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tthew Cooley
지난 10월 27일(현지 시각), 미국의 음악 전문 매체 롤링 스톤(Rolling Stone)이 ‘21세기 최고의 록 음악 200곡(The 200 Best Rock Songs of the 21st Century)’을 발표했습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25년 동안 발표된 록 음악을 돌아보며, 시대를 대표하고 장르의 경계를 확장해 온 곡들을 선정한 것인데요.
이번 리스트에서 롤링 스톤은 전통적인 기타 중심의 록 음악뿐 아니라 인디 록, 펑크, 이모, 팝 펑크, 그리고 힙합과 팝의 영향을 받은 음악까지 폭넓게 조명했습니다. 단순히 상업적인 성공이나 대중적 인지도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각 곡이 지닌 음악적 독창성과 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이어지는 생명력에 주목한 것이죠.
그렇다면 롤링 스톤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록 음악은 무엇일까요? 먼저 TOP 10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0위. Wilco – ‘Impossible Germany’ (2007)
미국의 얼터너티브 컨트리/인디 록 밴드 윌코(Wilco)가 2007년 발표한 정규 6집 [Sky Blue Sky]의 수록곡입니다. 약 6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차분한 멜로디와 여러 대의 기타가 서로 얽혀들며 서서히 감정을 쌓아가는 곡인데요.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기타리스트 넬스 클라인(Nels Cline)의 긴 솔로는 이 곡을 대표하는 장면입니다.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섬세한 연주와 즉흥적인 흐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며, 록 음악에서 기타가 얼마나 풍부한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롤링 스톤 역시 이 기타 연주에 주목했으며, 곡 전체를 관통하는 서정성과 연주자들 사이의 긴밀한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9위. Arctic Monkeys –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 (2005)
영국의 록 밴드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가 2005년 발표한 데뷔 싱글이자, 이듬해 발매된 정규 1집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의 수록곡입니다. 발매 직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Official Single Chart) 1위에 오르며 밴드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곡이기도 하죠.
폭발적인 기타 리프와 빠른 드럼, 알렉스 터너(Alex Turner) 특유의 거침없는 보컬이 어우러진 이 곡은 당시 영국 청년들의 밤 문화와 클럽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넷과 팬들의 입소문을 통해 성장한 악틱 몽키즈의 성공은 음악 산업에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이 곡은 2000년대 영국 인디 록의 열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노래로 자리 잡았습니다.
8위. JAŸ-Z – ‘99 Problems’ (2003)
힙합 아티스트 제이지(JAŸ-Z)가 2003년 발표한 정규 8집 [The Black Album]의 수록곡으로, 이듬해 싱글로도 발매됐습니다. 힙합 음악이 록 음악 순위의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사실부터 흥미로운데요.
이 곡을 프로듀싱한 릭 루빈(Rick Rubin)은 빌리 스콰이어(Billy Squier)와 마운틴(Mountain)의 음악을 샘플링해 강렬한 드럼과 거친 록 사운드를 결합했습니다. 여기에 제이지는 명성과 갈등, 경찰의 인종차별적 단속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날카로운 랩으로 풀어냈죠. 롤링 스톤이 이 곡을 높이 평가한 배경에는 록의 강렬한 에너지가 반드시 전통적인 록 밴드의 형식 안에서만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이 담겨 있습니다.
7위. The Strokes – ‘Last Nite’ (2001)
미국 뉴욕 출신 밴드 스트록스(The Strokes)가 2001년 발표한 정규 데뷔 앨범 [Is This It]의 수록곡이자 싱글입니다. 2000년대 초반 개러지 록 리바이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곡이죠.
단순하면서도 중독적인 기타 리프와 거칠게 가공된 듯한 줄리언 카사블랑카스(Julian Casablancas)의 보컬, 군더더기 없는 밴드 사운드가 특징입니다. 당시 대중음악 시장에서 화려한 프로덕션이 주목받던 가운데, 스트록스는 오히려 투박하고 직관적인 록 음악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는데요. ‘Last Nite’는 이후 수많은 인디 록 밴드에 영향을 미치며 21세기 록 음악의 출발점을 상징하는 곡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6위. Phoebe Bridgers – ‘I Know the End’ (2020)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가 2020년 발표한 정규 2집 [Punisher]의 마지막 수록곡입니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속삭이듯 시작하는 보컬이 인상적이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그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개인적인 불안과 상실, 종말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점차 거대한 사운드로 확장되며, 후반부에는 관악기와 기타, 집단적인 외침이 뒤엉킨 폭발적인 결말에 도달하죠. 이러한 극적인 전개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록 음악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현대적인 인디 포크의 감수성과 결합했다는 점에서, 2020년대 록 음악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5위. Radiohead – ‘The National Anthem’ (2000)
영국의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가 2000년 발표한 정규 4집 [Kid A]의 수록곡입니다. 전작 [OK Computer]로 얼터너티브 록의 정점에 오른 밴드가 기존의 성공 공식을 과감하게 벗어나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던 시기의 대표곡이죠.
톰 요크(Thom Yorke)가 연주한 반복적인 베이스 라인을 중심으로 전자음악적인 질감과 거친 기타, 자유롭게 뒤엉키는 관악기 연주가 더해집니다. 특히 후반부의 혼란스러운 브라스 사운드는 프리 재즈를 연상시키며 기존 록 음악의 문법을 무너뜨리는데요. ‘The National Anthem’은 라디오헤드가 록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얼마나 과감하게 확장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곡입니다.
4위. Olivia Rodrigo – ‘good 4 u’ (2021)
미국의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가 2021년 발표한 정규 데뷔 앨범 [SOUR]의 세 번째 싱글입니다. 빌보드 핫 100 차트(Billboard Hot 100)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2020년대 팝 펑크의 부활을 상징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별 후 아무렇지 않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상대를 향한 분노와 질투를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직설적인 가사로 표현했는데요. 2000년대 팝 펑크의 에너지를 현대적인 팝 프로덕션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록 음악의 매력을 전달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이번 순위에서 스트록스와 라디오헤드, 악틱 몽키즈보다 높은 4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롤링 스톤이 바라보는 록 음악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보여줍니다.
3위. The Killers – ‘Mr. Brightside’ (2003)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신 밴드 킬러스(The Killers)가 2003년 발표한 데뷔 싱글이자, 이듬해 발매된 정규 1집 [Hot Fuss]의 수록곡입니다. 연인의 외도를 상상하며 느끼는 질투와 불안, 집착을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Flowers)의 절박한 보컬과 폭발적인 밴드 사운드로 풀어낸 곡이죠.
특히 반복되는 가사와 쉼 없이 몰아치는 기타 리프는 곡 전체에 강렬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발매 당시에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영국 싱글 차트에서 기록적인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이제는 특정 세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르는 록 앤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위. The White Stripes – ‘Seven Nation Army’ (2003)
미국의 록 듀오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가 2003년 발표한 정규 4집 [Elephant]의 리드 싱글입니다. 잭 화이트(Jack White)가 만들어낸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리프는 록 음악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멜로디 중 하나가 됐는데요.
흥미롭게도 이 곡의 상징적인 저음 리프는 베이스 기타가 아니라, 기타에 옥타브 효과를 적용해 만들어낸 소리입니다. 단출한 악기 구성만으로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낸 이 곡은 2000년대 개러지 록 리바이벌의 정점을 상징하게 됐죠. 이후 전 세계 축구 경기장과 스포츠 이벤트에서 관중들이 리프를 합창하기 시작하면서, 록 음악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대중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롤링 스톤 역시 이 압도적인 리프의 힘에 주목했습니다.
1위. Yeah Yeah Yeahs – ‘Maps’ (2003)
대망의 1위는 미국 뉴욕 출신 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Maps’가 차지했습니다. 2003년 발표된 정규 데뷔 앨범 [Fever to Tell]의 수록곡이자 싱글로, 밴드의 대표곡 중 하나입니다.
당시 예 예 예스는 캐런 오(Karen O)의 거침없는 무대 퍼포먼스와 날것의 에너지로 주목받던 밴드였습니다. 그러나 ‘Maps’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절제된 기타 연주와 반복적인 리듬 위로 캐런 오의 떨리는 목소리가 더해지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롤링 스톤 역시 바로 이러한 감정적인 진솔함에 주목했습니다. 평소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던 캐런 오가 이 곡에서는 자신의 연약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기타리스트 닉 지너(Nick Zinner)의 섬세한 연주가 그 감정을 더욱 극대화한다는 것이죠.
록 음악의 위대함이 반드시 거대한 사운드나 화려한 연주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Maps’의 1위 선정은 어쩌면 그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My Chemical Romance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아는 록스타들의 곡은 몇 위일까?
TOP 10에 오른 곡들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그 아래에 자리한 수많은 명곡입니다.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익숙한 록스타들의 대표곡은 과연 몇 위에 올랐을까요?
- 131위 뮤즈(Muse) – ‘Uprising’
- 121위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 ‘I'm Not Okay (I Promise)’
- 103위 린킨 파크(Linkin Park) – ‘In the End’
- 92위 그린 데이(Green Day) – ‘Holiday’
- 88위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 – ‘R U Mine?’
- 83위 라디오헤드(Radiohead) – ‘There There’
- 58위 블링크-182(Blink-182) – ‘The Rock Show’
- 51위 뮤즈(Muse) – ‘Supermassive Black Hole’
- 50위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 ‘By the Way’
- 49위 위저(Weezer) – ‘Hash Pipe’
- 34위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 ‘Chop Suey!’
- 24위 콜드플레이(Coldplay) – ‘Yellow’
- 23위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Blackstar’
- 22위 유투(U2) – ‘Beautiful Day’
- 20위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 ‘Sugar, We're Goin Down’
- 16위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 ‘Welcome to the Black Parade’
- 15위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 ‘Take Me Out’
- 12위 파라모어(Paramore) – ‘That's What You Get’
- 11위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 ‘Times Like These’
록 음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밴드들이지만, 그 순위는 예상과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Welcome to the Black Parade’가 16위, 푸 파이터스의 ‘Times Like These’가 11위에 오르는 등 익숙한 명곡들이 TOP 10 진입을 아쉽게 놓쳤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21세기 최고의 록 음악은 무엇인가요? 롤링 스톤의 선택에 동의하시나요?
전체 200곡의 순위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롤링 스톤의 원문 기사를 확인해 보세요!
l Photo. Eddie Brannan / Matthew Cooley