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음악을 즐겨 들으시는 분들, 그리고 펑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를 한 번쯤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밴드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에디터 Meddlee의 어느샌가부터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코너.. 록 역사 속 아이코닉한 순간들을 되짚어보는 시간!

©Sublime
오늘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출신의 스카 펑크 밴드, 서브라임(Sublime)입니다!
우선, 이름이 조금 낯선 ‘스카 펑크’라는 장르부터 짚고 넘어가 볼까요? :)
1. 자메이카에 불어온 새바람

©Laketown Records
스카 펑크는 말 그대로 ‘스카(Ska)’와 ‘펑크 록(Punk Rock)’의 특징을 결합한 장르인데요. 펑크는 이전에 다룬 적이 있으니 잠시 내려두고,,
스카는 195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 기원을 두고 있는 장르입니다. 어원은 꽤나 다양해서 그 역사만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당시 영국의 식민 지배하에 있던 자메이카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미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요.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자메이카 내 라디오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의 재즈 열풍이 자메이카까지 퍼지게 됩니다. (당시 주파수 잘 맞추면 미국 방송이 잡힐 정도였다고 하죠.)

©Jamaica Land We Love
그렇게 미국으로까지 넘어가 재즈를 배우고 온 이들과 현지에서 인프라를 마련한 사람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자신들만의 레코드를 녹음했으나, 어째서인지 미국의 재즈와는 다른 리듬이었고, 근데 그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점차 그들만의 사운드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스카’였습니다.
그렇게 미국으로까지 넘어가 재즈를 배우고 돌아온 이들과 현지에서 파티장 등 인프라 기반을 만들던 이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자메이카만의 레코드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어째서인지 결과물은 미국의 재즈와는 어딘가 다른 독특한 리듬을 가진 음악이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리듬이 오히려 현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이것이 발전하여 결국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된 것이 바로 스카입니다. (그렇게 자메이카에서는 스카 → 록 스테디 → 레게로 이어지는 고유한 음악 계보가 형성되죠.)
자, 그럼 1970년대 후반 영국으로 넘어가 볼까요?

©2 Tone Records
당시 펑크 문화가 사그라들던 시기, 영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넘어간 자메이칸 이주민들이 이 사운드를 현지에 소개하게 되면서 스카, 레게 등의 음악에 펑크 록과 뉴웨이브를 결합 투톤(Two-tone / 2 tone. 영국의 투톤 레코드에서 유래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이 등장합니다.
(음악은 안 들어봤어도, 살면서 앨범 커버는 한 번쯤 본다는 더 클래시(The Clash)의 우주 명반 [London Calling] 역시 투톤 장르는 아니지만, 스카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작품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흐름은 다시 한번 바다를 건너 1980년대 미국으로 이어지는데요.
투톤의 영향을 받은 스카 펑크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기존의 스카 장르보다 빠르고 강한 박자가 더해지며, 호른과 같은 관악기 사운드까지 결합되어 한층 더 강렬한 색을 띠게 되죠.

2년이라는 짧은 활동 기간에 불구하고 큰 영향력을 남긴 오페레이션 아이비(Operation Ivy)
©Murray Bowles
초기에는 미국에서도 언더그라운드 씬에 머물렀지만,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스카 펑크를 기반으로 한 밴드들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결국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스카 펑크의 주류 장르 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밴드가 바로 서브라임입니다.
2. 롱비치의 친구들

©Kirk McKoy / Getty Images
소꿉친구였던 에릭 윌슨(Eric Wilson)(베이스)과 버드 가(Bud Gaugh)(드럼)는 고등학교 시절, 마이클 해폴트(Michael Happoldt)를 보컬로 영입해 펑크 밴드 더 주스 브로스(The Juice Bros)를 결성하는데요.
이후 캘리포니아 대학 재학 중 만난 브래들리 노웰(Bradley Nowell)이 펑크만 듣던 이들에게 레게와 스카를 알려주면서, 펑크만을 고수하던 밴드의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확장되었고, 그는 곧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합류하게 됩니다. (마이클 해폴트는 자연스럽게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Extra Chill
밴드 초기 이들은 뒷마당 파티나 바베큐장에서 공연을 이어가며 소음 민원으로 쫓겨나기 일쑤였고,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리는 것을 꺼리던 당시 클럽들의 분위기에 맞서기 위해 직접 음악 레이블 ‘스컹크 레코드(Skunk Records)’를 설립해 밴드 이름이 아닌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무대에 오르는 등, 기존의 시스템을 비껴가는 방식으로 캘리포니아의 서핑,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맞물리며 지역 씬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게 되는데요.
이후 밴드의 데뷔 앨범 [40 Oz. to Freedom]의 리드 싱글 ‘Date Rape’가 캘리포니아 주요 록 라디오에서 히트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어 발매한 정규 2집 [Robbin’ the Hood] 역시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펑크를 주류로 끌어올리기 시작하던 그린 데이(Green Day)와 오프스프링(Offspring)의 흐름과 맞물리며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Sublime
그리고 1996년 발매된 정규 3집 [Sublime]은 무려 빌보드 앨범 차트 200(Billboard 200) 13위에 오르며, 서브라임은 스카 펑크라는 장르로 마침내 메인스트림에까지 진입하게 되는데요. (이후 이 앨범은 롤링 스톤(Rolling Stone) 선정 ‘1990년대 최고의 앨범 100선’ 중 25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성공에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3. 끝내 듣지 못한 성공

©Steve Eichner / Getty Images
밴드의 중심이자 방향성을 이끌던 브래들리 노웰은 바로 이 앨범 작업을 마친 뒤, 발매를 단 두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난 것인데요.
당시 많은 뮤지션들이 더 창의적인 음악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브래들리 노웰은 20대에 접어들며 헤로인에 빠지게 되었고, 앨범 작업과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여러 차례 끊으려 시도했지만 빈번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북부 캘리포니아를 도는 5일간의 투어 도중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죠.

©The Long Beach Dub Allstars
핵심 멤버를 잃은 밴드는 자연스럽게 해체되었습니다. 이후 에릭 윌슨과 버드 가는 롱 비치 더브 올스타즈(The Long Beach Dub Allstars)를 결성하거나 각자의 밴드를 결성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지만, 서브라임의 공백을 메우지는 못했죠.

©Andreas Ramierez
그리고 2009년, 두 사람은 서브라임의 곡을 커버하던 롬 라미레즈와 함께 서브라임 위드 롬(Sublime with Rome)이라는 이름으로 복귀합니다. 당시 브래들리 노웰의 생전 의사에 따라 유가족 측의 법적 대응이 이어지며, ‘서브라임’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고, 이 프로젝트 역시 팬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 속에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시 한번,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는데요.
4. 30년 뒤 아들에게 이어진 이야기

©Getty Images
바로 브래들리 노웰의 아들, 제이콥 노웰(Jakob Nowell)이 보컬로 합류하며 2023년, 서브라임은 마침내 본래의 이름으로 재결성됩니다.

©Sublime
아버지의 사망 당시 생후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제이콥 노웰은 이후 로(Law), 제이콥스 캐슬(Jakobs Castle) 등과 같은 밴드 활동을 이어오며,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었죠.
그렇게 제이콥 노웰과 함께 정식으로 재결성된 서브라임은 이후 2025년 발표한 신곡 ‘Ensenada’가 빌보드 록 & 얼터너티브 에어플레이(Billboard Rock & Alternative Airplay)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다시 한번 밴드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아버지의 죽음, 밴드의 해체로부터 무려 30년이 흐른 지금, 서브라임이 새 앨범 [Until The Sun Explodes]의 발매를 예고했습니다.

©Sublime
블링크-182(Blink-182)의 드러머이자 현 록 씬의 대표 프로듀서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록 프로젝트에 안 끼는 곳이 없는 명실상부 GOAT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제작되는 이번 앨범은 현지 시각 6월 12일 발매 예정으로 제이콥 노웰은 이 앨범을 밴드의 에필로그와 같은 작품이라 설명했는데요.
더하여 그는 “서브라임의 마지막 앨범은 언제나 [Sublime]일 것이다.”라며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에게 모든 것을 남겨준 아버지에게 존중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Sublime
Until the sun blows up in the sky
하늘에 해가 뜰 때까지
I owe you my life
나는 당신에게 내 삶을 빚졌다
앨범의 발매 예고 소식과 함께 공개된 리드 싱글 ‘Until The Sun Explodes’의 뮤직비디오는 밴드의 고향인 롱비치를 배경으로 그들의 역사와 연결된 장소들, 그리고 남부 캘리포니아의 스케이트 문화를 함께 담아내며 이 서사를 시각적으로 확장하고 있는데요.
끝내 듣지 못한 성공, 그리고 30년 뒤 아들에게 이어진 이야기. 서브라임의 ‘Until The Sun Explodes’를 지금 바로 위에서 확인해 보세요!
_
[ 록 아이코닉 시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