상을 버텨낼 힘이 되어 드릴지 모릅니다.

l Photo.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