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사우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팻 독(Fat Dog)이 두 번째 정규 앨범 [Cancel Me (I’m Tired)]를 발매했습니다. 데뷔 앨범 [WOOF.]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로,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이어온 시간만큼이나 한층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담아냈는데요.

©Fat Dog
[Cancel Me (I’m Tired)]는 제목부터 밴드가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WOOF.] 발매 이후 이어진 투어에서 팻 독은 쉼 없이 세계 곳곳을 오갔고, 미국 투어를 마친 직후에는 멤버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지는 순간을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키보디스트 크리스 휴즈(Chris Hughes)는 당시를 두고 “다들 어떤 식으로든 약간씩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있었죠.(everyone had a small breakdown of some sort)”라고 회상했는데요. 그렇게 지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한 이번 앨범은 제목처럼 피로감을 품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이전의 에너지를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갑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건 ‘움직이게 하는 음악’에서 ‘느끼게 하는 음악’으로의 변화인데요. 프론트맨이자 작곡가인 조 러브(Joe Love)는 데뷔작을 만들 당시 가장 큰 목표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지만, 두 번째 앨범에서는 그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Cancel Me (I’m Tired)]는 [WOOF.]의 거칠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이어가면서도, 그 안에 보다 뚜렷한 강약과 감정의 변화를 담아냈죠.
10곡으로 구성된 앨범에는 일렉트로 팝과 레이브, 사이키델릭, 펑크와 록은 물론 카우보이 음악을 연상시키는 요소까지 뒤섞였습니다. 가사 역시 중독과 가족, 사랑, AI, 조상과 외계인 등 예측하기 어려운 소재들을 오가는데요. 조 러브는 [WOOF.] 당시 음악의 흐름을 먼저 만들어놓은 뒤 마지막에 가사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훨씬 많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팻 독 특유의 혼란스러운 에너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니 실망하지 마시길! ‘Smile and Wave’, ‘Go Fuck Urself’처럼 거침없이 질주하는 트랙 사이에는 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담은 ‘Heart of Darkness’ 같은 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렬하게 몰아붙이는 순간과 한층 느슨하고 감정적인 순간을 오가는 구성은 [WOOF.]과 비교했을 때 더욱 선명해진 이번 앨범만의 특징이기도 하죠.

©Ed Miles / DIY Mag
한편, 팻 독은 2020년 팬데믹 시기 조 러브가 집에서 만들던 전자음악 데모를 바탕으로 시작된 밴드입니다. 이후 이를 실제 밴드의 음악으로 확장하며 사우스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정식 음원을 발표하기 전부터 독특한 라이브로 입소문을 얻었는데요. 특히 드러머가 라텍스 개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과 댄스, 펑크, 클레즈머*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혼란스러운 공연은 팻 도그를 단숨에 주목받는 라이브 밴드로 만들었습니다.
* 클레즈머(Klezmer): 동유럽 아슈케나지(Ashkenazi) 유대인 공동체에서 발전한 전통적인 세속 기악 춤 음악 장르.
그렇게 2023년 NME가 선정한 ‘가장 거친 라이브 밴드’ 중 하나로 주목받은 팻 독은 첫 싱글 ‘King of the Slugs’를 시작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WOOF.]을 발표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선보였습니다. ‘King of the Slugs’는 NME가 선정한 2023년 베스트 송 50선에도 이름을 올리며 밴드의 초기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죠.
이후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이어온 팻 독은 이제 두 번째 앨범 [Cancel Me (I’m Tired)]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영역을 한층 넓혀가고 있습니다. 시끄럽고 난폭한 밴드라는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새로운 감정과 멜로디를 끌어들인 팻 독의 현재를 이번 앨범을 통해 만나보시죠! 🐕
[에디터 meddlee픽! 최근 발매 앨범이 궁금하다면?]
l Photo. Ed Miles / DIY M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