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 좋아하시나요 여러분?
저, 에디터 Meddlee는 미스터리 괴인까지는 아니지만 평소 영화든 이야기든, 심지어는 음악까지도 미스터리한 요소가 들어가면 관심도가 한… 30배쯤은 올라가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예전에 작성한 글들을 봐도
이고.. 결정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예..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오늘도 미스터리한 이들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최근 기묘한 비주얼로 제 SNS 알고리즘을 장악해버린 아티스트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1. SPOKANKI

©SPOKANKI
처음 소개드릴 아티스트는 스포칸랜드(SpokanLand) 출신의 스포칸키(SPOKANKI)입니다.
어째서인지 세계 지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 스포칸랜드에서 왔다는 이 여덟 자매는 스스로를 ‘다중 장르 뮤지컬 연극 아카펠라 그룹’이라 소개하는데요.
https://www.instagram.com/p/DIRVsSpILPO/
독특한 분장과 의상, 그리고 그에 걸맞은 파격적인 비주얼은 강력한 후킹이 중요한 숏폼 시대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이들은 아일랜드 출신 작곡가이자 뮤지션, 마이클 맥길린(Michael McGlynn)이 전통 게일어로 만든 곡 ‘Ceann Dubh Dílis’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dulaman’은 아일랜드에서 음식, 염료, 비료로 쓰이는 해초 종류이다.
노래는 다양한 해초로 표현된 구혼자들이 한 여자에게 구애하는 내용이다.
이후 알고리즘을 타고 점차 존재감을 드러낸 스포칸키는 “전 세계 인류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내세우며, 민속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월드 뮤직 요소들을 결합해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상 댓글에는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며, 확실한 글로벌 반응을 보이고 있죠.)
아일랜드 포크,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은 리듬, 핀란드의 의식 음악, 그리고 남미 지역의 민속 음악 등 서로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운드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내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인데요.
단순히 음악을 듣는 시대를 넘어 전통과 현대,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권을 결합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해 내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설정과 음악은, 우리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연결과 감각을 열어주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Otyken

©Sergey Ivanov
다음으로 소개드릴 그룹은 시베리아 지역의 오투켄(Отукен/Otyken)입니다.
사실 이들은 미스터리라기엔 비교적 정체가 분명하고 관련 정보도 풍부한 팀인데요. 다만 앞서 소개 드린 스포칸키와 마찬가지로 민속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함께 소개 드리면 좋을 것 같아 이번 글에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시베리아 원주민 음악 프로젝트 그룹인 오투켄은 흥미롭게도 뮤지션이 아닌 크라스노야르스크(시베리아에 위치한 러시아의 도시) 민족 박물관의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안드레이 메도노스(Andrey Medonos)가 이끌고 있는 그룹인데요. 이러한 배경에서도 드러나듯, 이들의 목적은 사라지고 있는 전통문화와 노래, 언어를 보존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안드레이 메도노스가 출름족(Chulyms)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부터인데요. 출름족의 양봉 문화를 기반으로 한 양봉가를 선보인 그는 실제로 꿀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오투켄을 결성하게 되었죠.
이후 오투켄의 활동은 양봉을 넘어 고대부터 이어져온 전통 공예와 야생 허브 채취, 사냥 등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된 삶의 방식까지 확장됩니다. 그렇게 다양한 시베리아 원주민 언어와 민족 구성원을 포괄하는 현재의 오투켄으로 발전하게 되었죠.
이들의 음악은 주즈하프, 코미스, 이킬 등 시베리아 전통 악기를 중심으로 팝과 일렉트로닉 요소를 결합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데요. 현재까지 정규 앨범 4장을 발매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속 요소를 활용한 밴드들은 포크나 앰비언트 장르로 수렴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오투켄은 보다 자유롭고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만큼 가볍게 즐기실 수 있으니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자, 그러면 다시 미스터리하게 이번엔 우주로 향해볼까요?
3. HENGE

©HENGE
태양계 너머에서 날아온 정체를 알 수 없는 네 외계인, 즈폴(Zpor), 구(Goo), 솔(Sol), 놈(Nom)이 영국 맨체스터에서 헨지(HENGE)라는 그룹을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지구 기준으로는 일렉트로닉, 애시드, 사이키델릭 록 등의 장르라 할 수 있는 ‘코스믹 드로스(Cosmic Dross)’라 불리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헨지는 자신들의 음악을 인류에게 보내는 하나의 ‘선물’이라 표현합니다. 이들의 이 사운드를 통해 지구인들이 전쟁을 멈추고, 더 나아가 우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죠. (이들의 공연과 활동을 ‘전송(Transmission)’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조금은 슬픈 배경이 담겨 있습니다. 이 네 외계인은 모두 각자의 행성이 멸망한 뒤 살아남은 생존자들인데요.

©Andy Teal
예를 들어, 베이스를 담당하는 구는 기후 재앙으로 붕괴된 금성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로, 종족의 멸종을 목격한 이후 베이스와 같은 저음의 진동 속에서 위안을 찾게 되었다고 하죠. (이들의 세계관을 담은 만화책도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제 잠깐 현실로 돌아와서..
보통 강한 콘셉트를 가진 밴드들은 그 설정에 과하게 의존하다 방향성을 잃거나, 음악 자체가 가벼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다행히 헨지는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메시지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뒷받침할 만큼 독특하고도 매혹적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라이브 무대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온전히 확장해 내고 있는 만큼, 이들도 한 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4. Angine de Poitrine

©Constantin Monfilliette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이 아티스트는 아마도 미스터리한 콘셉트를 가진 아티스트들 중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룹이 아닐까 싶은데요.
캐나다 퀘벡 출신의 듀오 밴드인 앙진 드 푸아트린(Angine de Poitrine. 프랑스어로 ‘협심증’을 뜻함)입니다.
최근 공개된 미국 라디오 방송국 KEXP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이 단 한 달 만에 약 600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들은 사이키델릭, 익스페리멘탈, 매스 록 등 강렬한 비주얼에 걸맞은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Charles-Antoine Godin
십 대 시절부터 함께 공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이 듀오는 큰 드 푸아트린(Khn de Poitrine)(기타, 베이스)과 클렉 드 푸아트린(Klek de Poitrine)(드럼)이라는 활동명으로 2019년 처음 앙진 드 푸아트린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당시 처음에는 한 공연장에서 2주 연속 공연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두 사람이 한 번은 본래 모습으로, 또 한 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장해 무대에 오르면서 농담과 같이 시작한 페르소나가 점차 확장되며 지금의 독특한 정체성을 완성하게 된 것이죠.

©Charles-Antoine Godin
2024년 발매한 정규 데뷔 앨범 [Vol.1]의 바이닐은 현재 다섯 차례나 매진되었고, 현지 시각 4월 3일 발매 예정인 [Vol.II] 역시 사전 주문만으로 이미 품절을 기록한 가장 미스터리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의 음악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절대 인터뷰를 찾아보지 마.
l Photo. SPOKANKI / Otyken / HENGE / Angine de Poitrine /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